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리즈를 쓰기 전, 예상했던 것과 예상하지 못했던 게 있습니다. 예상했던 것은 ‘개인적인 감상인지 기사인지 뭔지 모르겠다’는(!) 반응이었고요, 예상하지 못했던 것은 저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여성들이 이렇게나 많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첫 회차에 여성 야구팬을 바라보는 차별적인 시선에 대해 쓰고 나서, 지인들에게서 많은 연락을 받았습니다. 입을 모아 “재미있게 잘 봤다. 너무 공감됐다”고 했어요. 평소 문제의식이 크지 않았던 사람도 “그래, 그런 게 있지”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고 했습니다.
기사 말미에는 스포츠 경기를 보거나 직접 운동을 하면서 겪은 에피소드를 남겨달라고 덧붙여놓았는데요, 기다렸다는 듯 수많은 의견이 쏟아졌어요. 그중 한분을 직접 만나고 왔습니다. KIA 타이거즈 팬 박예린씨입니다.
예린씨는 현재 서울 고려대 미디어학과 석사과정에 재학 중인 연구자입니다. 프로 스포츠계의 성차별적 인식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어요. 스포츠가 여전히 남성의 전유물로 인식되는 상황에서 올해 야구 부흥의 핵심 주체로 떠오른 여성 팬의 입지를 재확인하는 게 목적입니다.
“세부 전공은 문화 연구예요. 갈등 소재를 많이 다루는데, 기존 연구는 주로 아이돌 등 케이팝 팬덤 대상이고 의외로 스포츠 팬덤 연구는 별로 없더라고요. 프로야구 팬 8년차 이상의 성인 남녀를 대상으로 인터뷰하고 논문을 쓸 예정입니다.”
예린씨네 가족은 무려 3대째 KIA의 팬입니다. 본가가 전남 여수인데요, 어릴 때부터 할아버지, 아버지 손을 잡고 광주의 KIA 홈구장까지 갔다고 합니다. 스포츠 애호가 집안에서 자란 영향인지 중고교 시절 체대 입시까지 준비했었고요. 지금은 진로가 완전히 달라졌지만, 그에게 스포츠란 여전히 인생에서 뗄 수 없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그래서 물었습니다.
“이 주제를 선택하게 된 이유가 궁금해요. 야구를 오랫동안 보면서, 아니면 직접 운동을 하면서 ‘이건 좀 이상하다’라고 느낀 게 많으셨나요?”
“야구 경기를 보러 가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인증 사진을 올리거나 야구계 관련 소식을 공유하잖아요. 그러면 주위에서 ‘쟤는 남자들한테 잘 보이려고 저러는 것’이라고 보는 인식이 있었어요. 스포츠 경기의 주 시청자가 남성이니까 제가 그걸 매개로 이성과 관계를 맺으려 한다고 생각하는 거죠. 아니, 집안이 3대째 팬인데. 얼마나 억울했는지 몰라요.”
예린씨는 이 경험을 사회학의 ‘상징 자본’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했습니다. 프랑스 사회학자 부르디외에 따르면 이는 개인이나 집단이 사회적 관계 내에서 얻는 인정, 명성, 평판 등의 자본을 의미합니다. 어떤 사람이 예린씨를 보고 ‘여자인데도 야구를 좋아한다고? 다른 여자들과 다르군!’ 하고 생각하면서 호감을 느낀다면 그 과정이 여기 해당하겠죠.
문제는 이 상징 자본이 예린씨를 포함한 많은 여성 팬들에게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LG트윈스를 1997년부터 응원한 소용돌이님도 비슷한 경험을 했습니다. 아주 길게 의견을 남겨주셨는데 조금 다듬었어요.
예린씨가 연구자로서 특히 주목하는 건 야구판의 여성혐오적 표현들입니다. 선수 얼굴만 본다는 ‘얼빠’, 특정 선수 이름을 붙여 극성 팬이라는 의미로 쓰이는 ‘○○ 맘’, 악성 개인 팬을 뜻하는 ‘○○○ 악개’, JTBC 예능 ‘최강야구’에 나오는 팀 최강 몬스터즈와 아줌마 팬을 합쳐 폄하하는 ‘몬줌’ 등이요.
현재까지 남성 팬 7명, 여성 팬 1명을 만나 인터뷰했다고 하는데요. 남성 팬 중에서도 여성 팬에 대한 시선을 어렴풋하게나마 인식하고, 문제라고 여기는 분들이 의외로 많았다고 합니다. 예린씨가 이야기를 꺼내기도 전에 “아직까지 그런 게 남아 있는 것 같아요”라고 말한 남성도 있었고요.
한 남성 팬은 남자인 친구에게도 ‘패션 야구팬’이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친구가 경기엔 관심 없고 인증 사진만 찍는다고요. 그러니까 지금 전반적으로 뉴비 팬들에 대한 불만이 있는데, 여성 팬이 많으니까 여성에 대한 비난으로 읽히는 것 같기도 하다는 게 예린씨의 이야기입니다.
첫 회차에 여성 야구팬을 바라보는 차별적인 시선에 대해 쓰고 나서, 지인들에게서 많은 연락을 받았습니다. 입을 모아 “재미있게 잘 봤다. 너무 공감됐다”고 했어요. 평소 문제의식이 크지 않았던 사람도 “그래, 그런 게 있지”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고 했습니다.
기사 말미에는 스포츠 경기를 보거나 직접 운동을 하면서 겪은 에피소드를 남겨달라고 덧붙여놓았는데요, 기다렸다는 듯 수많은 의견이 쏟아졌어요. 그중 한분을 직접 만나고 왔습니다. KIA 타이거즈 팬 박예린씨입니다.
예린씨는 현재 서울 고려대 미디어학과 석사과정에 재학 중인 연구자입니다. 프로 스포츠계의 성차별적 인식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어요. 스포츠가 여전히 남성의 전유물로 인식되는 상황에서 올해 야구 부흥의 핵심 주체로 떠오른 여성 팬의 입지를 재확인하는 게 목적입니다.
“세부 전공은 문화 연구예요. 갈등 소재를 많이 다루는데, 기존 연구는 주로 아이돌 등 케이팝 팬덤 대상이고 의외로 스포츠 팬덤 연구는 별로 없더라고요. 프로야구 팬 8년차 이상의 성인 남녀를 대상으로 인터뷰하고 논문을 쓸 예정입니다.”
예린씨네 가족은 무려 3대째 KIA의 팬입니다. 본가가 전남 여수인데요, 어릴 때부터 할아버지, 아버지 손을 잡고 광주의 KIA 홈구장까지 갔다고 합니다. 스포츠 애호가 집안에서 자란 영향인지 중고교 시절 체대 입시까지 준비했었고요. 지금은 진로가 완전히 달라졌지만, 그에게 스포츠란 여전히 인생에서 뗄 수 없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그래서 물었습니다.
“이 주제를 선택하게 된 이유가 궁금해요. 야구를 오랫동안 보면서, 아니면 직접 운동을 하면서 ‘이건 좀 이상하다’라고 느낀 게 많으셨나요?”
“야구 경기를 보러 가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인증 사진을 올리거나 야구계 관련 소식을 공유하잖아요. 그러면 주위에서 ‘쟤는 남자들한테 잘 보이려고 저러는 것’이라고 보는 인식이 있었어요. 스포츠 경기의 주 시청자가 남성이니까 제가 그걸 매개로 이성과 관계를 맺으려 한다고 생각하는 거죠. 아니, 집안이 3대째 팬인데. 얼마나 억울했는지 몰라요.”
예린씨는 이 경험을 사회학의 ‘상징 자본’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했습니다. 프랑스 사회학자 부르디외에 따르면 이는 개인이나 집단이 사회적 관계 내에서 얻는 인정, 명성, 평판 등의 자본을 의미합니다. 어떤 사람이 예린씨를 보고 ‘여자인데도 야구를 좋아한다고? 다른 여자들과 다르군!’ 하고 생각하면서 호감을 느낀다면 그 과정이 여기 해당하겠죠.
문제는 이 상징 자본이 예린씨를 포함한 많은 여성 팬들에게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LG트윈스를 1997년부터 응원한 소용돌이님도 비슷한 경험을 했습니다. 아주 길게 의견을 남겨주셨는데 조금 다듬었어요.
예린씨가 연구자로서 특히 주목하는 건 야구판의 여성혐오적 표현들입니다. 선수 얼굴만 본다는 ‘얼빠’, 특정 선수 이름을 붙여 극성 팬이라는 의미로 쓰이는 ‘○○ 맘’, 악성 개인 팬을 뜻하는 ‘○○○ 악개’, JTBC 예능 ‘최강야구’에 나오는 팀 최강 몬스터즈와 아줌마 팬을 합쳐 폄하하는 ‘몬줌’ 등이요.
현재까지 남성 팬 7명, 여성 팬 1명을 만나 인터뷰했다고 하는데요. 남성 팬 중에서도 여성 팬에 대한 시선을 어렴풋하게나마 인식하고, 문제라고 여기는 분들이 의외로 많았다고 합니다. 예린씨가 이야기를 꺼내기도 전에 “아직까지 그런 게 남아 있는 것 같아요”라고 말한 남성도 있었고요.
한 남성 팬은 남자인 친구에게도 ‘패션 야구팬’이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친구가 경기엔 관심 없고 인증 사진만 찍는다고요. 그러니까 지금 전반적으로 뉴비 팬들에 대한 불만이 있는데, 여성 팬이 많으니까 여성에 대한 비난으로 읽히는 것 같기도 하다는 게 예린씨의 이야기입니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32/0003334158?sid=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