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탄한 원작과 로맨스와 관계 설정에 뛰어난 연출가, 여기에 연기와 비주얼을 모두 갖춘 서현진, 공유가 함께하는 시리즈라니 어지간만 해도 이 작품은 재미있을 것 같은 시리즈다. 살짝 높은 기대감을 안고 보기 시작했다.
전통적인 결혼에 대응하는 기간제 결혼이라는 설정을 가지고 있는 '트렁크'는, 그러나 난해한 캐릭터와 복잡미묘한 감정 때문에 굉장히 열기 어려운 트렁크였다.
기간제 결혼 매칭 업체 NM(New Marriage) 소속 노인지(서현진)는 네 번째 결혼을 마치고 다섯 번째 결혼을 준비한다. 상대는 과거의 트라우마로 인해 불안과 외로움에 잠식된 음악 프로듀서 한정원(공유). 이혼한 아내 이서연(정윤하)과의 관계 회복을 위해 그녀가 요구한 기간제 결혼 서비스에 마지못해 응한 그는 노인지와의 어색하고 불편한 동거를 시작한다. 이서연은 윤지오(조이건)와의 새로운 결혼 생활을 즐기는 듯하지만, 모든 신경은 한정원과 노인지에게로 향한다.
반면 형식적인 계약과 철저한 매뉴얼로 이뤄진 결혼이었지만, 한정원의 일상은 노인지로 인해 조금씩 변화한다. 매일 밤 꾸던 악몽은 줄고 약이 없이도 잠에 든다. 노인지 또한 이전과 달리 다섯 번째 남편이 무척 신경 쓰이기 시작한다. 이들 앞에 노인지만 바라보는 스토커 엄태성(김동원)이 나타난다. 엄태성은 노인지 주변의 모든 인물들에게 접근하며 모두를 긴장과 불안으로 몰고 간다.
글로 적고 보니 그나마 정리가 되기라도 하지만 막상 극을 보고 있으면 등장인물들은 왜 이렇게 하나같이 비정상적이고 일그러진 정신상태인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결핍이 있는 사람들이 서로에게 위로와 의지가 되어주는 따뜻한 성장의 과정'을 그리고 싶어하는 것 같긴 한데 그 시작이 난해 하고 과하다. 결혼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는 건 아니고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 같은데 너무 결혼 이야기가 많이 나오니까 되려 헷갈린다.
물론 꾹 참고 끝까지 보고나면 '이런 인연이었구나' '그랬었구나' '이렇게 되는거구나' 이해가 되지만 궁금증을 해결하려면 거의 7, 8회까지 봐야 한다. 서현진, 공유를 데리고 왜 이렇게 서걱서걱하고 힘든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지 답답하기도 하다. 물론 서현진, 공유라도 나오니까 이 이야기를 끝까지 봐야겠다는 생각이라도 들기는 한다.
정윤하와 조이건의 배드신은 너무 과하고, 이들이 사는 공간의 미술은 너무 고급지다. 풍경이나 색감은 아름답기 그지 없는데 서현진 공유의 표정은 너무 슬프다.
한번 더 보면 작품의 매력이나 메시지가 다르게 느껴질까? 원작 소설도 이런 내용이나 메시지를 담고 있을까? 많은 궁금증이 생겨나는 이야기다.
아! 신인이지만 너무 멋진 그림체로 연기를 한 조이건, 김동원과 이 배우들을 발탁해낸 김규태 감독의 안목은 너무 좋았다.
전문 https://naver.me/GkR2vKB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