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도 만장일치다. '수퍼스타' 오타니 쇼헤이(30·LA 다저스)가 메이저리그(MLB) 역사에 또 한 번 신기원을 열었다.
오타니는 22일(이하 한국시간) MLB 사무국이 발표한 미국야구기자협회 최우수선수(MVP) 투표 결과 1위 표 30장을 싹쓸이해 내셔널리그 MVP로 선정됐다. 개인 세 번째이자 2년 연속 만장일치 MVP 수상이다.
오타니는 LA 에인절스 소속이던 2021년과 2023년 이견 없는 아메리칸리그 MVP로 뽑힌 데 이어 내셔널리그의 다저스로 이적한 첫해 다시 만장일치 MVP에 오르는 위용을 뽐냈다.
특히 투타를 겸업했던 지난 두 차례와 달리 올해는 지명타자로만 뛰면서 MVP를 수상하는 새 역사를 썼다. MLB가 MVP를 시상하기 시작한 1911년 이후 지명타자로만 뛴 선수가 트로피를 가져간 건 오타니가 사상 처음이다.
지난해 팔꿈치 수술을 받아 올해 타석에만 선 오타니는 정규시즌 타율 0.310, 홈런 54개, 도루 59개, 130타점, 134득점, OPS(출루율+장타율) 1.036을 기록하는 괴력을 뽐내며 다저스의 월드시리즈 진출에 앞장섰다. 또 MLB 역사상 최초로 50홈런-50도루 클럽을 개설하면서 일찌감치 가장 유력한 MVP 후보로 꼽혀왔다.
오타니에 앞서 배리 본즈(7회), 지미 폭스, 조 디마지오, 스탠 뮤지얼, 로이 캄파넬라, 요기 베라, 미키 맨틀, 마이크 슈미트, 알렉스 로드리게스, 앨버트 푸홀스, 마이크 트라우트(이상 3회) 등 11명이 MVP를 3회 이상 수상했다. 오타니가 12번째로 이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오타니는 이와 함께 프랭크 로빈슨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양대리그 MVP를 모두 수상한 선수로 기록됐다. 로빈슨은 1961년 신시내티 레즈(내셔널리그)와 1966년 볼티모어 오리올스(아메리칸리그)에서 MVP를 받았다. 오타니가 48년 만에 그 뒤를 이었다.
아메리칸리그에서도 예상대로 '홈런왕' 애런 저지(32·뉴욕 양키스)가 1위 표 30장을 모두 휩쓸며 만장일치로 MVP에 올랐다. 2022년에 이어 개인 통산 두 번째 수상이다. 저지의 유일한 대항마로 여겨졌던 보비 위트 주니어(캔자스시티 로열스)는 2위 표만 30장을 가져가는 데 만족해야 했다.
저지는 올해 양키스 주전 중견수로 뛰면서 정규시즌 타율 0.322, 홈런 58개, 144타점, 122득점, OPS 1.159으로 펄펄 날았다. 홈런과 OPS는 양대리그를 통틀어 전체 1위다.
양키스에서 만장일치 MVP가 나온 건 1956년 미키 맨틀 이후 두 번째다. 저지는 2022년 홈런 62개를 터트려 아메리칸리그 역대 한 시즌 최다 기록을 작성했지만, 1위 표 28장을 받아 만장일치 수상에는 실패했다. 당시 나머지 2표를 가져간 상대가 오타니였다.
실제로 오타니와 저지는 현재 MLB를 지배하고 있는 '세기의 라이벌'로 꼽힌다. 둘은 오타니가 에인절스에 몸담았던 지난해까지 아메리칸리그 MVP를 놓고 엎치락뒤치락했다. 2021년엔 오타니, 2022년엔 저지, 2023년엔 오타니가 번갈아가며 MVP 트로피를 가져갔다.
특히 2년 전인 2022년의 대결이 백미였다. 저지는 팀 선배 로저 매리스가 1961년 남긴 종전 아메리칸리그 역대 한 시즌 최다 홈런(61개) 기록을 61년 만에 갈아치웠다. 오타니는 타자로 홈런 34개와 95타점을 기록하면서 투수로도 15승, 평균자책점 2.33에 탈삼진 219개를 기록했다. 결국 '62홈런'의 상징성을 등에 업은 저지가 그해 MVP로 선정됐고, 오타니는 이듬해 다시 MVP 트로피를 탈환했다.
올 시즌 오타니가 다저스로 이적하면서 두 선수가 또다시 MVP 트로피를 놓고 경쟁을 펼칠 가능성은 사라졌다. 둘은 라이벌이 없는 각자의 리그에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뽐내며 만장일치로 왕좌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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