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오면 공항은 크게 두 가지 작업으로 분주해집니다. 우선 활주로와 유도로 제설작업을 해야 합니다. 도로에 쌓인 눈을 치우는 것과 마찬가지로 항공기가 이동하고 뜨고 내리는 데 문제가 없도록 하기 위해서인데요.
인천공항의 경우 제설작업이 필요한 면적만 국제규격 축구장(100m×70m) 1140여개를 합친 것과 맞먹는다고 합니다. 최첨단 제설장비를 동원한다고 해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게다가 활주로에서 제설작업을 할 때는 순차적으로 하나씩 활주로를 폐쇄하고 눈을 치우기 때문에 항공기 이착륙도 지연될 수밖에 없는데요. 평소보다 사용 가능한 활주로 수가 줄어드는 탓입니다.
또 한 가지 중요한 작업은 바로 ‘디아이싱(De-Icing)’인데요. 항공기 표면에 쌓인 눈과 서리, 얼음을 깨끗이 제거하고 다시 얼어붙지 않도록 하는 작업입니다. 고온의 특수용액을 고압으로 항공기에 분사하는 방식으로 얼핏 '세차'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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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의 눈을 치우는 작업은 활주로가 아닌 항공기 전용 제빙처리장(제방빙장)에서 이뤄집니다. 항공기 위에 뿌리는 디아이싱 용액이 환경오염을 일으킬 우려가 있기 때문에 폐수처리 시설을 갖춘 전용 처리장을 만든 건데요.
인천공항은 두 개의 여객터미널 사이와 활주로 옆 등에 모두 25개의 제방빙장을 두고 있습니다. 항공기별로 제방빙장을 배정하는 건 계류장 관제탑에서 담당합니다.
제방빙장에선 통상 항공기 한 대에 디아이싱 차량 2대가 동원돼서 작업하게 됩니다. 시간은 비행기 크기에 따라 대략 25분~35분 정도 소요된다고 하는데요. 디아이싱 장비가 충분치 않아 한대만 동원되거나 하면 시간은 2배 이상 걸릴 겁니다.
이 같은 디아이싱 작업은 승객을 다 태운 뒤에 시행하는데요. 그러다 보니 비행기 탑승에서부터 이륙까지 걸리는 시간이 좀 더 길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 때문에 승객들 입장에서는 "승객이 타기 전에 미리 눈 다 치우고 오면 시간도 절약되고 할 텐데 왜 그렇게 안 하느냐"고 의문 또는 불만을 가질 수도 있을 겁니다.
승객을 다 태운 뒤 눈을 치우는 이유는 바로 '방빙 지속시간(Holdover time)' 때문입니다. 줄여서 'HOT'라고 부르는데요. 디아이싱 작업 때 다시 눈이 얼어붙지 말라고 뿌리는 방빙액의 효능이 유지되는 시간을 의미합니다.
만일 이 시간을 넘기도록 이륙을 하지 못하게 되면 다시 디아이싱 작업을 받아야만 합니다. HOT는 주로 미국연방항공청(FAA)의 기준을 따르는데 항공기 기종과는 상관없이 작업 때 쓰는 방빙액 타입과 혼합비율, 강수 종류, 항공기 표면온도 등에 따라 달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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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보면 승객을 태우기 전에 디아이싱 작업을 했다가 탑승절차와 이륙 대기 과정에서 예상외로 시간이 지체되면 다시 눈을 치우러 가야 하는 낭패를 볼 수도 있습니다. 반면 승객을 다 태운 뒤에 눈을 치우면 HOT에 좀 더 여유가 생기게 되는 겁니다.
이런 과정을 거쳐 항공기가 일단 이륙을 하게 되면 안전에는 별문제가 없다고 하는데요. 비행기는 통상 구름 위를 날기 때문에 비나 눈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는 데다 항공기 자체적으로도 결빙을 막는 시스템을 장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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