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기사/뉴스 “여자들이 남자한테 잘 보이려고 야구 본다고요?” [‘얼빠’ 아니고 ‘야빠’인데요④]
2,067 35
2024.11.22 14:17
2,067 35

이 시리즈를 쓰기 전, 예상했던 것과 예상하지 못했던 게 있습니다. 예상했던 것은 ‘개인적인 감상인지 기사인지 뭔지 모르겠다’는(!) 반응이었고요, 예상하지 못했던 것은 저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여성들이 이렇게나 많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첫 회차에 여성 야구팬을 바라보는 차별적인 시선에 대해 쓰고 나서, 지인들에게서 많은 연락을 받았습니다. 입을 모아 “재미있게 잘 봤다. 너무 공감됐다”고 했어요. 평소 문제의식이 크지 않았던 사람도 “그래, 그런 게 있지”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고 했습니다.

기사 말미에는 스포츠 경기를 보거나 직접 운동을 하면서 겪은 에피소드를 남겨달라고 덧붙여놓았는데요, 기다렸다는 듯 수많은 의견이 쏟아졌어요. 그중 한분을 직접 만나고 왔습니다. KIA 타이거즈 팬 박예린씨입니다.

예린씨는 현재 서울 고려대 미디어학과 석사과정에 재학 중인 연구자입니다. 프로 스포츠계의 성차별적 인식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어요. 스포츠가 여전히 남성의 전유물로 인식되는 상황에서 올해 야구 부흥의 핵심 주체로 떠오른 여성 팬의 입지를 재확인하는 게 목적입니다.

“세부 전공은 문화 연구예요. 갈등 소재를 많이 다루는데, 기존 연구는 주로 아이돌 등 케이팝 팬덤 대상이고 의외로 스포츠 팬덤 연구는 별로 없더라고요. 프로야구 팬 8년차 이상의 성인 남녀를 대상으로 인터뷰하고 논문을 쓸 예정입니다.”

예린씨네 가족은 무려 3대째 KIA의 팬입니다. 본가가 전남 여수인데요, 어릴 때부터 할아버지, 아버지 손을 잡고 광주의 KIA 홈구장까지 갔다고 합니다. 스포츠 애호가 집안에서 자란 영향인지 중고교 시절 체대 입시까지 준비했었고요. 지금은 진로가 완전히 달라졌지만, 그에게 스포츠란 여전히 인생에서 뗄 수 없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그래서 물었습니다.

“이 주제를 선택하게 된 이유가 궁금해요. 야구를 오랫동안 보면서, 아니면 직접 운동을 하면서 ‘이건 좀 이상하다’라고 느낀 게 많으셨나요?”

“야구 경기를 보러 가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인증 사진을 올리거나 야구계 관련 소식을 공유하잖아요. 그러면 주위에서 ‘쟤는 남자들한테 잘 보이려고 저러는 것’이라고 보는 인식이 있었어요. 스포츠 경기의 주 시청자가 남성이니까 제가 그걸 매개로 이성과 관계를 맺으려 한다고 생각하는 거죠. 아니, 집안이 3대째 팬인데. 얼마나 억울했는지 몰라요.”

예린씨는 이 경험을 사회학의 ‘상징 자본’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했습니다. 프랑스 사회학자 부르디외에 따르면 이는 개인이나 집단이 사회적 관계 내에서 얻는 인정, 명성, 평판 등의 자본을 의미합니다. 어떤 사람이 예린씨를 보고 ‘여자인데도 야구를 좋아한다고? 다른 여자들과 다르군!’ 하고 생각하면서 호감을 느낀다면 그 과정이 여기 해당하겠죠.

문제는 이 상징 자본이 예린씨를 포함한 많은 여성 팬들에게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LG트윈스를 1997년부터 응원한 소용돌이님도 비슷한 경험을 했습니다. 아주 길게 의견을 남겨주셨는데 조금 다듬었어요.

 

 

 

 

 

“이병규 선수로 입문해서 지금까지 LG 팬인 40대 여자 사람입니다. 어려서부터 야구를 좋아해서 룰도 잘 알고 선수들에 대해서도 잘 알았죠. 그렇게 오래 좋아했는데, 제가 야구에 대해 말하면 ‘남자들한테 인기 있으려고 보는 거 아니냐’는 거예요. 남녀를 가리지 않고요. 평소 저는 야구 말고 다른 스포츠도 즐겨보고, 스포츠카나 술 종류에도 관심이 많거든요. 그런데 이게 남자들이 좋아하는 분야라는 이유로 항상 비슷한 오해를 하더라고요. 심지어 취향과 관심사에 대해 친근하게 대화를 나눴을 뿐인데, 전혀 관심 없는 남자에게 고백을 받기도 했습니다. 여성스럽다, 남성스럽다 같은 건 누가 정하는 걸까요? 저는 그냥 저고, 스포츠, 자동차, 술을 좋아하는 것뿐입니다. 내가 뭘 좋아하든 그 안에 어떤 의도가 있다고 의심받지 않고 순수한 마음으로 편하게 ‘덕질’하고 싶어요.”

예린씨가 연구자로서 특히 주목하는 건 야구판의 혐오적 표현들입니다. 선수 얼굴만 본다는 ‘얼빠’, 특정 선수 이름을 붙여 극성 팬이라는 의미로 쓰이는 ‘○○ 맘’, 악성 개인 팬을 뜻하는 ‘○○○ 악개’, JTBC 예능 ‘최강야구’에 나오는 팀 최강 몬스터즈와 아줌마 팬을 합쳐 폄하하는 ‘몬줌’ 등이요.

현재까지 남성 팬 7명, 여성 팬 1명을 만나 인터뷰했다고 하는데요. 남성 팬 중에서도 여성 팬에 대한 시선을 어렴풋하게나마 인식하고, 문제라고 여기는 분들이 의외로 많았다고 합니다. 예린씨가 이야기를 꺼내기도 전에 “아직까지 그런 게 남아 있는 것 같아요”라고 말한 남성도 있었고요.

한 남성 팬은 남자인 친구에게도 ‘패션 야구팬’이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친구가 경기엔 관심 없고 인증 사진만 찍는다고요. 그러니까 지금 전반적으로 뉴비 팬들에 대한 불만이 있는데, 여성 팬이 많으니까 여성에 대한 비난으로 읽히는 것 같기도 하다는 게 예린씨의 이야기입니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32/0003334158?sid=102

목록 스크랩 (1)
댓글 35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공단기X더쿠] 공단기 회원가입+댓글만 작성하면 🐰슈야토야🐇한정판 굿즈 선물! 92 11.26 18,182
공지 ▀▄▀▄▀【필독】 비밀번호 변경 권장 공지 ▀▄▀▄▀ 04.09 3,839,898
공지 공지가 길다면 한번씩 눌러서 읽어주시면 됩니다. 23.11.01 7,649,060
공지 ◤더쿠 이용 규칙◢ [스퀘어/핫게 중계 공지 주의] 20.04.29 25,934,401
공지 ◤성별 관련 공지◢ [언금단어 사용 시 📢무📢통📢보📢차📢단📢] 16.05.21 27,308,573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54 21.08.23 5,359,664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31 20.09.29 4,334,888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456 20.05.17 4,927,460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3983 20.04.30 5,374,217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9. 스퀘어 저격판 사용 금지(무통보 차단임)] 1236 18.08.31 10,148,852
모든 공지 확인하기()
318167 기사/뉴스 술 취한 '男男 커플' 휘청…텅빈 엘베 아래로 추락 '으악'(영상) 69 00:33 6,474
318166 기사/뉴스 “중고거래 올릴 때 옷 좀 입으세요”…와인잔에 비친 ‘女알몸’ 충격 8 00:27 3,010
318165 기사/뉴스 “개그맨 아니었어?” 고명환, ‘노벨상’ 한강과 나란히 경사 …무슨 일? 8 00:25 2,818
318164 기사/뉴스 고현정, 자식 얘기에 눈물…“친하지 않아, 채울수 없는 지나간 시간” (유퀴즈) 25 11.27 7,040
318163 기사/뉴스 에이스, 극강 난이도 퍼포먼스 오픈…'댄서 49인 출동' 역대급 스케일 1 11.27 601
318162 기사/뉴스 산다라박 "소개팅 안 하는 이유? 가만히 있어도 연락 와" [나래식] 1 11.27 1,424
318161 기사/뉴스 “0명, 이건 너무 심했다” 20대 ‘열풍’ 난리더니…한순간에 ‘몰락’ 3 11.27 6,236
318160 기사/뉴스 충북 충주·제천·진천·음성 대설경보 확대…시간당 5㎝ 많은 눈 3 11.27 857
318159 기사/뉴스 산다라박 “CL·공민지, 투애니원 요리+주량 투톱‥박봄은 빵을 먹지”(나래식) 1 11.27 1,016
318158 기사/뉴스 '블랙아이스' 추정 원주서 퇴근길 53중 추돌사고 4 11.27 2,166
318157 기사/뉴스 무시된 한도·검증 안된 업체… 석연치 않은 FC안양 수의계약 1 11.27 602
318156 기사/뉴스 “전세가 95억 원”…BTS 슈가, 빅히트뮤직이 보증금 내준 빌라에서 이사했다 315 11.27 35,535
318155 기사/뉴스 [JTBC] 생활밀착형 공약 '석열씨의 심쿵약속'…잘 지켜지고 있나 점검해 보니 3 11.27 771
318154 기사/뉴스 윤봉길 이름에 윤석열 대통령 얼굴이 왜…의열단 검색 결과 엉뚱한 사진 13 11.27 1,380
318153 기사/뉴스 '낙뢰 기적 생환' 20대, 구급대원에 감사…병원에 1천만원 기탁 21 11.27 2,428
318152 기사/뉴스 숙명민주동문회 “김건희 석사학위 반납하라”…학교엔 ‘논문 표절 심사’ 촉구 8 11.27 672
318151 기사/뉴스 원주 눈 내린 도로서 미끄러져 53중 추돌 11 11.27 3,068
318150 기사/뉴스 퇴임 앞둔 바이든, 우크라 추가지원금 240억 달러 의회에 요청 10 11.27 1,006
318149 기사/뉴스 [MBC 단독] '오세훈 후원자' 돈 받은 뒤‥여론조사 착착 21 11.27 1,205
318148 기사/뉴스 '오늘은 왠지 푸바오가'…첫눈 구경 나선 판다 가족 / 연합뉴스 (Yonhapnews) 6 11.27 1,0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