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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사라진 랜드마크”…목 끝까지 차오른 자영업의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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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28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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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룡문고 앞에서 만납시다.”

 

대전 시민이라면 이젠 더 이상 들을 수 없는 말이다. 대전 중구 중심가에서 1996년 문을 연 계룡문고가 29년의 역사를 뒤로하고 지난 9월 영업을 종료했다. 지역 문화를 대표하던 곳이자 지역 주민들의 만남의 장소로 애용되어온 이 서점은 2007년 선화동 대전테크노파크 건물 지하로 자리를 옮긴 뒤에도 도시의 랜드마크 역할을 충실히 해왔다.

 

그러나 대형 온라인서점과 전자책 시장의 확장으로 계룡문고는 경영난에 빠졌다. 다른 지역 향토서점들이 줄줄이 문을 닫는 상황에서도 계룡문고는 시민주 모집 등 다양한 방법으로 어려움을 극복하려 노력했지만 끝내 임대료 문제와 법적 갈등을 넘어서지 못했다. 서점주인 이동선 대표는 지난 9월 27일 폐업을 알리며 “끝내 지키지 못해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계룡문고에서 책과 함께한 경험이 여러분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길 바란다”고 말했다.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대전 시내 유성호텔도 올해 초 문을 닫았다. 1915년 문을 열어 109년이라는 유구한 역사를 가진 유성호텔은 한때 한 해 방문객 1000만 명을 기록할 정도로 유성온천의 랜드마크로 활약했지만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지난 3월 폐업했다.

 

내 고향의 만남의 장소, 랜드마크가 속속 사라지고 있다. 부산에서는 취업준비생과 직장인들로 문턱이 닳았던 남포동의 YBM어학원 부산광복센터가 지난 10월 31일 영업을 종료했다. 제주에선 지난 30년간 한림읍 학생들의 방앗간이었던 문구점 프리박스가 문을 닫았다. 한때 강북 최고의 상권이었던 신촌에선 크리스피크림 도넛, 맥도날드, 투썸플레이스에 이어 롯데리아 신촌로터리점마저 개점 18년 만인 지난 1월 23일 영업을 종료했다.

 

서울·경기권의 소개팅 필수코스이자 복잡한 강남역의 만남의 장소로 통했던 메가박스 강남대로점마저 지난 4월 문을 닫았으며, 신도림역의 상징이었던 현대백화점 디큐브시티의 내년 폐점 소식은 적잖은 충격을 안겼다. 내가 살던 곳의 만남의 장소였던 ‘랜드마크’는 지금 그 자리를 지키고 있을까.


폐업률 역대 최대

 

 

자영업의 위기를 보여주는 바로미터는 아슬아슬하다. 지난해 폐업 신고를 한 자영업자의 숫자는 98만6487명으로 2006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역대 최대 규모다. 폐업률만 10%에 달한다.

 

공식적인 통계는 지난해에서 멈췄지만 피부로 느껴지는 올해의 폐업 현황은 싸늘하다. 국내 최대 규모의 자영업자 커뮤니티인 ‘아프니까 사장이다’에서는 폐업·정리를 알리는 글이 하루에도 수시로 올라온다. 일산에서 액세서리 가게를 운영하는 A 씨는 “이 정도로 안 팔린 적은 올해가 처음이다”며 “10월 말부터는 주문이 일주일에 1~2건, 지난주부터는 아예 0에 그친다”고 토로했다.

 

위기는 더욱 가시화될 전망이다. 선행지표로 통하는 구글트렌드에서 ‘폐업’의 검색량은 5년래 올해가 역대 최대다. ‘5인 이상 집합금지’로 자영업자의 위기가 가시화된 코로나 때보다 상황이 더 안 좋다. 값이 100이면 해당 용어가 가장 많이 검색된 상태를 의미하는데 지난 5월 100을 기록했다. 2022년 가장 높은 값이 83으로 “코로나19 때보다 심각하다”는 자영업자의 말을 반영한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물가가 안정세에 있고 금리도 내려갈 수 있는 만큼 내수 회복 가능성은 있다”면서도 “자영업자·소상공인들의 부채 부담을 해소할 만큼의 충분한 매출 회복은 당장 어려울 것으로 보여 폐업은 계속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국책연구원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7월 경제 동향에서 경기 판단을 ‘다소 개선’에서 ‘개선세 다소 미약’으로 부정적으로 조정했다. 주된 요인은 ‘회복되지 못하는 내수’였다.

 

지난 3분기까지 10개 분기 연속 감소한 소매판매액 지수는 내수 부진의 깊이를 여실히 드러낸다. 소비의 또 다른 축인 서비스업 생산 역시 3년 반 만에 가장 낮은 증가율을 기록하며 내수 회복의 실마리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통계청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소매판매액지수는 100.7(불변·2020년=100)로 작년 같은 분기보다 1.9% 감소했다. 소매판매는 2022년 2분기(-0.2%) 꺾이기 시작한 이후 10개 분기째 감소하고 있다. 이는 1995년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후 가장 긴 기간의 감소 흐름이다. 1990년대말 ‘IMF 외환위기’ 때에도 보지 못한 불황이다.

 

‘위기의 자영업’, ‘자영업의 추락’과 같은 표현들은 업계를 묘사해 온 단골 소재였다. 그만큼 자영업자의 위기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KDI에 따르면 1997년 외환위기와 2003년 신용카드 대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 굵직한 거시경제 충격과 소비 침체가 닥칠 때마다 자영업은 큰 폭으로 출렁였다. 이진국 KDI 연구위원은 “국내 자영업의 위기는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기 훨씬 이전부터 존재해 현재까지 지속되는 추세적 현상으로 바라보는 것이 합당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오늘의 위기는 어제보다 더 깊어지고 있다. 인플레이션의 고착화와 과당 경쟁, 너무 빠르게 변하는 산업 트렌드가 한국 자영업 문제의 상수라면 코로나19 이후 ‘괴물’이 된 배달앱과 소비 양극화를 가속화하는 고급화 트렌드는 ‘변수’가 되어 시장의 판도를 180도 바꿨다.

 

-생략

 

전문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50/0000082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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