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多리뷰해 (77) ‘강남 비-사이드’]
지창욱·조우진·김형서, 연기 호평 릴레이
경찰·마약 사건 드라마 클리셰 못벗어 지적도
[작품소개]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시리즈 ‘강남 비-사이드’(Gangnam B-Side, 극본 주원규· 연출 박누리)는 강남의 밤을 배경으로 경찰과 주류 세계에 몸 담고 있던 해결사, 검사 등이 한 팀을 이뤄 블랙 커넥션을 쫓는 범죄 이야기를 담았다. 제목처럼 화려함의 대명사, 강남의 이면을 파헤치는 추격 범죄 드라마.
공개 전부터 그야말로 믿고 보는 배우들의 향연으로 기대를 모았다. 배우 조우진, 지창욱, 하윤경 등 크게 화려하진 않지만 각자의 유일무이한 매력으로 업계에 이름을 날리고 있는 이들이 한 데 모였기 때문. 여기에 박누리 감독의 원픽으로 알려진 배우 김형서(가수명 비비)까지, 그야말로 거를 타선 없는 라인업이다.
작품을 소개하는데 출연진만 나열해도 시청자들을 끌어모을 수 있는 힘이 있다. 주연배우들 외에도 지승현, 현봉식, 정만식, 임성재 등 농도 짙고 빈틈없는 연기력의 조연들이 뒷받침하고 있다. 특히 어디서 많이 본, 하지만 스크린에선 만나지 못했던 얼굴이 굉장한 연기력을 펼친다. 바로 힙합 래퍼 기리보이의 출연이다. 큰 비중의 역할은 아니지만 전문 배우 출신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의 연기를 선보인다.
이쯤되면 캐스팅을 책임진 박누리 감독의 안목이 대단하다고 느껴질 수밖에. 극중 마약하는 연예인, 일종의 악역 ‘노준서’를 연기한 배우 정가람도 치열한 연기 호흡으로 시선을 떼지 못하게 했다.
tvN 드라마 ‘아르곤’ 공동 집필자이자 OCN 드라마 ‘모두의 거짓말’ 원작 소설을 집필한 주원규와 영화 ‘돈’의 연출을 맡은 박누리 감독이 뭉쳤다. 지난 6일부터 매주 수요일 2편씩 공개되고 있다. 총 8부작.
(줄거리 생략)
# 눈웃음 안에 송곳 있다...정의 투철 형사 ‘강동우’(조우진) : 조우진의 인상은 선하디 선한, 더 나아가 눈웃음까지 갖고 있을 정도로 편안하다. 하지만 이번엔 다르다. 친근하면서도 묵직한 아저씨 형사 연기를 위해 고3 때 이후로 최고 몸무게를 찍었다는 후문. 편안한 아빠의 모습이 가득하지만 자신의 딸을 지키기 위해 강남 일대를 들쑤시는, 정의를 구현하고자 피 터지는 현장의 주인공을 자처한다.
# 날카로움 속에 부드러움 있다...미스터리 츤데레 브로커 ‘윤길호’(지창욱) : 외모는 강남 누구보다 화려한 인생을 살았을 것 같지만 실상은 밑바닥 인생 출신이다. 잘생긴 얼굴로 인해 화류계에 뛰어든 듯 하다. 거칠고, 한 주먹하는 윤길호지만 자신과 함께 일하는 유흥업소 종업원들은 끝까지 지켜내는 츤데레. 지창욱의 미모가 가려질 정도로 연기력이 놀라운 수준. 연기가 아닌 실제 상황이라도 믿을 만큼의 표정과 말투, 제스처는 지창욱을 비로소 ‘비주얼 배우’가 아닌 ‘연기파 배우’로 거듭나게 한 듯 보인다.
# 연줄 하나 없는 검사가 있다면 딱 이 사람 ‘민서진’(하윤경) : 폭발적인 연기력은 필요치 않다. 단순히 연줄 하나 없이 검찰 내 살아남아 승진을 바라보는 욕심, 일개 검사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이마저도 하윤경의 연기 스펙트럼을 넓히는 기회가 됐다. ‘슬기로운 의사생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이번 생도 잘 부탁해’ 등 다양한 캐릭터를 줄곧 소화해 온 하윤경의 또 한 번 변신이다. 절제력 있는 여검사의 연기를 정석대로 펼친다.
# 강남 화류계를 뒤집어 놓은 에이스 ‘재희’(김형서) : 가수야, 배우야? 구분지어야 하겠지만 김형서에겐 그러고 싶지 않다. 실제 강남 화류계 에이스가 있다면 바로 김형서다. ‘윤길호’만큼이나 어려운 환경에서 자란 재희는 김형서로 하여금 실존 인물이 된 듯 하다. 김형서는 재희에 완전히 녹아든 천상 배우였다.
[단소리]
# 배우 조합은 이렇게
무조건 이름 있고, 이른바 업계 S급이라 불리는, 몸값만 천정부지인 배우들이 있어야만 작품이 성공할까. ‘강남 비-사이드’는 그렇지 않다. 물론 조우진, 지창욱 등 이미 인정받은 스타들이 포진했지만 이들 역시 이름값보다는 오로지 연기력으로 승부한다. 지창욱에게서 ‘미모’가 보이지 않는다면 말 다한 게 아닐까. 감정을 세밀하게 연기한 지창욱을 칭찬하며 그 옆에 실력파 배우 조우진, 하윤경, 김형서, 김도현, 류혜영 등을 배치한 박누리 감독의 안목에도 박수를 보낸다.
캐릭터 별 성격과 매력을 가장 잘 담을 수 있는 배우들로 캐스팅했다고 해도 무방하다. 박 감독은 배우들의 가능성을 봤고 그 배우들은 박 감독의 기대에 완전히 부응했다. 힙합 신(scene)에서 랩만 할 줄 알았던 기리보이는 없었고 배우 홍시영이 머리에 꽂힌 이유다.
# 발로 뛴 게 티나는 사실 묘사
과하거나, 다소 의심되는 장면이 없다. 실제 일어날 법한 일들로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이야기가 구성됐다. 박 감독에 의하면 주원규 작가는 과거 목회 활동 당시 가출 청소년 상담을 하던 중 연락이 두절된 한 친구가 강남 클럽으로 갔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그를 찾기 위해 6개월 이상 콜기사로 활동했다. 이게 ‘강남 비-사이드’의 출발점이 됐고 실제 그가 취재한 내용이 뒷받침돼 드라마가 만들어졌다. 이렇듯 알찬 내용이 잘 취재된 탓에 전개의 미친 속도감이 빛을 발한다.
박 감독도 실제 클럽에서 일한 MD(영업직원)를 비롯, 경찰, 검찰 등 현직 인물들을 만나 현실에 더 가까운 이야기를 만들고자 노력했다. 돈과 마약, 경찰과 검찰, 모든 것이 엮여있고 법대로, 순리대로 되지 않는 한국 실상을 과감히 표현했다.
[쓴소리]
# 강남 이면을 알리는 건 OK, 그 이후는?
드라마는 시청자들에게 흥미를 주는 콘텐츠일뿐 교훈을 줄 필요는 없다. 숱한 국내 콘텐츠들이 경찰을 중심으로 한 범죄 조직의 카르텔을 꼬집는 이야기들을 꾸준히 만들어왔다. 이게 전부였다. 아무리 드라마라 해도 크게 변하지 않는 부정적 현실의 악순환, 이는 여전히 끊어지지 못했다. 배우들만 바뀌었을 뿐 현실은 나아지지 않고 있는 것. 오히려 마약 관련한 범죄 뉴스는 최근 들어 더 팽배한 모습이다.
긍정적인 결말을 바랄 순 없지만 다소 자극적인 연출들이 시청자들로 하여금 뼈 아프게만 다가온다.
# 하이라이트 혹은 임팩트 있는 장면, 이제 나오겠죠?
8부작의 절반인 1~4화까지 공개된 가운데 기억에 남는 명장면은 아직 없다. 배우들의 수준있는 연기력, 탄탄한 극본, 모두 좋지만 포인트라고 할만 한 명장면이 기억 나지 않는다.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배우들의 연기는 박수쳐줄 수 있으나 극 전개의 다소 밋밋함은 아쉬울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혹평하기엔 이르다. 아직 네 편이 남아 있으니까.
[흥행소리]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플랫폼 시청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 패트롤’에 따르면 11월 17일 기준, 디즈니+ TV 부문에서 한국을 포함한 대만, 싱가포르, 홍콩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일본에서는 2위, 그리스, 몰타에서는 3위에 오르며 글로벌 이목을 끌고 있다. 첫 공개 당시 2, 3위에 머물렀으나 회차가 거듭할수록 순위를 끌어올리며 작품성을 인정받는 모양새다.
국내 OTT 플랫폼 검색 엔진 서비스를 담당하는 키노라이츠 기준, 별점은3.8(최고점 5.0 기준)로 무난한 편. 세계 최대 규모 콘텐트 평점 사이트 IMDb 평점은 7.4로 전반적으로 좋은 평을 받고 있다.
[시청자소리]
호
“문제는 이 드라마가 실제 강남에서 벌어졌던, 그리고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모티브로 만들었다는 사실...이름만 들어도 악취가 풍기는 XX경찰서”, “조우진, 지창욱 등 배우들 존재감이 정말 훌륭하네요”, “현 시대를 보는 것 같네”, “지창욱이 이렇게 연기를 잘하는 줄 몰랐네, 정가람 배우는 재발견이네”, “비비는 점점 연기자다워지네”
불호
“‘최악의 악’(디즈니+ 오리지널 콘텐츠)이랑 분위기가 겹치는 듯”, “소재나 연출은 좋은데 대사가 뭔가 클리셰 범벅 느낌”, “이런 비슷한 드라마 너무 많지 않음?”
[제 점수는요(★5개 만점, ☆는 반개)]
# 별점 ★★★★☆
지창욱은 연기력으로 먹고 사는 배우다 (지승훈 기자)
# 별점 ★★★★
디즈니 플러스, 드디어 일했다 (방송 담당 기자)
# 별점 ★★★☆
시원한 액션, 흥미로운 내용...지창욱 미모에 마음 여는 내 모습만이 불편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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