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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정년이' 키스신 찍었지만 편집... 이해 가능한 결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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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25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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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드라마 <정년이> 배우 정은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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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정년이>는 분명 소재 면에서나 주제 면에서나 그간 국내 작품에선 흔치 않은 특징이 여럿 드러났다. 동명의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하면서 여성 국극의 존재를 널리 알렸고, 제작진과 출연진 대부분이 여성으로 그 흔한 멜로 요소 하나 없이 두 자릿수 시청률이라는 기록을 남겼다.

이중 배우 정은채가 연기한 문옥경(정은채)은 1세대 국극 스타로 극 중 정년이(김태리)의 재능을 발견하고 그의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친 인물이다. 22일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난 정은채는 "모두가 꿈꾸는 요정 같은 캐릭터"라고 옥경을 소개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인생의 고비에서 옥경과 같은 존재는 누구에게나 전환점이자 꿈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남장 여자로 혹은 여장 남자로 변화무쌍한 연기력을 무대에서 마음껏 발산하는 문옥경은 이번 드라마에서 큰 축이자 기둥과도 같은 캐릭터였다.

국극과 소리 향한 진지한 접근

제작진이 국극과 판소리에 진심이었다는 건 방송 분량에서도 드러난다. 특히 해방 직후 1950년대를 풍미한 여성 국극을 실감 나게 묘사해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에서도 시청자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3회에선 '춘향전', 6회에선 '자명고' 무대가 담겼는데, 회당 60여 분의 분량 중 3분의 1가량을 할애한 만큼 큰 비중을 차지했다. 정년이 역의 김태리가 드라마 제작 단계 때부터 약 3년간 소리를 배웠다고 알려진 가운데 정은채 또한 촬영 전 4개월, 그리고 촬영 중에도 노해현 명창에게 소리를 배웠다.

"소리라는 걸 처음 접해봐서 너무 어려웠다. 말하는 방식도 노래 방식도 다르고 교과서처럼 정해진 게 아니라 접근법이 다양하더라. 총 세 명의 선생님이 각 배우를 나눠 맡으셨다. 국극의 경우 이옥천 선배님 작업실에 가서 직접 뵀는데, 마치 한 시대를 마주하는 느낌이었다. 당시 국극을 보면 굉장히 자유롭고 현대적인 상상이 가득 찼던 것 같더라. <정년이>를 통해 지금 소리 공연이나 창극 공연 티켓이 매진이라고 들었을 때 참 감동적이었다. 이 작품에 참여하신 많은 분이 염원하던 것 중 하나였지 않았을까 싶다.

드라마에 총 네 번의 공연이 나오는데 이야기나 캐릭터는 똑같아도 어떤 배우가 맡느냐에 따라 작품이 확 달라진다. 그게 무대 연기의 매력인 것 같다. 전 무대 밖 옥경과 무대 옥경이 다른 캐릭터를 연기하는 모습을 표현해야 했는데 정말 많은 걸 배웠다. 기술적인 것도 그렇고, 배우들의 합 등 <정년이>를 통해 한꺼번에 배울 수 있었다. 배우끼리 서로 자료를 공유하기도 했고, 촬영 전에 다 같이 만나 국극을 보러 가기도 했다. 미지의 세계였다가 촬영하면서 고유의 매력과 아름다움에 매료됐다. 언젠가 무대 연기를 해보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이 있었는데 <정년이> 이후로 다양하게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정은채는 "옥경이라는 인물이 정년이의 삶에 지표가 되어주기도, 길잡이가 되어주기도 하는데 저 또한 다양한 경험을 통해 그런 인물이 되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또 "중성적 모습의 옥경을 표현할 때 제 안에 있는 또 다른 것들을 활용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머리를 짧게 자르는 등) 외형 변화도 주고 연기적으로도 과하지 않게 중성적 매력을 많이 연구도 했다. 스스로는 여성스러움과 거리가 있는 사람이라 생각해서 분명 잘 표현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감독님께서 그런 부분을 잘 봐주셨던 것 같다. 배우들도 1박2일 워크숍을 다녀왔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서로 일면식 하는 시간이었다. 정말 여고에 와 있듯 제작진과 선생님들, 배우들이 가까워질 수 있었다."

정은채 마음에 남은 인물들

정은채는 극 중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 배우 김윤혜가 연기한 서해랑이 가장 마음에 남고 마음이 쓰인 역할이라고 말했다. 서해랑은 동료 배우로 옥경과는 다르게 정년에게 시련을 주고, 동시에 옥경과 산전수전 다 겪은 둘도 없는 친구다. 정은채는 "연기할 때 가장 차가운 태도로 해랑을 대했기에 안쓰러운 마음이 가장 컸다"며 말을 이었다.

"실제로는 친하게 지내다 보니까 촬영을 마칠 때마다 미안하다고 했다(웃음). 다른 캐릭터에겐 따뜻한 시선을 보내는데 해랑에게 만큼은 그러질 안 잖나. 이후 해랑은 어떻게 살아갔을지 궁금하기도 하고. <정년이>가 특별히 멜로가 중심인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성장에만 매달린 드라마가 아닌 여러 색채가 묻어 있는 작품이기에 각 캐릭터를 대할 때마다 마음이 굉장히 복합적이 된다. 그중에서 해랑과 옥경은 가족과도 같다. 드라마엔 표현되진 않지만 각자의 장단점을 다 공유하고 있을 거로 생각했다."

이 과정에서 정은채는 김태리를 비롯해, 함께한 배우들 이름을 하나하나 언급했다. 옥경처럼 현장에서 훌륭한 리더였던 김태리, 쉽지 않은 캐릭터를 밉지만 않게 입체적으로 표현한 김윤혜, 역시 미울 수도 있는데 안쓰러운 마음이 들게 설득력을 만들어 준 신예은 등을 말하며 정은채는 "감독님이 그간 우리가 보지 못했던 캐릭터를 발굴해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안목이 대단했다"고 강조했다.

정은채 말대로 <정년이>를 연출한 정지인 감독은 MBC <옷소매 붉은 끝동>으로 주목받은 베테랑이다. "여성 제작진, 여성 배우, 여성 선생님 등 역할을 떠나 같은 여성으로 느끼는 연대감이 있었다"며 정은채는 "구구절절 이야기하는 것 같진 않지만 모든 캐릭터를 굉장히 섬세하게 다뤄주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물론 결말 부분에서 원작과 전혀 다른 설정, 퀴어 코드의 삭제 등은 일부 시청자들의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런 엇갈린 반응에 정은채는 "실제 대본에 담겨 있던 건 다 촬영했으나 편집 과정에서 직접적으로 표현하기보다는 시청자분들의 상상력을 건드리는 방향이 된 것 같다"며 "키스 장면을 찍었지만 편집됐는데 방송으로 확인한 문옥경의 선택도 자연스럽게 생각했다. 적절한 때에 문옥경이 자릴 물려주고 떠난다는 건 이해 가능한 결말이었다"고 답했다.

최근까지 정은채는 <안나>·<파친코>·<정년이> 등으로 OTT와 TV에서 더욱 대중에 가까워졌다. 그는 "배우 활동을 하며 다행이라고 생각이 들 정도로 제 안의 여러 감정이나 상처를 연기할 때 꺼내고 있다"며 "정년이에게 춘향전의 방자 역을 맡길 때 누군가의 것이 아닌 자기만의 방자를 찾으라고 하듯, 어떤 연기를 할 때 나만의 분명한 것을 찾으려 한다"고 말했다.

"그 대사가 제게도 울림이 컸다. 저만의 분명한 무엇이 있어야 연기를 계속 잘해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 작품은 제가 한 발 뒤에서 바라보는 장면이 많았는데, 나만 연기에 몰두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 상대 배우의 이야기를 잘 듣고 주변을 잘 살피는 게 나만의 것을 표현하기 위해 더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는 걸 배웠다. 다른 인물에게서 저의 다른 얼굴을 꺼내는 게 낯설 때도 있지만 짜릿함이 있다. 앞으로도 또 다른 모습 보여드릴 수 있으면 좋겠다."


이선필(thebasis3@gmail.com)


https://m.entertain.naver.com/article/047/00024534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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