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랠리’ 기대감에 청년들 코인 열풍 ‘재승차’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암호화폐 투자자 고아무개(31)씨가 마련한 ‘가상자산 과세 유예 인식제고’ 무료 커피차. 김가윤 기자
“직장 생활을 3년6개월 했는데 아무리 모아도 서울 부동산을 살 수 없겠는 거예요. 희망이 없으니까 결국 변동성이 큰 가상자산을 또 찾게 되더라고요.”
이아무개(31)씨는 지난 9월부터 비트코인을 구매하며 암호화폐(가상자산) 투자를 ‘다시’ 시작했다. 2017년 처음 코인 열풍이 불었던 때 하루 만에 90%의 폭락을 경험했고, 2021년 2차 열풍 땐 본전만 겨우 건진 그였다. 그런데도 그가 다시 암호화폐 투자로 돌아온 건 “미래 계획을 위한 돌파구가 필요해서”라고 했다. 비트코인을 미국 전략자산으로 비축하겠다고 공약한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은 확신을 더했다. “예전보다 안정적인 전략자산이 됐습니다. 이번엔 확실하다는 믿음이 있어요.”
암호화폐 대장 격인 비트코인 가격이 ‘트럼프 랠리’를 타고 연일 상승하는 가운데, 청년들 사이에 ‘3차 코인 열풍’도 시작되는 모양새다. 암호화폐 정보 누리집 코인마켓캡 집계 결과 국내 5대 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의 지난 23일 오후 6시 기준 24시간 거래 규모는 25조원을 넘어섰다. 지난 22일 유가증권시장(8조172억원)과 코스닥시장(7조9967억원)을 합한 것보다 10조원 가까이 많다. 비트코인도 지난 22일 9만9천달러를 돌파해 역대 최고가를 경신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엔 ‘대기업 직원이 코인 투자로 100억원 벌고 퇴직했다’는 투자 성공담이 돌고, 이를 보며 새로 암호화폐 투자에 뛰어드는 이도 늘고 있다. 직장인 나아무개(26)씨는 “폭락 이미지 때문에 처음에는 무서웠지만 주식만 해선 돈을 모을 수가 없었다”며 “비트코인 ‘적립식’ 투자를 시작하면서 한달에 50만원을 꾸준히 암호화폐에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학생 이아무개(25)씨도 “(트럼프 당선 이후) 투자 비중을 2배로 늘렸고, 주변 사람들도 다시 코인 투자를 알아보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상황이 이러니, 내년 1월1일부터 시행 예정인 암호화폐 과세는 젊은층 투자자에게 ‘공공의 적’이 된 모양새다. 서울 여의도·강남, 광주, 부산 등에선 ‘코인과세 유예하라, 부동산만 무한상승’, ‘청년들은 벼락거지, 코인마저 뺏어가냐’라는 문구를 단 트럭 시위가 전날부터 이어졌다. 국회 앞엔 1인시위와 함께 ‘암호화폐 과세 유예 인식 제고’ 무료 커피차를 운영하는 이들까지 나타났다. 커피차를 운영한 자영업자 고아무개(31)씨는 “루나 (대폭락) 사태 등 문제가 많았을 땐 국가가 보호 장치도 마련하지 않다가 (이제 와) 세금만 걷겠다고 한다”며 “코인이 청년 자산 증식 수단으로 떠오르는 상황에서 이용만 당하는 느낌”이라고 토로했다. ‘코인 과세를 무조건 유예해달라’는 내용의 국회 국민동의청원은 이날 기준 엿새 만에 7만2천명이 동의했다.
다만 앞선 암호화폐 열풍 사례처럼 변동성이 큰 가상자산에 대한 무분별한 투자가 미칠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공존한다. 실제 지난 24일 이후 비트코인 가격 상승세가 주춤하자 온라인 커뮤니티 곳곳에선 ‘벌써 불장 끝났느냐’는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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