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가 내년 공사 운영에 사용할 자금이 최대 1조 원 가량 부족할 것으로 예측됐다. 코로나19 확산과 사회적 거리두기로 지하철 이용객이 급감했을 때와 비슷한 수준의 자금난으로, 공사는 자칫 유동성 위기가 도래해 부도(디폴트) 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대책 마련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공사는 경비 절감과 어음(CP) 발행, 지원 확대 등을 통해 급한 불을 끄겠다는 입장이지만, 자금난의 근본적 원인인 무임승차 손실 보전과 원가의 50% 수준에 불과한 지하철 요금 인상 등의 조치가 없다면 임시방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만성 적자에 시달리는 서울교통공사는 최근 자금 부족 상황을 주요 간부들과 공유했다. 내년 운영 자금은 8,570억 원 부족할 것으로 예측됐다. 올해 부족분(4,688억 원)의 약 2배 수준이다. 공사는 현금 흐름에 차질이 생겨 자칫 채무불이행(디폴트)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자구책을 마련하는 한편, 시와 시의회에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자금난 주요 원인은 무엇보다 운수수입 결손이다. 서울 지하철의 요금현실화율(수송 원가 대비 운임 비율)은 55%에 그쳐 승객 1명을 태울 때마다 858원 정도 손해를 본다. 65세 이상 노인을 비롯한 무임승차 손실도 올해 1~9월 3,048억 원(하루 평균 11.1억 원 손실)에 달한다. 이 추세가 연말까지 이어진다면 무임승차 손실만 4,000억 원을 넘을 전망이다. 또 올해 지하철 요금을 인상하기로 했다가 서민 부담 가중 및 물가 상승 우려 등의 이유로 무산된 데 따른 손실(396억 원), 기후동행카드 혜택 제공(392억 원), 15분 내 무료 재승차(264억 원) 등 정부와 서울시 정책에 따른 수입결손이 1,052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아울러 전기요금 인상 등 물가 상승으로 인한 동력비(327억 원), 외주용역비(328억 원) 등 각종 비용 증가로 어려움이 가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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