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박신양이 자존심을 제대로 구겼다. 11년 만에 내놓은 주연작인 오컬트물 ‘사흘’이 1000만 관객을 돌파한 ‘파묘’로 인해 높아진 오컬트 인기를 이어가지 못할 정도로 혹평을 받으며 흥행에 참패했다.
24일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사흘’은 지난 14일 개봉돼 23일까지 열흘간 누적 관객 19만여 명을 모으는 데 그쳤다. 개봉 첫날 2위로 출발한 영화는 이틀째 3위로 순위가 떨어졌고, ‘위키드’, ‘히든페이스’ 등 신작이 잇따라 개봉되자 급기야 8위까지 급락했다. 한 달이나 먼저 극장에 걸린 ‘베놈: 라스트 댄스’에게도 순위가 밀렸다.
죽은 딸 심장에 깃든 악령과 사투를 벌이는 남자 이야기를 그린 ‘사흘’은 개봉 전까지만 해도 2013년 ‘박수무당’ 이후 선보이는 박신양의 13년 만 스크린 복귀작이자 그의 첫 호러 도전작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개봉 이후에는 어설픈 이야기와 완성도 등에 대해 실망감을 드러내는 관객 목소리가 빠르게 퍼지며 초반부터 긍정적 입소문 형성에 실패했다.
또한 ‘사흘’은 일찍이 1000만 관객을 넘으며 신드롬에 가까운 인기를 끌었던 ‘파묘’의 바통을 이어갈 작품으로 홍보했지만, 오히려 ‘파묘’ 완성도와 비교되며 이러한 홍보가 흥행에는 독이 된 분위기다.
특히 악귀에 들린 어린 소녀와 구마 사제의 등장 등 일부 설정이 2015년 흥행작 ‘검은 사제들’과 비슷해 SNS 상엔 “테무에서 산 ‘검은 사제들’”이라는 조롱 섞인 반응까지 나오기도 했다. 테무는 저품질 저가 상품을 판매하는 중국 쇼핑 플랫폼으로, 온라인에서 완성도가 현저히 떨어지는 작품이나 제품을 조롱하는 ‘밈’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런 반응은 각종 영화 평점으로도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실관람객 평점 CJ CGV 골든 에그 지수는 현재 상영 중인 영화 중 가장 낮은 69%를 기록하고 있으며, 네이버 영화 네티즌 평점과 평점 전문 플랫폼 왓챠피디아 점수 역시 각각 4.4(10점 만점)과 1.4(5점 만점)를 받았다.
한편, 2020년 촬영을 끝내 4년 만에 극장에 걸린 ‘사흘’의 흥행 실패로 이후 개봉하는‘창고 영화’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앞서 ‘원더랜드’, ‘행복의 나라’, ‘더러운 돈에 손대지 마라’ 등은 코로나 이후 급변한 극장 상황 등을 의식해 한참 개봉하지 못하다 뒤늦게 극장에 걸려 모두 흥행에 실패한 바 있다.
이승미 기자 sm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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