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공부하고 즐겁게 생활하던 학생들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해”
지난 18일 서울시의회 시정질문에서 국민의힘 김혜지 의원(강동구 제1선거구)이 본인의 지역구에 자리한 선사고를 직접 거명하며 "공부 안 하는 학교"라고 막말을 쏟아낸 가운데, 선사고 재학생들이 직접 반박에 나섰다.
선사고 학생회 관계자에 따르면, 학생회는 김혜지 의원의 시정질문에 관해 학생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지난주 구글폼을 이용해 받았다. 학생들의 전인적 성장을 도모하는 혁신학교 선사고의 취지에 공감하며 김 의원의 발언을 비판하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학생회가 반응을 옮겨 적은 포스트잇에서는 “혁신학교인 선사고는 진로‧탐구 체험활동이 많고, 학교 일을 결정하는 데 있어 학생들이 주체적으로 참여할 수 있어 좋다”, “우리 학교는 단순히 공부하는 기계를 육성하는 공장이 아니다. 학생을 하나의 인격체로 존중한다”, “지난 3년간 친구들과 잘 지내는 법, 자연과 친해지는 법, 그리고 어떻게 살아갈지를 배울 수 있었다”는 등의 내용을 찾을 수 있었다.
또 “공적인 자리에서의 한 마디가 재학생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해달라”, “학교의 실명을 공개하며 사실과 다른 발언을 한 건 부적절하다”, “학생들을 정치질에 이용하지 말아달라”, “직접 학교에 와서 다수의 의견을 통합하라”, “학교에 대한 부정적인 부분만을 부각하며 위화감을 조성하는 것이 정말 학생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냐”, “공부를 안 해서 행복한 학교라는 건 저희의 명예를 훼손하신 것 같다”, “깊은 반성과 사과를 하셨으면 좋겠다”는 등 김혜지 의원을 향한 비판과 사과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쌤들 힘들어하시니 슬펐다”
“학생들을 누구보다 사랑해주시는 쌤들이 가득한데 쌤들이 힘들어하시니 정말 슬펐다”, “편향적인 발언으로 선생님들과 학생들, 학부모님들의 마음에 상처를 줬다”는 안타까운 마음이 담긴 글들도 있었다.
한편 김혜지 시의원은 지난 21일 오후 본인의 SNS 계정을 통해 ‘저는 선사고 1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입니다. 저는 의원님 의견에 100% 동감입니다.’등의 내용이 담긴 문자 메시지를 공개했다. 그러나 입장을 묻는 기자의 문자에는 아직 답을 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선사고 학부모회의 사과 요구와 만남 요청에도 마찬가지로 응하지 않고 있다.
다음은 선사고 학생회가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해 기자에게 전한 학생들의 입장 전문이다.
저희의 입장은 정치적 신념과는 무관하며, 오로지 학생들이 주체가 되어 작성한 것임을 분명히 밝힙니다. 서울시의회 정례회 질의시간에서 선사고등학교를 언급하며, 재학생이 아닌 소수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학교 전체를 판단하고 주관적인 의견을 사실처럼 발언하신 점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합니다. 해당 발언은 많은 재학생들에게 상처를 주었고, 현재 여러 학생들이 이에 반박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선사고등학교는 학생들이 다양한 방면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학교입니다. 열심히 공부하고 즐겁게 학교생활을 하던 저희 학생들과 문제가 없던 학교가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된 점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저희 재학생들은 선사고등학교가 더 이상 정치적 도구로 사용되지 않기를 바라며, 해당 발언으로 인해 학교에 대한 오해가 생기지 않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https://www.educhang.co.kr/news/articleView.html?idxno=51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