메뉴 건너뛰기

이슈 어느 날 운명이 찾아와 나에게 말을 붙이고 내가 네 운명이란다, 그동안 내가 마음에 들었니, 라고 묻는다면
2,453 14
2024.11.30 20:58
2,453 14

https://img.theqoo.net/YSHjug

어느 날 운명이 찾아와

나에게 말을 붙이고

내가 네 운명이란다, 그동안

내가 마음에 들었니, 라고 묻는다면

나는 조용히 그를 끌어안고

오래 있을 거야.

눈물을 흘리게 될지, 마음이

한없이 고요해져 이제는

아무것도 더 필요하지 않다고 느끼게 될지는

잘 모르겠어.

 

당신, 가끔 당신을 느낀 적이 있었어,

라고 말하게 될까.

당신을 느끼지 못할 때에도

당신과 언제나 함께였다는 것을 알겠어,

라고.

 

아니, 말은 필요하지 않을 거야.

당신은

내가 말하지 않아도

모두 알고 있을 테니까.

내가 무엇을 사랑하고

무엇을 후회했는지

무엇을 돌이키려 헛되이 애쓰고

끝없이 집착했는지

매달리며

눈먼 걸인처럼 어루만지며

때로는

당신을 등지려고 했는지

 

그러니까

당신이 어느 날 찾아와

마침내 얼굴을 보여줄 때

그 윤곽의 사이 사이,

움푹 파인 눈두덩과 콧날의 능선을 따라

어리고

지워진 그늘과 빛을

오래 바라볼 거야.

떨리는 두 손을 얹을 거야.

거기,

당신의 뺨에,

얼룩진.

 

/한강, 서시

 

 

 

 

 

 

여기서 이러시면 안 됩니다, 라고 말하는 것이 내 직업이다.

당신의 목적을 부정하는 것이 내 직업이다.

다음 날도 당신을 부정하는 것이 내 직업이다.

당신을 부정하기 위해 다음 날도 당신을 기다리는 것이 내 직업이다.

그다음 날도 당신을 기다리다가 당신을 사랑하게 되는 것이 내 직업이다. 

그리하여 나의 사랑을 부정하는 것이 나의 직업이다.

 

/김행숙, 문지기

 

 

 

 

 

 

그녀는 심장이 너무 오래 뛰어서

사랑이 항상 생매장으로 끝난다

 

가슴에 동글동글 솟아난 무덤엔

아무도 뽑지 않는 무성한 잡초

 

언젠가 호랑이가 떨어진 수수밭의

떨어져도 죽지 않는 호랑이의

잘못된 기도처럼

붉은 울음

 

떡 하나만 주면

떡 하나만 주면

착해질 줄 알았는데

(떡은 심장에 좋은 수수팥떡)

 

그녀는 심장이 너무 오래 뛰어서

가슴 속에 거듭 떨어지는 호랑이가 산다

스무 개의 발톱으로 자기를 묻는다

 

호랑이가 떡으로만 살 수 있는가

먹어서 배부른 것이 사랑인가

호랑이는 너의 핵심

해님 달님이 먹고 싶었다

그게 무슨 잘못이란 말인가

 

/정한아, 회의적인 육식동물의 연애

 

 

 

 

 

 

모든 사랑은 익사의 기억을 가지고 있다

흰 종이배처럼

붉은 물 위를 흘러가며

나는 그것을 배웠다

 

해변으로 떠내려간 심장들이

뜨거운 모래 위에 부드러운 점자로 솟아난다

어느 눈먼 자의 젖은 손가락을 위해

 

텅 빈 강바닥을 서성이던 사람들이

내게로 와서 먹을 것을 사간다

유리와 밀을 절반씩 빻아 만든 빵

 

/진은영, 오필리아

 

 

 

 

 

목록 스크랩 (4)
댓글 14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티빙 오리지널 <내가 죽기 일주일 전> X 더쿠💗 1,2화 시청하고 스페셜 굿즈 받아가세요🎁 32 04.03 30,322
공지 [공지] 언금 공지 해제 24.12.06 1,562,729
공지 📢📢【매우중요】 비밀번호❗❗❗❗ 변경❗❗❗ 권장 (현재 팝업 알림중) 24.04.09 6,192,844
공지 공지가 길다면 한번씩 눌러서 읽어주시면 됩니다. 23.11.01 9,444,728
공지 ◤더쿠 이용 규칙◢ [스퀘어 정치글 금지관련 공지 상단 내용 확인] 20.04.29 28,523,022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66 21.08.23 6,578,815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43 20.09.29 5,527,981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488 20.05.17 6,241,044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3998 20.04.30 6,552,044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9. 스퀘어 저격판 사용 금지(무통보 차단임)] 1236 18.08.31 11,565,398
모든 공지 확인하기()
1495825 이슈 21일 발매 예정인 영어곡 'MAD 선공개 라이브 무대한 온유 1 22:08 22
1495824 이슈 전세계 역사상 여자팝가수 앨범 최고히트앨범 2개 4 22:07 288
1495823 이슈 NCT WISH 유우시 생축 🎉HAPPY YUSHI DAY /ᐠ ᴗ ̫ ᴗ ᐟ\ꕀෆ🎂 22:07 76
1495822 이슈 모공 커버계의 조상님 7 22:06 1,225
1495821 이슈 아일릿 모카 앞머리 있 vs 없 11 22:04 557
1495820 이슈 치과에서도 놀란 레전드 이빨 위치 13 22:03 2,464
1495819 이슈 작가(박경리 선생님)가 온갖 최고미녀 설정은 다 몰아서 써준걸로 유명한 캐릭터 5 22:02 2,251
1495818 이슈 350명 규모의 극우 좌표찍기방 해산 5 22:02 1,142
1495817 이슈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마지막에 카메라를 본 이유(feat. 엔딩요정) 10 22:00 2,195
1495816 이슈 현재 민주당 홈페이지 vs 국민의힘 홈페이지 33 21:59 2,630
1495815 이슈 니도 재판 5개씩 받아봐 ㅆㅂㄹ아 9 21:58 1,965
1495814 이슈 전현무 보아 라방 얼굴만지고 그랬다길래 찾아봄.jpg 113 21:57 12,006
1495813 이슈 8년전 오늘 발매된, 태연 "Make Me Love You" 4 21:56 116
1495812 이슈 리센느 제나 멤트 업로드 21:56 207
1495811 이슈 안유진 - Like Jennie 6 21:55 656
1495810 이슈 스테이씨 윤 인스타그램 업로드 4 21:55 263
1495809 이슈 일본의 새로 공개된 출퇴근 머신 18 21:53 2,318
1495808 이슈 임슬옹은 고등학교 때 얼마나 인기가 많았던 거임 11 21:51 3,148
1495807 이슈 남친 판도라 열었는데 170 21:50 18,025
1495806 이슈 4년전 오늘 발매된, 웬디 "When This Rain Stops" 4 21:49 1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