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기사/뉴스 “어무이 부르면, 오이야(오냐)…” 국어 교과서 실리는 할머니 시
3,398 14
2024.11.25 19:54
3,398 14
이원순 할머니가 쓴 시 ‘어무이’. 류우종 기자
이원순 할머니가 쓴 시 ‘어무이’. 류우종 기자

어무이(이원순 할머니)

80이 너머도/어무이가 조타
나이가 드러도/어무이가 보고시따
어무이 카고 부르마
아이고 오이야 오이야
이래방가따

“80이 너머도(넘어도) 어무이(어머니)가 조타(좋다). 나이가 드러도(들어도) 어무이가 보고 씨따(싶다). 어무이 카고(하고) 부르마(부르면) 아이고 오이야(오냐) 오이야 이래 방가따(방갑다).”

경북 칠곡군에 사는 이원순(87) 할머니의 시 ‘어무이’의 일부다. 여든이 넘어 한글을 깨우친 칠곡 할머니들이 생을 꼭꼭 눌러 담아 쓴 시가 내년도 중학교 국어 교과서에 실린다.

경북 칠곡군은 “박월선, 이원순, 고 강금연, 고 김두선 할머니가 창작한 시 4편이 내년에 사용될 천재교과서 중학교 1학년 국어 교과서에 수록된다”고 25일 밝혔다.

교과서에는 고 강금연 할머니의 ‘처음 손잡던 날’, 고 김두선 할머니 ‘도래꽃 마당’, 이원순(87) 할머니의 ‘어무이’, 박월선(96) 할머니의 ‘이뿌고 귀하다’ 등 시 4편이 할머니들이 직접 그린 그림과 함께 수록된다.

이들 할머니들은 일제 강점기에 태어나 한국전쟁을 겪었다. 지독한 가난, ‘여자를 가르쳐서 뭐하냐’는 견고한 성차별 탓에 배움의 기회를 얻지 못했다. 하지만 읽고 쓰는 삶을 끝내 포기하지 않았다. 여든 넘어 한글학교에서 한글을 익히고 삶을 써내려갔다. 칠곡군은 할머니들의 시를 모아 ‘시가 뭐고’(2015) ‘콩이나 쪼매 심고 놀지머’(2016) 등 다수의 시집을 발간했다.

지난 22일 칠곡군청에서 열린 교과서 시 수록 자축 행사에서 이원순 할머니(오른쪽)가 감격하고 있다. 왼쪽은 김재욱 칠곡군수. 칠곡군 제공
지난 22일 칠곡군청에서 열린 교과서 시 수록 자축 행사에서 이원순 할머니(오른쪽)가 감격하고 있다. 왼쪽은 김재욱 칠곡군수. 칠곡군 제공

발음 나는 대로 적어 맞춤법엔 어긋나지만, 삶이 생생하게 담겨 저절로 ‘음성지원’ 되는 것이 할머니들이 쓴 시의 장점이다.

이뿌고 귀하다(박월선 할머니)

우리 손녀 다 중3이다.
할매 건강하게 약 잘 챙겨 드세요.
맨날 내한테 신경 쓴다.
노다지 따라 댕기면서 신경 쓴다.
이뿌고 귀하다.

이원순 할머니는 “교과서 수록을 누구보다 기뻐할 언니들이 고인이 되거나 거동이 불편해 안타깝다”며 “어린 학생들이 우리 할머니들의 시를 읽으며 부모님께 효도하고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을 가지길 바란다”고 했다.

한편, 칠곡군은 이날 “할머니들의 시와 그림이 소개된 칠곡군 약목면 복성리 도시재생구역 ‘벽화거리’에 교과서 수록을 알리는 현수막을 내걸고 ‘교과서 거리’ 스토리를 입혀 약목면 도시재생구역 정비에 나서겠다’고 했다.

 김재욱 칠곡군수은 “칠곡군에는 호랑이는 가죽을, 칠곡할매들은 시를 남긴다는 말이 있다. 칠곡 어르신들의 열정을 알리고 초고령화 시대 주류 문화의 하나로 자리매김할 실버 문화를 선도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최윤아 김규현 기자 ah@hani.co.kr

 

https://www.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1169016.html

 

 

목록 스크랩 (0)
댓글 14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코스알엑스 체험단 100명 모집💙 신입 코스알엑스 보습제 더쿠 선생님들께 인사드립니다! 445 04.18 14,828
공지 [공지] 언금 공지 해제 24.12.06 1,729,504
공지 📢📢【매우중요】 비밀번호❗❗❗❗ 변경❗❗❗ 권장 (현재 팝업 알림중) 24.04.09 6,457,335
공지 공지가 길다면 한번씩 눌러서 읽어주시면 됩니다. 23.11.01 9,610,341
공지 ◤더쿠 이용 규칙◢ [스퀘어 정치글 금지관련 공지 상단 내용 확인] 20.04.29 28,839,738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66 21.08.23 6,704,948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43 20.09.29 5,627,891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494 20.05.17 6,368,507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3998 20.04.30 6,672,137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9. 스퀘어 저격판 사용 금지(무통보 차단임)] 1236 18.08.31 11,703,021
모든 공지 확인하기()
2691197 이슈 개막 한 달? 일단 모아 왔습니다.|이정후 2025 MLB 활약상 02:13 4
2691196 이슈 제베원 콘서트 보러간 더보이즈 영훈 02:08 142
2691195 유머 성우 섭외비 아낄려고 가족 총 동원한 게임 2 02:06 357
2691194 이슈 ODD YOUTH 오드유스 [I LIKE YOU] 초동 4일차 종료 🥳🎉 02:05 61
2691193 이슈 이게 바로 노인의 지혜고 연륜이구나 9 02:05 740
2691192 이슈 UNIS 유니스 [SWICY] 초동 4일차 종료 02:04 135
2691191 이슈 오타쿠가 연애를 못하는 이유.jpg 12 01:58 887
2691190 이슈 **텍스트혐 주의** 끔찍한 살인자를 만든 가해자는 한 명도 기소 되지 않은 미국 사건 5 01:51 1,370
2691189 이슈 외국인들 사이에서 이효리의 무대가 또 다시 유행 19 01:50 2,455
2691188 팁/유용/추천 현재 호불호 엄청 갈리고 있다는 신작 애니...jpg 8 01:46 1,224
2691187 이슈 오늘 방송하는 드라마 중에 본방사수 예정인 드라마는?..jpg 19 01:45 1,104
2691186 이슈 양질의 독서와 번역을 찾는 덬을 위한 추천도서 80 01:42 1,413
2691185 이슈 제로베이스원 성한빈 인스타그램 업데이트 (팬콘 첫날 사운드체크) 7 01:42 412
2691184 이슈 우리 나라에 다신 없을 대 반전 M/V TOP1 9 01:39 1,162
2691183 이슈 최근 일본 영화판에서 흥행성적 제일 좋은듯한 젊은 남자배우 9 01:38 1,284
2691182 이슈 재능 있어보이는 키스오브라이프 벨 ASMR 01:37 175
2691181 유머 길고양이의 매일 루틴에 포함된 한 남자🐈 14 01:37 1,327
2691180 이슈 빌리 문수아 인스타그램 업로드 7 01:34 1,453
2691179 이슈 15년 전 오늘 발매된_ "Without U" 3 01:33 311
2691178 이슈 덬들이 생각하는 보이그룹 전성시대는? 82 01:33 9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