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기사/뉴스 [IS리뷰] ‘소방관’ 논란보다 더 뜨거운 진심
5,726 6
2024.11.28 11:40
5,726 6
zjkfMx

보다 보면 안타까운 탄식이 절로 나온다. 흐르는 피와 땀, 눈물을 신경 쓸 겨를도 없는 소방관들의 노고와 희생에 한번, 그리고 그 영웅들의 얼굴을 자연스레 그려낸 배우들의 호연에 다시 한번. 박수받아 마땅할 이야기인 ‘소방관’이지만 뒷맛이 쓴 것은 역시 주연배우 곽도원이 끼얹은 ‘음주운전’ 오명 탓이다.

‘소방관’은 실화를 영화적으로 재구성했다고 선언하며 출발한다. 2001년 3월 4일 오전 3시 47분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홍제동 다세대 주택에서 방화로 인해 발생한 ‘홍제동 화재 참사 사건’을 기점으로 전과 후를 조명한다. 첫 장면은 사건 발생 4개월 전인 2000년 11월, 서부소방서 대원들의 일과 풍경이다. 술에 취해 불을 지르겠다고 난동을 부리는 시민을 설득하고 저지하는 일부터 교통사고 구출 등 정신없이 돌아가는 현장을 새로 발령받은 신입 소방대원 철웅(주원)의 눈으로 담는다.

알고 보니 서부소방서는 5년 연속 구조대상자 구출 횟수 전국 1등인 구조반장 진섭(곽도원)을 중심으로 유독 사건 사고를 가리지 않고 몸을 던지는 곳이기에 체육특기생 출신 엘리트 철웅에게 낯설고 당황스럽기만 하다. 대원들은 저마다 철웅이 적응할 수 있도록 소방관의 마음가짐을 알려주지만, 요는 하나다. 자신의 안위보다 요구조자를 우선하라는 것이다.


유독 불길한 사건의 복선들과 함께 단 한 치의 예상도 빗겨나가지 않는 전개가 이어진다. ‘저승사자 도포 자락’ 같은 자욱한 검은 연기와 뜨거운 불길도 위협적이지만 사실 주택가 골목의 불법주정차 차량이나 불법 증축 등 개인의 편의만을 우선한 것들이 자잘하게 쌓여 결국 소방관의 목숨까지 앗아간다. 곽경택 감독은 뜨거운 화마와의 전투 장면을 재난 스펙터클로 다루기보단 우리 사회의 단면을 녹여 거울처럼 제시했다.

신입 대원의 눈물겨운 성장을 그리면서 명백히 부실한 소방관의 처우와 미비한 제도를 함께 건드리는 것도 이 작품의 미덕이다. 훨씬 극적으로 그릴 수 있는 장면을 간결한 대사로 담백하게 누르면서 마치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리얼리티도 부여했다. ‘장사리: 잊혀진 영웅들’과 ‘극비수사’ 등 실화를 진정성 있게 다뤄낸 곽 감독이기에 그 어떤 연출 기교보단 소방관들의 치열함과 진지함을 담는데 주안점을 뒀다는 것이 충분히 느껴진다.


KDEWYO

인물들도 감정선이 묵직하게 표현됐다. 주원은 맑은 눈빛에 동료들과의 유대와 내적 방황을 담아내면서 점점 성장하는 깊이를 그려냈다. 소방대원 선배들로 분한 이준혁과 오정환, 김민재 또한 이야기의 한 축으로서 소방관들의 평범하고도 숭고한 모습을 가감 없이 그렸다. 현장을 서포트하는 구조대장 인기 역 유재명과 구급대원 이유영 또한 애타는 관객의 심정을 잘 대변했다.

관건은 곽도원에 관객이 얼마나 몰입할 수 있을 것이냐다. 그가 연기한 진섭의 존재감은 극의 처음부터 끝까지 상당하다 못해 충만하다. 주원이 연기한 철웅은 그의 의지를 이어받을 다음 세대일 뿐 이 작품이 홍제동 사건으로 기리고자 하는 참된 ‘소방관’의 화신은 바로 진섭이기 때문이다 

‘소방관’은 곽도원이 지난 2022년 9월 음주운전으로 적발되면서 개봉을 무기한 연기했을뿐더러 홍보에도 적잖은 타격을 입었다. 물의만 일으키지 않았더라면 충분히 설득력 있는 연기를 해냈기에 지난 8일 제작발표회에서 “솔직한 심정으로 아주 밉다. 원망스럽다”고 털어놓은 곽 감독의 심경이 헤아려진다.

출연자 논란으로 외면받기에는 아쉬울 정도로 뜻깊은 작품이다. 분명한 인명 재해였던 홍제동 사건을 되새기며 당사자들을 추모할 뿐 아니라 다시는 이런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곱씹게 한다. “국민을 위해 산화하신 모든 소방관을 위해 바칩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흘러나오는 박효신의 OST ‘히어로’도 끝까지 뜨겁다. 

오는 12월 4일 개봉. 12세 관람가. 106분. 


https://naver.me/GPdsyGAo


목록 스크랩 (0)
댓글 6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케이트💘] 🎂크리미몬스터 3종 & 립몬스터 히트헤이즈 체험단 모집 이벤트(50인) 436 04.21 38,925
공지 [공지] 언금 공지 해제 24.12.06 1,785,603
공지 📢📢【매우중요】 비밀번호❗❗❗❗ 변경❗❗❗ 권장 (현재 팝업 알림중) 24.04.09 6,559,954
공지 공지가 길다면 한번씩 눌러서 읽어주시면 됩니다. 23.11.01 9,679,848
공지 ◤더쿠 이용 규칙◢ [스퀘어 정치글 금지관련 공지 상단 내용 확인] 20.04.29 28,952,428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66 21.08.23 6,749,702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44 20.09.29 5,669,239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494 20.05.17 6,425,776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3998 20.04.30 6,719,876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9. 스퀘어 저격판 사용 금지(무통보 차단임)] 1236 18.08.31 11,783,700
모든 공지 확인하기()
2696004 이슈 강아지가 매일 틈만나면 가출을 했던 이유...jpg 3 20:18 804
2696003 이슈 핫게 갔던 피네이션 여자 연생들 그룹명으로 추정되는 이름.jpg (많이 긺) 13 20:18 540
2696002 이슈 2013년 샤이니 - Breaking News 1 20:18 54
2696001 기사/뉴스 "예비역 육군병장 한덕수입니다"‥시정연설 반발 침묵시위 예고 3 20:17 313
2696000 이슈 @ 아니 x발 마따뛰 사투리버전으로 읽어달라고 하시니까 1 20:17 199
2695999 기사/뉴스 [속보] 법원 ‘마약 투약 혐의’ 이철규 아들 구속영장 발부 8 20:16 370
2695998 이슈 현재 해외에서 반응 난리난 해외 여자 가수.jpg (더쿠에 이 가수 아는 덬... 있을까? 있겠지? 있었으면 좋겠다...) 13 20:15 1,133
2695997 이슈 퇴사한지 11년 된 회사에서 온 편지.jpg 34 20:15 1,781
2695996 이슈 슥 스윽 스윽 5 20:15 337
2695995 이슈 안먹은 사람은 있어도 한번만 먹은 사람은 없는 “냉마” 14 20:14 1,006
2695994 이슈 한국인은 누구보다 무한경쟁사회를 사랑하면서 왜 아닌척 하는것일까? 4 20:14 395
2695993 기사/뉴스 설경구·문소리·류준열 어디로 가나…씨제스 "배우 사업 정리" 6 20:13 581
2695992 이슈 장성규 없이도 하드캐리가 되는 최근 워크맨 게스트.ytp 1 20:13 557
2695991 이슈 구글맵에 폭로 당한 일본 양아치의 이중생활 15 20:12 1,683
2695990 이슈 차라리 솔직해서 귀여운 초보운전 스티커들 8 20:12 851
2695989 기사/뉴스 일본인들 싹 쓸어갔다…"35년 만에 최대 물량" 2 20:12 849
2695988 이슈 오늘 계속 잠만 잤다는 막둥이 후이바오🐼🩷 3 20:11 714
2695987 이슈 탐나는 조구만 인형 5 20:11 753
2695986 이슈 은혁이 포르쉐도 팔고 모닝타는 이유.jpg 42 20:10 2,403
2695985 기사/뉴스 김건희 여사 조사 임박‥검찰 "최대한 빨리 하자" 10 20:10 3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