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기사/뉴스 포장도 본질도 비호감, ‘히든페이스’ [한현정의 직구리뷰]
4,781 20
2024.11.28 11:29
4,781 20
HfcNBz

“성진씨, 나 지금 떠나는 중이야. 다시 베를린으로. 이 관계에 확신이 없어. 화도 나고 무섭고 너무 괴로워. 난 역시 결혼할 자격이 없는 것 같아. 다 내 잘못이야. 그러니까 내가 떠날게. 그동안 행복했어. 성진 씨도 행복해야 해. 안녕.”

약혼자가 남긴 이 영상을 본 ‘성진’(송승헌)은 기가 막힌다. 너무 서운하거나, 화가 나서, 후회스럽거나 혹은 미안해서, 그리워서가 아니다. 공적으로나 사적으로도 난감하기 때문이다. 당혹스럽고 골치가 아프다. 떠밀린 김에 공적인 일, 오케스스트라의 빈 자리부터 채운다. 당장은 가장 쉬운 일이니까.

성진의 약혼자 ‘수현’(조여정)은 단장의 딸이자 오케스트라의 메인 첼로리스트, 금수저다. 흙수저인 성진 입장에선 다소 아니꼽게 보일 여지도 다분하지만 그만큼 누리고 있다. 사실 까놓고 보면 (수현이) 딱히 잘못하는 것도 없다. 좀 이기적이고 유치하지만 심플하고도 솔직하다. 고마운건 고마운 거, 아닌 건 아닌 거. 미안하면 사과도 잘 한다. 말은 그렇게 안 하지만 감정은 오히려 더 순수하고. 있는 그대로, 보이는 대로 받아들인다. 마음대로 되지 않을 땐 충동적이고 철은 없지만.


이들 사이에 문제의 여성이 등장한다. 수현의 후배라는, 어딘가 좀 수상한, ‘미주’(박지현)다. 기막힌 타이밍에 나타난 그녀는 아름다운 비주얼로 한 번, 약한듯 당찬 매력으로 두 번, 슈베르트의 음악으로 세 번 성진의 눈에 든다.

성진은 그런 그녀에게 본능적으로 끌린다. 게다가 ‘흙수저’란 공통점도 있다. 슬픈 공감대일수록 더 타오르는 법, 둘은 빠르게 가까워진다. 어떤 이유로 밀실에 갇힌 수현은 이들의 욕망을 직관하게 된다. 돌이킬 수 없고, 선을 넘어도 한 참 넘은, 세 남녀의 얽히고 설킨 이야기다.


‘방자전’ ‘인간중독’으로 금기된 사랑과 욕망, 계급 등의 화두를 한끗 비튼 색다른 시선으로 풀어내온 김대우 감독의 신작답게 품은 큰 키워드는 비슷하다. 다만 동명의 원작 영화의 설정을 재해석 했다. 주요 캐릭터 관계 설정을 바꾼 것을 토대로 훨씬 많은 것들을 버무렸다. 감독의 실험 정신이 가득 담겨 스토리의 전개도, 숨은 진실도 다 예상을 깬다.

하지만 이 ‘깬다’는 것이 다 좋다는 의미는 아니다. 과하고, 개연성이 부족하며, 피로할 정도로 꼬았다. 겹겹이 쌓은 포장을 언박싱하는 재미도, 어렵게 확인한 알맹이에도 별다른 감흥이 없다. 파격과 엽기 그 사이 어디쯤. 누구나 가슴 속에 품고 있는 저 마다의 ‘비상식’을 그대로 표출한다고 다 ‘의미’가 되나.

무엇보다 세 인물 가운데 오롯히 공감하며 따라갈 곳이 없다. 갈등이 야기된 시작점을 알긴 알겠는데 그것이 이렇게 극단으로 치닫을 만한 명분은 부족하다. 욕망이니, 숨은 본성이니, 비밀이니 그럴듯한 방대한 키워드와 반복적으로 또는 억지스럽게 던진 몇몇의 상징적 대사와 장면만으론 그 연결이 상당히 부자연스럽다.

그래도 굳이 꼽자면 조여정이 연기한 ‘수연’에 조금 몰입이 되는데 이마저도 갈수록 투머치로 흘러간다. 밀실은 있지만 스릴은 없고, 노출은 있지만 그 수위만큼 섹시하진 않다. 백 투 더 퓨처의 연속이지만 그 사연이 별로 흥미롭지 않다. 자극적일 뿐 복잡스럽고 구구절절이다. 수위 높은 장면들로 어지저찌 후르륵 끌고가지만, 그렇게 마주한 엔딩은 ‘겉멋’만 가득하다.

배우들의 연기는 좋다. 특히 두 여주인공 조여정·박지현의 내공이 빛난다. 다소 민감한 부분들도 거부감 없이 살려낸다. 무리수 급변의 구간들도 배우들의 힘으로 끌고 간다. 송승헌은 피해의식과 비겁함으로 중무장한 비호감 플러팅 캐릭터를 무난하게 소화해낸다. 농익은 노출 연기 외 별다른 인상은 주지 못하지만.

메가폰의 불타는 열정은 작품 안에 담긴 요소들의 균형을 불태운다. 원작의 색깔을 재해석하는 과정에서 한국판 치정극도 넣고, 감독 고유의 색깔도 업그레이드 하고, 스릴러적 쫄깃함도 살리고, 비주류 요소와 철학적 질문까지 던지니 보는 이들도 버겁다. 한켠 ‘기생충’의 파격 변주를 소망했나 싶기도 하다. 그 정도로 겹쳐지는 부분들이 보인다.

분명 전형적인 맛은 아니다. 파격적이다. 문제는 아는 맛이든 새로운 맛이든 일단 맛있어야 하는데...성별에 따라, 기대하는 바에 따라,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극명하게 나뉠것 같다. 의미있는 ‘논쟁’을 만들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그만한 깊이가 없다. 아, 노출 수위는 예상대로 높다.

오는 20일 개봉. 청소년관람불가. 러닝타임 115분.


https://naver.me/5KbnVVfN

목록 스크랩 (0)
댓글 20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랩클💚] 푸석해진 환절기 피부에 #윤슬토너로 윤광 챠르르~ 랩클 펩타이드 크림 토너 체험 이벤트 285 02.18 12,326
공지 [공지] 언금 공지 해제 24.12.06 935,009
공지 📢📢【매우중요】 비밀번호❗❗❗❗ 변경❗❗❗ 권장 (현재 팝업 알림중) 24.04.09 5,407,574
공지 공지가 길다면 한번씩 눌러서 읽어주시면 됩니다. 23.11.01 8,879,340
공지 ◤더쿠 이용 규칙◢ [스퀘어 정치글 금지관련 공지 상단 내용 확인] 20.04.29 27,617,180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63 21.08.23 6,158,066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41 20.09.29 5,129,723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478 20.05.17 5,742,495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3992 20.04.30 6,165,564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9. 스퀘어 저격판 사용 금지(무통보 차단임)] 1236 18.08.31 11,056,529
모든 공지 확인하기()
335293 기사/뉴스 "제발 팔아주세요, 더는 못 버텨"…백기 든 '영끌족'  38 01:28 5,513
335292 기사/뉴스 "비대면 수업만 들었는데"…'코로나 학번'은 구직 포비아 5 01:10 2,723
335291 기사/뉴스 [단독] 이지아 父, 친일파 김순흥 땅 두고 분쟁…'사문서위조 전과'도 확인 251 01:05 22,585
335290 기사/뉴스 [단독] 세계 3대 투자자 짐 로저스 "이대로면 30년 안에 한국 사라질 것" 187 00:58 14,936
335289 기사/뉴스 캐나다서 여객기 뒤집힌 채 착륙…탑승 80명 중 최소 15명 부상 2 00:52 2,165
335288 기사/뉴스 오세훈 시장이 명 씨와 관계를 끊었다는 시점으로부터 두 달 뒤에도, 직접 명 씨 측 여론조사 결과를 내세워 홍보를 했던 사실이 새롭게 드러났습니다. 4 00:24 1,016
335287 기사/뉴스 [단독]"죄질 불량" 주호민子 특수교사 2심 선고 연기..변론재개 결정 25 00:02 3,094
335286 기사/뉴스 봉준호, 故 이선균 언급에 울컥 "누가 뭐라고 해도 좋은 사람이었다" 50 02.18 6,545
335285 기사/뉴스 명태균 폭로전에 오세훈·홍준표 재차 발끈…개별 의원들도 타격 우려 02.18 839
335284 기사/뉴스 봉준호 감독 "故이선균, 누가 뭐래도 좋은 사람…자책감 든다"('질문들') 02.18 1,102
335283 기사/뉴스 최교진 세종교육감 "늘봄학교 오후 8시까지 운영…안전 강화" 48 02.18 2,765
335282 기사/뉴스 블랙핑크 지수, 솔로 활동도 '호성적'..월드와이드 앨범 차트 최정상 8 02.18 1,118
335281 기사/뉴스 '오징어게임2' 원지안, '경도를 기다리며' 박서준과 로맨틱 코미디 호흡 2 02.18 1,727
335280 기사/뉴스 가수 비 "구준엽 위해 기도해달라"...대만 공연 중 故 서희원 애도 7 02.18 3,018
335279 기사/뉴스 국민연금, 차세대 해외투자 통합시스템 오픈…"신속 투자로 수익률 제고" 3 02.18 1,440
335278 기사/뉴스 심야에 여성 뒤따르던 50대 남성, 흉기 꺼내 성폭행 시도…긴급체포 12 02.18 2,796
335277 기사/뉴스 [단독] 전국체전 경기장 건립 포기?…“준비 부실” 2 02.18 1,275
335276 기사/뉴스 ‘버터 없는 버터 맥주’ 어반자카파 박용인, 1심 징역형 집행유예 17 02.18 4,350
335275 기사/뉴스 서희제, 영면 든 故서희원 향한 그리움…어린시절 추억 회상 “너무 보고 싶어” 8 02.18 4,858
335274 기사/뉴스 [속보] 러 외무 "美, 러시아 입장 더 잘 이해하기 시작" 5 02.18 1,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