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그룹 뉴진스의 프로듀서 민희진의 어도어 퇴사 선언에 이어, 뉴진스도 ‘뉴진스맘’ 민희진을 따라가겠다고 밝혔다. 7개월 간의 지난한 싸움 끝에 남은 이야기들.
걸그룹 뉴진스의 프로듀서 민희진의 어도어 퇴사 선언에 이어, 뉴진스도 ‘뉴진스맘’ 민희진을 따라가겠다고 밝혔다. 7개월 간의 지난한 싸움 끝에 남은 이야기들.
7개월 간의 공방
사안은 현재진행형이지만, 민희진과 뉴진스의 퇴사 선언이 우리에게 남긴 사안들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1. 멀티 레이블의 독립성
K-Pop의 근간이 되는 시스템은 기획사의 브랜드 정체성을 강하게 내세우는 방식이었다. 전통적으로 YG, JYP, SM 등은 각각 양현석, 박진영, 이수만의 리더십 하에 이루어졌다. 그러나 2020년대 접어들며 1인 프로듀서 중심의 운영 방식은 멀티 레이블 체제로 빠르게 전환되기 시작했다. K-pop이라는 장르가 글로벌화되고 기획사와 아티스트의 수가 증가함에 따라 가속화되었음을 알 수 있다. 하이브는 2021년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에서 사명을 변경하며 민희진 이사를 적극 영입해 하위 레이블 어도어를 만들었다. 그러나 독립 레이블이라 하더라도 중앙 기획사의 통제를 받는 구조에서 레이블의 재량권을 어디까지 허용하고 또 실제 행사할 수 있는지 애매하다. 중앙 기획사의 통제 하에 레이블의 자율성이 충분히 보장되지 않는 상황은 급기야 레이블 간 갈등과 저작권 및 표절 논란, 소속사 하이브가 뉴진스를 의도적으로 소외시킨다는 의문으로 번졌다. 이번 내분은 사실상 엔터테인먼트와 하위 레이블 간의 독립성에 있다는 의견이 많다. 방시혁 의장 역시 BTS라는 히트 콘텐츠를 프로듀싱한 혁신가지만, 뉴진스는 자신이 만든 게 아니라, 하위 독립레이블에서 만들어졌음을 지나치게 의식했다고 보는 것이다. 덧붙여 K팝 산업 내 창작물의 독창성 보호라는 이슈를 이야기하지 않고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다.2. 아티스트는 ‘노동자’인가?
아티스트 개인의 문제를 사회적 제도의 논의로 올려놓는 일도 있었다. 지난 9월 뉴진스는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통해 하이브 내 따돌림, 괴롭힘 등이 있었음을 폭로했다. 하니가 어도어와 경영권 갈등 상태인 하이브의 또다른 산하 레이블 빌리프랩의 소속 걸그룹 아일릿에게 인사를 하자 매니저가 자신을 향해 “무시해”라고 대놓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빌리프랩 측은 사실이 아니라고 맞섰다. 뉴진스의 팬클럽 버니즈가 직장 내 괴롭힘이라는 민원을 내며 재점화되었다.(근로기준법 제76조 2항은 직장 내 괴롭힘을 금지하고 있으나, 적용 대상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여야 함.)결국 하니는 10월 15일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및 고용부 소속기관을 대상으로 한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했다. 그러나 고용노동부는 "연예인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다"는 판단을 내놨다. 대법원이 2019년 연예인의 전속계약을 민법상 위임계약 또는 무명계약으로 판시한 판례를 인용해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고 볼 수 있다. 현재 연예인은 근로자가 아닌, 기획사와 전속계약을 맺은 '예외대상자'로 분류된다. 연예인의 노동 환경 개선을 위해 새로운 법적 지위 설정 및 보호 장치 마련의 필요성을 공론화했다고 평가받는다.3. 숨지 말고 ‘맞다이’
이들에게 상황은 불리하지만, 긴급 기자회견에서 나온 민지의 발언에서 뉴진스, 민희진의 앞날을 기대하게 된다. 앞으로도 어떤 난관에도 침묵하거나 주저 않지 않을 것 같아서다. “저는 사람의 마음가짐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용기 있는 사람이 세상을 바꾸고 본인의 삶을 더 주체적으로 살 수 있다고 생각해요. (…) 자기의 일은 스스로 나서지 않으면 어떤 것도 해결되지 않고, 또 절대 남이 해결해주지 않는다고 생각하거든요. (…) 물론 앞으로 많은 일들이 계속해서 벌어질 거고 어떤 방해가 있을지 모르지만, 우리 다섯 명이 뜻을 모아서 힘을 합쳐 모험, 도전을 즐기기로 했습니다.” 이들은 세상에 목소리를 끊임없이 냄으로써 요구와 의견을 당당하게 개진할 줄 아는 주체성을 가진 존재로 끊임없이 거듭난다. 사안의 전말이 어찌됐든 꾸준히 보여온 용감함에 그저 응원과 지지를 보낼 수밖에.
출처
https://www.harpersbazaar.co.kr/article/18739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