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기사/뉴스 “어무이 부르면, 오이야(오냐)…” 국어 교과서 실리는 할머니 시
3,421 14
2024.11.25 19:54
3,421 14
이원순 할머니가 쓴 시 ‘어무이’. 류우종 기자
이원순 할머니가 쓴 시 ‘어무이’. 류우종 기자

어무이(이원순 할머니)

80이 너머도/어무이가 조타
나이가 드러도/어무이가 보고시따
어무이 카고 부르마
아이고 오이야 오이야
이래방가따

“80이 너머도(넘어도) 어무이(어머니)가 조타(좋다). 나이가 드러도(들어도) 어무이가 보고 씨따(싶다). 어무이 카고(하고) 부르마(부르면) 아이고 오이야(오냐) 오이야 이래 방가따(방갑다).”

경북 칠곡군에 사는 이원순(87) 할머니의 시 ‘어무이’의 일부다. 여든이 넘어 한글을 깨우친 칠곡 할머니들이 생을 꼭꼭 눌러 담아 쓴 시가 내년도 중학교 국어 교과서에 실린다.

경북 칠곡군은 “박월선, 이원순, 고 강금연, 고 김두선 할머니가 창작한 시 4편이 내년에 사용될 천재교과서 중학교 1학년 국어 교과서에 수록된다”고 25일 밝혔다.

교과서에는 고 강금연 할머니의 ‘처음 손잡던 날’, 고 김두선 할머니 ‘도래꽃 마당’, 이원순(87) 할머니의 ‘어무이’, 박월선(96) 할머니의 ‘이뿌고 귀하다’ 등 시 4편이 할머니들이 직접 그린 그림과 함께 수록된다.

이들 할머니들은 일제 강점기에 태어나 한국전쟁을 겪었다. 지독한 가난, ‘여자를 가르쳐서 뭐하냐’는 견고한 성차별 탓에 배움의 기회를 얻지 못했다. 하지만 읽고 쓰는 삶을 끝내 포기하지 않았다. 여든 넘어 한글학교에서 한글을 익히고 삶을 써내려갔다. 칠곡군은 할머니들의 시를 모아 ‘시가 뭐고’(2015) ‘콩이나 쪼매 심고 놀지머’(2016) 등 다수의 시집을 발간했다.

지난 22일 칠곡군청에서 열린 교과서 시 수록 자축 행사에서 이원순 할머니(오른쪽)가 감격하고 있다. 왼쪽은 김재욱 칠곡군수. 칠곡군 제공
지난 22일 칠곡군청에서 열린 교과서 시 수록 자축 행사에서 이원순 할머니(오른쪽)가 감격하고 있다. 왼쪽은 김재욱 칠곡군수. 칠곡군 제공

발음 나는 대로 적어 맞춤법엔 어긋나지만, 삶이 생생하게 담겨 저절로 ‘음성지원’ 되는 것이 할머니들이 쓴 시의 장점이다.

이뿌고 귀하다(박월선 할머니)

우리 손녀 다 중3이다.
할매 건강하게 약 잘 챙겨 드세요.
맨날 내한테 신경 쓴다.
노다지 따라 댕기면서 신경 쓴다.
이뿌고 귀하다.

이원순 할머니는 “교과서 수록을 누구보다 기뻐할 언니들이 고인이 되거나 거동이 불편해 안타깝다”며 “어린 학생들이 우리 할머니들의 시를 읽으며 부모님께 효도하고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을 가지길 바란다”고 했다.

한편, 칠곡군은 이날 “할머니들의 시와 그림이 소개된 칠곡군 약목면 복성리 도시재생구역 ‘벽화거리’에 교과서 수록을 알리는 현수막을 내걸고 ‘교과서 거리’ 스토리를 입혀 약목면 도시재생구역 정비에 나서겠다’고 했다.

 김재욱 칠곡군수은 “칠곡군에는 호랑이는 가죽을, 칠곡할매들은 시를 남긴다는 말이 있다. 칠곡 어르신들의 열정을 알리고 초고령화 시대 주류 문화의 하나로 자리매김할 실버 문화를 선도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최윤아 김규현 기자 ah@hani.co.kr

 

https://www.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1169016.html

 

 

목록 스크랩 (0)
댓글 14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영화이벤트] 누구와 팀이 될지 신중할 것! 마블의 문제적 팀업 <썬더볼츠*> IMAX 최초 시사회 초대 이벤트 314 04.17 32,522
공지 [공지] 언금 공지 해제 24.12.06 1,739,623
공지 📢📢【매우중요】 비밀번호❗❗❗❗ 변경❗❗❗ 권장 (현재 팝업 알림중) 24.04.09 6,479,083
공지 공지가 길다면 한번씩 눌러서 읽어주시면 됩니다. 23.11.01 9,621,029
공지 ◤더쿠 이용 규칙◢ [스퀘어 정치글 금지관련 공지 상단 내용 확인] 20.04.29 28,858,252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66 21.08.23 6,709,326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43 20.09.29 5,632,489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494 20.05.17 6,375,210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3998 20.04.30 6,683,327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9. 스퀘어 저격판 사용 금지(무통보 차단임)] 1236 18.08.31 11,717,624
모든 공지 확인하기()
2691578 유머 로데오하는 부처님 1 18:47 104
2691577 이슈 국힘 경선 A조 토론 밸런스게임 1 18:47 195
2691576 이슈 아스트로 멤버들이 문빈 2주기 음원 ‘꿈속의 문’을 준비하게 된 이유 18:46 223
2691575 이슈 [KBO] 박병호 시즌 6호 홈런 1 18:46 128
2691574 유머 ?? : 왜 한국 좀비들는 존나 뛰어다닐까... 1 18:45 469
2691573 기사/뉴스 “실종된 송혜희 찾아주세요” 아빠는 가고 현수막만 남았다[후벼파는 한마디] 19 18:43 1,440
2691572 이슈 [KBO] 삼성 이재현 시즌 4호 홈런 3 18:41 262
2691571 유머 먼저 하늘나라 간 옛 주인의 영상을 본 고양이 13 18:40 1,317
2691570 이슈 [KBO] 흐름을 이어가는 한화 노시환의 쓰리런!! 16 18:38 735
2691569 이슈 미국인들이 치즈 광공급으로 치즈에 미쳐버린 이유 6 18:38 2,037
2691568 유머 주인 : 너도 하고 싶어?? (ft. 멍뭉이) 5 18:38 535
2691567 유머 아 오랜만에 윤두준이랑 결혼하고 싶어짐 9 18:36 1,285
2691566 이슈 진심 이게 가능하다고?? 싶은 요즘 한강헬스장 수준🏃‍♀️🏃🏋‍♀️🏋.jpg 19 18:36 2,517
2691565 이슈 김연아 인스타 사진 업뎃 7 18:35 1,358
2691564 기사/뉴스 [속보] 식약처, 몽고간장 회수 조치...3-MCPD 초과 검출 1 18:34 1,362
2691563 이슈 아스트로(ASTRO) - 꿈속의 문(Moon) : Commentary 2 18:34 251
2691562 이슈 충격적인 아싸리의 어원 28 18:33 2,106
2691561 정보 네페 15원 22 18:33 1,400
2691560 이슈 작년부터 고양종합운동장 개최 콘서트가 많아진 이유 46 18:29 4,718
2691559 기사/뉴스 남친 살인미수 20대 女 검거…"외도 의심" 7 18:28 1,1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