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기사/뉴스 “어무이 부르면, 오이야(오냐)…” 국어 교과서 실리는 할머니 시
1,799 14
2024.11.25 19:54
1,799 14
이원순 할머니가 쓴 시 ‘어무이’. 류우종 기자
이원순 할머니가 쓴 시 ‘어무이’. 류우종 기자

어무이(이원순 할머니)

80이 너머도/어무이가 조타
나이가 드러도/어무이가 보고시따
어무이 카고 부르마
아이고 오이야 오이야
이래방가따

“80이 너머도(넘어도) 어무이(어머니)가 조타(좋다). 나이가 드러도(들어도) 어무이가 보고 씨따(싶다). 어무이 카고(하고) 부르마(부르면) 아이고 오이야(오냐) 오이야 이래 방가따(방갑다).”

경북 칠곡군에 사는 이원순(87) 할머니의 시 ‘어무이’의 일부다. 여든이 넘어 한글을 깨우친 칠곡 할머니들이 생을 꼭꼭 눌러 담아 쓴 시가 내년도 중학교 국어 교과서에 실린다.

경북 칠곡군은 “박월선, 이원순, 고 강금연, 고 김두선 할머니가 창작한 시 4편이 내년에 사용될 천재교과서 중학교 1학년 국어 교과서에 수록된다”고 25일 밝혔다.

교과서에는 고 강금연 할머니의 ‘처음 손잡던 날’, 고 김두선 할머니 ‘도래꽃 마당’, 이원순(87) 할머니의 ‘어무이’, 박월선(96) 할머니의 ‘이뿌고 귀하다’ 등 시 4편이 할머니들이 직접 그린 그림과 함께 수록된다.

이들 할머니들은 일제 강점기에 태어나 한국전쟁을 겪었다. 지독한 가난, ‘여자를 가르쳐서 뭐하냐’는 견고한 성차별 탓에 배움의 기회를 얻지 못했다. 하지만 읽고 쓰는 삶을 끝내 포기하지 않았다. 여든 넘어 한글학교에서 한글을 익히고 삶을 써내려갔다. 칠곡군은 할머니들의 시를 모아 ‘시가 뭐고’(2015) ‘콩이나 쪼매 심고 놀지머’(2016) 등 다수의 시집을 발간했다.

지난 22일 칠곡군청에서 열린 교과서 시 수록 자축 행사에서 이원순 할머니(오른쪽)가 감격하고 있다. 왼쪽은 김재욱 칠곡군수. 칠곡군 제공
지난 22일 칠곡군청에서 열린 교과서 시 수록 자축 행사에서 이원순 할머니(오른쪽)가 감격하고 있다. 왼쪽은 김재욱 칠곡군수. 칠곡군 제공

발음 나는 대로 적어 맞춤법엔 어긋나지만, 삶이 생생하게 담겨 저절로 ‘음성지원’ 되는 것이 할머니들이 쓴 시의 장점이다.

이뿌고 귀하다(박월선 할머니)

우리 손녀 다 중3이다.
할매 건강하게 약 잘 챙겨 드세요.
맨날 내한테 신경 쓴다.
노다지 따라 댕기면서 신경 쓴다.
이뿌고 귀하다.

이원순 할머니는 “교과서 수록을 누구보다 기뻐할 언니들이 고인이 되거나 거동이 불편해 안타깝다”며 “어린 학생들이 우리 할머니들의 시를 읽으며 부모님께 효도하고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을 가지길 바란다”고 했다.

한편, 칠곡군은 이날 “할머니들의 시와 그림이 소개된 칠곡군 약목면 복성리 도시재생구역 ‘벽화거리’에 교과서 수록을 알리는 현수막을 내걸고 ‘교과서 거리’ 스토리를 입혀 약목면 도시재생구역 정비에 나서겠다’고 했다.

 김재욱 칠곡군수은 “칠곡군에는 호랑이는 가죽을, 칠곡할매들은 시를 남긴다는 말이 있다. 칠곡 어르신들의 열정을 알리고 초고령화 시대 주류 문화의 하나로 자리매김할 실버 문화를 선도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최윤아 김규현 기자 ah@hani.co.kr

 

https://www.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1169016.html

 

 

목록 스크랩 (0)
댓글 14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공단기X더쿠] 공단기 회원가입+댓글만 작성하면 🐰슈야토야🐇한정판 굿즈 선물! 103 11.26 31,761
공지 ▀▄▀▄▀【필독】 비밀번호 변경 권장 공지 ▀▄▀▄▀ 04.09 3,882,415
공지 공지가 길다면 한번씩 눌러서 읽어주시면 됩니다. 23.11.01 7,688,638
공지 ◤더쿠 이용 규칙◢ [스퀘어/핫게 중계 공지 주의] 20.04.29 25,972,044
공지 ◤성별 관련 공지◢ [언금단어 사용 시 📢무📢통📢보📢차📢단📢] 16.05.21 27,366,647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55 21.08.23 5,378,054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31 20.09.29 4,342,665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458 20.05.17 4,939,054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3983 20.04.30 5,393,962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9. 스퀘어 저격판 사용 금지(무통보 차단임)] 1236 18.08.31 10,163,511
모든 공지 확인하기()
2565182 유머 조선시대때 폭설오면 누가 어케 치우지ㅠㅠ하고 궁금해져서 검색했는데 이런게 뜸 14:04 482
2565181 기사/뉴스 ‘치매 예방된대” 강남병원 줄서더니…알츠하이머 신약 마침내 국내 상륙[약 읽어주는 안경진 기자] 4 14:03 385
2565180 이슈 [피의게임3] (약ㅅㅍ) 오늘 두뇌서바덬들 가슴떨리게 만들었다는 장면 2 14:02 315
2565179 팁/유용/추천 토스 20 14:02 664
2565178 유머 근데 진짜웃긴거같다.. 너 이번주에 십년지기친구랑 키스해야되 이번주요?? 14:00 814
2565177 이슈 원덬이 보고 덬들이랑 꼭 같이 봤으면 하는 마음에 직접 캡처한 '이 시대를 어떻게 견디며 살아야 할까?' 1 14:00 166
2565176 이슈 방탄소년단 뷔 'Winter Ahead (with 박효신)' Official MV 2 14:00 186
2565175 유머 근데 진짜로 사람이라면 경상도 지역에 있는 눈사람은 부수지 마라 그건 진짜 싸.패.다 16 13:59 957
2565174 이슈 강혜원과 대화 중 문화충격 받은 덱스.JPG 32 13:59 1,612
2565173 이슈 [지금 거신 전화는 선공개] 유연석 "왜? 내가 덮치기라도 할까 봐?" 2 13:58 278
2565172 이슈 특정학생 11명 찍어서 법적조치 하겠다는 동덕여대 19 13:57 1,195
2565171 이슈 PARK JEUP (박제업) - 2ND MINI ALBUM [MELLIFLUOUS] Reset Official Music Video 13:56 63
2565170 유머 발씻구 닦구 전기장판에 넣어줬더니 답례로 이불을 핥아놈 3 13:56 1,072
2565169 이슈 12월에 결혼한다는 전 프로게이머 갱맘 이창석 선수와 버튜버 얏따.jpg 6 13:56 978
2565168 정보 파브리가 알려주는 파인다이닝이 비싼이유 2 13:55 1,009
2565167 이슈 김재중 느낌 있다는 말 아주 소소하게 있는 김재중 제작 걸그룹 멤버.jpg 4 13:54 741
2565166 기사/뉴스 브루노마스에 이은 케이팝 유망 신인 5 13:53 1,642
2565165 기사/뉴스 하이브, 뉴진스 전속계약 해지·방시혁 4000억 투자 차익 관련 해명 공시 27 13:51 2,104
2565164 기사/뉴스 아름다움이 강박이 된 사회가 만든 괴물…영화 '서브스턴스' 9 13:50 812
2565163 유머 사측,,이세요? 7 13:48 2,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