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석은 지난해 롯데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데뷔한 뒤 ‘사직 아이돌’로 불리며 인기몰이를 했다. 최근 트레이드를 통해 두산으로 이적한 그는 새 팀에서 재도약을 다짐했다. 배영은 기자
“제 유니폼을 사신 분들께 ‘후회하지 않게 해드리겠다’고 했는데….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떠나게 돼 죄송합니다.”
특급 유망주의 갑작스러운 이적 소식에 롯데 팬들은 매우 놀랐다는 반응이다. 김민석은 “나 역시 처음에는 잘 믿기지 않았다. (소식을 전해주신 분이) 장난치시는 줄 알았다”며 “기사가 하나둘씩 나오는 걸 보고 그제야 실감이 났다. 한동안 멍하니 앉아있었다”고 말했다.
올 시즌엔 혹독한 2년 차 징크스를 겪었다. 김태형 감독 부임 후 첫 스프링캠프에서 치열한 외야수 주전 경쟁을 이겨내지 못했다. 개막 후 2군에 주로 머물렀다. 1군에서는 41경기에 출전해 타율 0.211(76타수 16안타), 6타점, 14득점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김민석은 “올해는 개막 엔트리에 들지 못하면서 심리적으로 많이 흔들렸다. ‘빨리 결과를 내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급해졌다”며 “야구장에서 상대 투수가 아니라 나 자신과 싸운 시간이 더 많았던 것 같다”고 토로했다.
김민석은 시즌이 끝난 뒤 일본 미야자키 마무리캠프에 참가해 구슬땀을 흘렸다. 압박감을 떨쳐내고 자신감을 되찾기 위해 하루하루를 충실히 보냈다. 그러다 귀국 예정일을 이틀 앞두고 트레이드 소식을 들었다.
김민석은 “올 시즌 후반부터 나 자신이 조금 작아진 느낌을 받았다. 지금은 자신감이 다시 생겼다”며 “(트레이드가) 내게 엄청나게 큰 동기 부여가 된 것 같다. 두산에서 다시 일어서고 싶다”고 말했다.
두산에는 김민석이 본보기로 삼을 만한 선배 외야수가 있다. 김민석의 어머니는 트레이드 이후 집으로 찾아온 아들에게 ‘정수빈’이라는 이름이 새겨진 어린이용 두산 유니폼을 꺼내 들었다. 김민석은 “아버지와 처음으로 함께 다닌 야구장이 잠실구장이었다. 당시 부모님이 ‘가장 좋아하는 선수가 누구냐’라고 물으셨는데 내가 정수빈 선배님 이름을 이야기해서 그 유니폼을 사주셨다고 한다”며 “어렸을 때 두산 야구를 열심히 봤던 기억이 났다. 이렇게 선배님과 같은 팀에서 뛰게 됐으니 여쭤보고 싶은 게 많다”고 했다.
이제 김민석이 입을 두산 유니폼엔 ‘정수빈’이 아닌 자신의 이름 석 자가 새겨진다. 그는 프로 3년 차가 되는 내년을 재도약의 원년으로 삼을 생각이다. 김민석은 “그동안 많은 사랑을 보내주시고 아껴주신 롯데 팬분들께 정말 감사드린다. 반갑게 맞아주신 두산 팬들께도 감사하다”며 “두산에서는 반드시 ‘야구 잘하는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고 했다.
배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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