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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정숙한 세일즈'가 쏘아 올린 요즘 성인용품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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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24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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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여! 욕망을 곧-추 세워라!’

지난 17일 종영한 드라마 <정숙한 세일즈>의 포스터 슬로건이다. <정숙한 세일즈>는 ‘성’을 금기시한 1992년 한 시골 마을에서 성인용품 방문 판매에 뛰어든 여성 4인방의 이야기다. 여성의 성욕을 전면에 내세우며 여성들이 사회적 편견에 맞서 성장하는 과정을 유쾌하게 그려냈다. 

“최근에 본 영화처럼 도발적으로 해보고 싶다.”
“꿈도 못 꿀 부의 상징, 차 안에서 해보고 싶다.”
“가방끈 콤플렉스가 있어 지적인 남자와 지적인 분위기 속에서 하고 싶다.”


극중 ‘방판 씨스터즈’ 4인방이 자신들의 성적 판타지에 대해 밝히는 대사들하며, ‘바이브레이터(여성용 진동 자위 기구)’를 처음 사용하는 정숙(김소연 분)의 집 주변에 폭죽이 터지는 연출은 ‘성’을 대놓고 언급할 수 없는 ‘어떤 벽’을 허문다. 

아래가 뚫린 속옷을 두고 “손님이 어서 들어오시라고 문을 열어놓고 장사하는 가게 주인의 마음”이라 빗대고, 남사스럽다는 주민들의 반응에 “셔터는 주인이 내리는 것”이라고 받아치는 주인공들의 모습은 ‘성인용품’을 자연스럽게 양지로 끌어올렸다. 


이런 장면도 있다. 바이브레이터를 소개하려는 정숙을 향해 한 마을 주민은 “마이크여?”라고 묻는다. 또 다른 주민은 “줄이 없는디? 저건 마늘 빻는 절구 방망이 아녀?”라고 말한다. 그러자 정숙은 “일종의 마사지 기기 같은 거다. 얼굴 마사지가 아니라…”며 얼버무린다. 


1990년대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지만 현시대에도 비슷한 상황을 찾아볼 순 있다. 2022년 모 커뮤니티 게시물 작성자들은 “바이브레이터란 게 대체 뭔가요?”, “바이브레이터가 뭐죠? 러브레터인가요?”라고 물었다(진담으로 답을 구하는 글인지 확인할 길은 없지만).


반대로 달라진 성 인식을 반영한 장면이 있는 작품도 있다. 10월 종영한 드라마 <손해 보기 싫어서>는 성인용품을 다루는 작품은 아니지만, 주인공 해영(신민아 분)이 편의점에서 콘돔 여러 개를 집어 계산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해영은 “노콘(콘돔), 노섹(섹스). 얼마나 조신해. 21세기에 이것보다 더 조신할 순 없어”라고 말한다. 해영이 생각하는 ‘21세기 조신함’은 성관계를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피임을 잘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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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용품점 모녀 손님도 생겨

성인용품이 극의 화두가 되고 ‘노콘’을 외치는 드라마 주인공이 탄생하는 시대적 흐름은 성인용품 판매점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과거 ‘성인용품점’이라고 하면 외딴 장소에 시야가 차단된 컨테이너 하나, 인적 드문 국도변에 세워진 이름 모를 봉고차 한 대였다면 요즘의 성인용품점은 유동인구가 많은 동네에 밝은 조명을 달고 운영 중이다. 레드컨테이너 김정은 마케팅 총괄 책임자는 “딸이 어머니를 모시고 매장에 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럴 때 사회적 인식이 달라지고 있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레드컨테이너는 2017년 이태원 1호점으로 시작해 서울·경기 지역에 17개 매장을 둔 국내 최대 성인용품점이다. 첫 매장 임대 계약 당시 여덟 번째 건물주를 설득해 간신히 입점할 수 있었다고 한다. 레드컨테이너 강현길 대표는 “성인용품점을 운영할 거라고 하니 자리를 안 내주더라. 초기 간판에는 ‘성인용품’이라는 단어도 빼고 ‘어덜트숍’이라고 썼다. 그런 시절이 있었다”고 전했다. 


빼빼로인가 콘돔인가, 
위트 섞인 제품들

레드컨테이너 강남점을 통해 본 ‘요즘 성인용품’은 그야말로 “어디에 쓰는 물건인고”라는 반응이 절로 나오게 한다. 최근 아이돌그룹 멤버가 빼빼로를 사려다 콘돔을 사버린 일화가 떠올랐다. 그는 팬들에게 보내는 손편지와 함께 빼빼로 사진을 올렸는데, 빼빼로가 아닌 빼빼로와 유사한 포장의 콘돔이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파악하고 사과했다. 해당 제품은 콘돔 제조사 ‘바른 생각’이 빼빼로데이를 맞아 제작한 특별 기획 상품이다. 이렇듯 “성인용품 용도를 직접적으로 표현하기보다 위트를 적절히 섞어 표현하는 것이 트렌드”라는 게 김정은 책임자의 이야기다. 


종류도 다양하다. 콘돔의 경우 맨살 느낌을 주는 ‘초박형’, 제품 틈새로 윤활제가 스며들 수 있도록 한 ‘스파이럴형’, 자극을 더할 수 있다는 ‘도트형’, 손톱 청결을 위한 ‘핑거 콘돔’ 등이 있다. 성관계 시 마찰로 인한 질염이나 방광염을 예방할 수 있는 윤활제, 청결제도 있다. 성기를 대신할 수 있는 제품들도 많다. 인기 제품군 중 하나는 ‘클리토럴 석션’이다. 오르가즘은 옥시토신, 도파민, 세로토닌 등 몸에 긍정적인 호르몬 분비를 촉발하는데 이러한 상태를 유도할 수 있는 제품이 석션이다. 마사지 건과 생김새가 닮은 ‘완드형 진동기(바이브레이터)’는 외음부나 귀두에 쓰이는 제품으로 알려졌으나 실제론 어깨나 발바닥에 활용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김정은 책임자는 “‘성인용품은 성관계할 때 쓰는 거 아니야?’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결국은 ‘웰빙’이다. 몸과 정신이 건강해야 일상을 밝게 지낼 수 있잖나. 그런 관점에서 성인용품을 바라봐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레드컨테이너 김정은 마케팅 총괄책임자 인터뷰
왜곡된 성 문화? 소통의 부재 때문


김정은 마케팅 책임자는 왜곡된 성 문화의 요인으로 ‘소통의 부재’를 꼽았다. ‘성’이 금기어가 아님에도 꺼내기 어렵고 부끄러운 주제로 여기는 인식들이 주효하다고 봤다. 성인용품업계 종사자로서 올바른 성인식을 정착하는 데 도움이 되고 싶다는 바람을 덧붙였다. 


성인용품을 바라보는 시선에 대한 변화를 느낀 적 있다면. 고객을 직접 응대하면서 느낀 건 여성분들이 훨씬 과감하다. 제품 설명을 듣다가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끌어가기도 하고. 한 번 왔다가 그다음엔 친구, 가족을 데려오는 경우도 많아졌다. 단골이 많은 편이다. 정기적으로 새로운 제품을 소개해드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최근 인기가 많은 제품군은? 소비자들이 기본적으로 많이 찾는 건 콘돔이나 윤활제다. 남녀가 같이 쓸 수 있는 제품을 선호하는 편이다. 요즘에는 조그마한 진동기가 많이 팔리고 있고, 귀여운 캐릭터가 그려진 케이스의 콘돔 제품이 인기가 많다. 


가격대가 높은 제품의 경우 소비층 나이대가 한정될 것 같은데. 그렇진 않다. MZ 세대를 보면 ‘내가 내일 라면을 먹더라도 오늘 하고 싶은 건 한다’는 느낌이 든다. 실제로 “월급날 다시 올게요” 하면서 제품을 찍어두고 가는 젊은 고객 분들도 있다. 


이전과 비교해 성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고 있고, 성인용품을 접하는 고객층도 다양해졌다. 그럼에도 왜곡된 성 인식 및 문화를 만드는 원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소통의 부재라고 생각한다. 성은 금기어가 아닌데도 공개적으로 이야기하기 꺼려한다. 오히려 드러냈을 때 재밌게 소통할 수 있는 주제인데, 그러지 못해 아쉽다. 그런 부분을 좀 더 활성화하기 위해, 고객과 만났을 때 제품에 대한 스토리를 길게 풀어 설명하는 등 노력을 많이 한다. 사명감까진 아니더라도 이 산업의 건전한 문화 정착에 조금이나마 일조하는 마음이다. 


http://woman.chosun.com/news/articleView.html?idxno=118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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