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교사 3만 5371명 ‘특수교사 무죄’ 연서명
“불법 녹음의 증거능력 인정해선 안 돼”
교원단체 5곳이 웹툰 작가 주호민의 아들을 정서적으로 학대한 혐의로 기소된 특수교사 A씨의 무죄를 주장하며 재판부에 3만 5371명의 교사가 참여한 탄원서를 제출했다.
재판부는 지난 2월 1심에서 이 사건 쟁점이었던 녹음파일의 증거능력을 인정하고 벌금 200만원의 선고를 유예했다. 선고유예는 유죄는 인정하지만, 형의 선고를 미루고 일정 기간이 지나면 사실상 없던 일로 해주는 판결이다.
A씨는 이에 즉각 항소했다. 현재 이에 대한 항소심이 진행되고 있다.
교원단체들은 탄원문에서 “1심 판결 이후 교실은 불법 녹음의 장으로 변모해 가고 있다”며 “수업 중 일부 발언에 대해 아동학대 범죄자가 될 수 있는 현실에서 교육활동과 지도가 언제든지 범죄행위가 될 수 있다는 두려움으로 많은 교사들이 생활지도를 포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통신비밀보호법을 근거로 교실 수업을 녹취한 자료를 증거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례를 들며 “1심 판결에서는 학생이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불법 녹음의 증거능력을 인정했지만, 결과적으로 교육 현장에서의 장애학생 기피, 장애 혐오와 잘못된 인식, 분리교육 조장 등 부정적인 결과로 돌아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교실은 보호받아야 하는 공간이라는 특수성과 장애학생도 학생이라는 보편성을 참작해 교사의 지도가 아동학대가 되지 않도록 숙고해 주시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교원단체 “‘정서적 아동학대’라는 용어가 교사들 팔다리 묶어”
아울러 교원단체들은 재판부에 정서적 아동학대의 모호성에 대한 검토도 요청했다.
이들은 “‘정서적 아동학대’라는 용어가 ‘기분상해죄’로 불리며 교사들의 팔과 다리를 묶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지경”이라며 “사건이 정서적 아동학대로 유죄가 확정된다면 특수교육, 나아가 모든 교사는 고소·고발을 당하지 않기 위해 학생과의 상호작용을 최대한 피하고 지도를 포기하며 학생의 어떠한 행동에도 침묵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이 사건이 장애 부모와 특수교사들 간에 어떤 대립으로 비치지 않길 간절히 바란다. 둘은 끝까지 협력해서 아이들을 키워나가야 하는 존재“라며 “열악한 현장에서 헌신하는 특수교사분들께 누가 되지 않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보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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