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야오(MEOVV)가 두 번째 싱글 ‘TOXIC’을 발매했다. 9월 데뷔한 이 5인조 걸그룹은 YG엔터테인먼트 산하 더블랙레이블(THEBLACKLABEL) 소속으로, 수많은 히트곡을 만들어낸 레이블 수장 테디(TEDDY)가 지휘하고 있다. 데뷔 싱글 ‘MEOW’는 발톱을 뾰족하게 세운 고양이의 앞발이, 이번 신보는 역광을 받은 고양이의 머리가 커버를 채웠다. 아이돌 그룹의 음반에 멤버들 단체 사진보다 브랜딩 중심의 커버가 등장한 지는 오래됐지만, 미야오의 경우는 개중에서도 특이하게 눈에 띈다. 그룹 이름부터 고양이 울음소리를 뜻하는 영단어 ‘미야오’를 내세우고 있기도 하기 때문이다. 싱글 2장에 불과하기는 하지만 고양이 이미지를 적극 활용하는 모습이 제법 특이한 브랜딩으로 다가온다.
독특한 고양이 브랜딩
타이틀곡 ‘TOCIX’의 가장 큰 특징은 슬프고 감성적인 곡이라는 데 있다. 기존 K팝의 정석은 이목을 끌기 좋은 화려하고 화끈한 댄스곡을 중심으로 무대 퍼포먼스를 보여주며 대중에게 눈도장을 찍고 탄력을 받는 것이었다. 그리고 경력이 쌓이면서 감성적인 곡으로 발라드 성향의 가창력을 보여주거나 팬들의 마음에 가까이 다가가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함께 수록된 ‘BODY’도 데뷔곡 ‘MEOW’의 기조를 이어 힙합 기반의 만만치 않은 에너지를 들려주지만, 발매된 3곡 중 하나인 두 번째 타이틀을 한껏 감성적으로 꾸린 것은 다소 이례적이다.
이는 특히 과거 투애니원(2NE1)이나 블랙핑크(BLACKPINK)의 감상적 성향의 트랙이 해외 팬들로부터 깊은 공감을 이끌어내며 좋은 반응을 얻은 것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우리는 서로에게 독이 되지만, 너의 사랑을 놓칠 수는 없다(Together we’re so toxic/ But your love is something I can’t lose)” 같은 드라마틱한 사랑의 감정을 담은 영어 가사도 해외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만한 취향이다. 음악방송을 중심으로 성장해온 K팝 시장이 유튜브와 음원 스트리밍을 통한 해외 시장 공략으로 판도가 바뀌었음을 새삼 실감하게 되는 대목이다.
곡은 빠른 리듬으로 긴박감을 조성하는 베이스가 주도하며 미니멀한 편성 주위로 어둡고 축축한 공간을 만들어놓은 뒤 멤버들의 목소리를 호소력 있게 들려주는 데 집중한다. 숨 가쁜 듯 쉼표들을 짚어가며 부르던 노래는 후렴에서 한껏 감상적인 고음으로 뻗어간다. 후렴의 가성 아래로 애드리브처럼, 때로는 듀엣처럼 깔리는 보컬의 백업은 다소 헐거운 듯, 분방한 듯하면서도 분명하게 공간을 채운다. 특히 마지막 대목에서 텐션을 일으키며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곡 전반에서 유려함과 저돌성을 오가는 멤버들의 음색도 매력적이고 효과적이다. 그것이 브리지에서부터 멜로디의 리듬이 빨라지면서 격해지는 감정선을 확실하게 휘몰아가는 점도 탁월하다.
뮤직비디오에 등장하는 박쥐 날개와 발레 투투 드레스의 대조는 조금 미묘하게 다가온다. 달콤하고 쓰라린 양가적 감정의 표현이라고는 하나, 이를 백과 흑으로 대조하는 것은 다소 전형적이다. 특히 여성성이나 순수의 상징으로서 발레는 지나치게 닳고 닳은 감이 있다. 다만 이 같은 이미지들이 곡이 담고 있는 양면적 성격을 매우 알기 쉽게 전달하는 것은 사실이다. 사실 여성을 고양이에 비유하는 것도 진부하기는 한데, 우아한 보드라움과 날카로운 공격성을 동시에 지닌 고양이를 브랜딩 중심에 둔 그룹의 데뷔 초기 작품임을 감안하면 쉽고 확실하게 팀을 각인시키는 선택이라고도 할 만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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