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기사/뉴스 “어무이 부르면, 오이야(오냐)…” 국어 교과서 실리는 할머니 시
1,369 13
2024.11.25 19:54
1,369 13
이원순 할머니가 쓴 시 ‘어무이’. 류우종 기자
이원순 할머니가 쓴 시 ‘어무이’. 류우종 기자

어무이(이원순 할머니)

80이 너머도/어무이가 조타
나이가 드러도/어무이가 보고시따
어무이 카고 부르마
아이고 오이야 오이야
이래방가따

“80이 너머도(넘어도) 어무이(어머니)가 조타(좋다). 나이가 드러도(들어도) 어무이가 보고 씨따(싶다). 어무이 카고(하고) 부르마(부르면) 아이고 오이야(오냐) 오이야 이래 방가따(방갑다).”

경북 칠곡군에 사는 이원순(87) 할머니의 시 ‘어무이’의 일부다. 여든이 넘어 한글을 깨우친 칠곡 할머니들이 생을 꼭꼭 눌러 담아 쓴 시가 내년도 중학교 국어 교과서에 실린다.

경북 칠곡군은 “박월선, 이원순, 고 강금연, 고 김두선 할머니가 창작한 시 4편이 내년에 사용될 천재교과서 중학교 1학년 국어 교과서에 수록된다”고 25일 밝혔다.

교과서에는 고 강금연 할머니의 ‘처음 손잡던 날’, 고 김두선 할머니 ‘도래꽃 마당’, 이원순(87) 할머니의 ‘어무이’, 박월선(96) 할머니의 ‘이뿌고 귀하다’ 등 시 4편이 할머니들이 직접 그린 그림과 함께 수록된다.

이들 할머니들은 일제 강점기에 태어나 한국전쟁을 겪었다. 지독한 가난, ‘여자를 가르쳐서 뭐하냐’는 견고한 성차별 탓에 배움의 기회를 얻지 못했다. 하지만 읽고 쓰는 삶을 끝내 포기하지 않았다. 여든 넘어 한글학교에서 한글을 익히고 삶을 써내려갔다. 칠곡군은 할머니들의 시를 모아 ‘시가 뭐고’(2015) ‘콩이나 쪼매 심고 놀지머’(2016) 등 다수의 시집을 발간했다.

지난 22일 칠곡군청에서 열린 교과서 시 수록 자축 행사에서 이원순 할머니(오른쪽)가 감격하고 있다. 왼쪽은 김재욱 칠곡군수. 칠곡군 제공
지난 22일 칠곡군청에서 열린 교과서 시 수록 자축 행사에서 이원순 할머니(오른쪽)가 감격하고 있다. 왼쪽은 김재욱 칠곡군수. 칠곡군 제공

발음 나는 대로 적어 맞춤법엔 어긋나지만, 삶이 생생하게 담겨 저절로 ‘음성지원’ 되는 것이 할머니들이 쓴 시의 장점이다.

이뿌고 귀하다(박월선 할머니)

우리 손녀 다 중3이다.
할매 건강하게 약 잘 챙겨 드세요.
맨날 내한테 신경 쓴다.
노다지 따라 댕기면서 신경 쓴다.
이뿌고 귀하다.

이원순 할머니는 “교과서 수록을 누구보다 기뻐할 언니들이 고인이 되거나 거동이 불편해 안타깝다”며 “어린 학생들이 우리 할머니들의 시를 읽으며 부모님께 효도하고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을 가지길 바란다”고 했다.

한편, 칠곡군은 이날 “할머니들의 시와 그림이 소개된 칠곡군 약목면 복성리 도시재생구역 ‘벽화거리’에 교과서 수록을 알리는 현수막을 내걸고 ‘교과서 거리’ 스토리를 입혀 약목면 도시재생구역 정비에 나서겠다’고 했다.

 김재욱 칠곡군수은 “칠곡군에는 호랑이는 가죽을, 칠곡할매들은 시를 남긴다는 말이 있다. 칠곡 어르신들의 열정을 알리고 초고령화 시대 주류 문화의 하나로 자리매김할 실버 문화를 선도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최윤아 김규현 기자 ah@hani.co.kr

 

https://www.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1169016.html

 

 

목록 스크랩 (0)
댓글 13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웨이브X더쿠] 드덕들을 위해 웨이브가 개발한 스마트폰 중독 테스트 이벤트🔥 feat. 뉴클래식 프로젝트 760 11.22 45,010
공지 ▀▄▀▄▀【필독】 비밀번호 변경 권장 공지 ▀▄▀▄▀ 04.09 3,788,248
공지 공지가 길다면 한번씩 눌러서 읽어주시면 됩니다. 23.11.01 7,606,436
공지 ◤더쿠 이용 규칙◢ [스퀘어/핫게 중계 공지 주의] 20.04.29 25,859,577
공지 ◤성별 관련 공지◢ [언금단어 사용 시 📢무📢통📢보📢차📢단📢] 16.05.21 27,257,919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54 21.08.23 5,335,771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31 20.09.29 4,315,499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456 20.05.17 4,905,213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3982 20.04.30 5,360,319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9. 스퀘어 저격판 사용 금지(무통보 차단임)] 1236 18.08.31 10,119,814
모든 공지 확인하기()
2562000 이슈 [KBO] 박성한은 "2년 전 우리가 우승했을 때는 그런(우승 프리미엄) 게 없었던 것 같은데 투표인단이 생각하는 게 모두 다르기 때문에 각 의견을 존중할 것" 22:31 37
2561999 이슈 MAMA 네컷 안재현 jpg 2 22:29 331
2561998 이슈 그나마 다행인거 같은 올리브유 근황 7 22:28 1,115
2561997 기사/뉴스 박명수 "지드래곤 무대, 안정적+멋져…라디오 언제 나올거냐"(라디오쇼) 1 22:28 76
2561996 팁/유용/추천 4분영상) 후라이팬으로도 가능한 고급쿠키 : 피젤쿠키만들기 22:28 263
2561995 이슈 디플 쇼케이스에서 인사하는 박보영 임수정 (5초인데 진짜 귀여움..) 5 22:26 417
2561994 이슈 ITZY 예지가 버블에서 불러준 캐롤가사가 이상(?)하다.X 22:25 271
2561993 이슈 전현무 생일 전날 진수성찬으로 차려준 정지선 쉐프 16 22:24 1,818
2561992 이슈 팬싸에서 아낀다 말아준 남돌 22:23 594
2561991 유머 표정이 다채로운 트렌센트(경주마) 22:22 75
2561990 이슈 무대에서 과호흡 온 아이돌이 다음날 한 일 3 22:22 1,616
2561989 유머 부산 광안리 불꽃축제 배달기사의 고충 4 22:21 1,313
2561988 유머 힙합 관두고 케이팝으로 전향한 에픽하이 17 22:19 2,061
2561987 이슈 4년 전 오늘 발매♬ 스다 마사키 '虹' 1 22:18 63
2561986 유머 엄먀는 루이꼬 🐼💜 11 22:17 845
2561985 기사/뉴스 [뉴스데스크] 이번 겨울 상어 때문에 대방어 비쌀 예정이라함.gisa 24 22:15 2,215
2561984 유머 하다하다 위키드까지 예언한 무한도전 19 22:14 2,829
2561983 이슈 알티 타는 중인 데뷔전 임시완을 심하게 질투했던 광희 일화 34 22:13 2,885
2561982 이슈 의외로 베이비몬스터 라미가 잘한다는 거 13 22:12 1,246
2561981 이슈 장보면서 이노래 나오면 개신남ㄹㅇ 갑자기 식재료들 존나 신선해보임.mp4 1 22:12 8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