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지 파이터>의 주역이자 지금 가장 뜨거운 무용수들 최호종, 강경호, 김현호, 기무간, 김유찬, 김혜현, 김종철이 말하는 나의 춤, 나의 몸. 영원히 춤추고, 영원히 젊으라.
최호종
나의 춤은 고통이다. 우리는 우리 자신이 단련을 통해 점점 강해진다고 착각하지만 사실은 매 순간 조금씩 사라지고 있다. 관절이나 연골이 마모될 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것도 차츰 소모되어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춤이 가져다주는 즐거움과 깨달음이 이 고통을 지속하게 한다. 타인의 평가에 초연할 수 있는 건, 춤이란 게 결국 나의 일기장이니까. 좋든 싫든 이게 나인데 어쩌겠나. 그러니 누가 뭐라 하든 나는 나의 이야기를 써내려가야지. 언제까지나? 언제까지나. 무용가의 수명이 짧다고들 하지만 내가 존경하는 위대한 안무가들은 50세가 넘어서도 여전히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육체적 강인함이 춤의 전부가 아니고, 살아가며 얻은 사유와 경험도 춤의 일부니까. 그러니까 나도 사는 동안 끝까지 춤출 것이다. 언젠가 찾아올지 모르는 전성기를 기다리며 맹렬하고 온화하게.
강경호
나의 춤은 그냥 춤이다. 춤에 대해 뭐라 정의 내리기가 어렵다. 꼭 무대 위에서 춰야만 춤일까? 음악에 맞춰서 춰야만 춤일까? 설령 내가 의도하지 않은 몸짓일지라도 춤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래, 내가 스스로를 춤꾼이라고 정의한다면 죽는 순간까지 나의 모든 움직임은 춤이 되겠지. 혹자들은 춤이란 예술이 잔인하다고 말하지만 어쩌면 그건 남과 비교하고 거기에서 열등감을 느끼기 때문일지도. 오로지 춤을 춘다는 행위에만 집중한다면 답은 명확해진다. 말하자면 타인에게 어떻게 보여지든 신경 쓰지 않고 그저 나 스스로 내 움직임을 즐기고 싶다. 그러니까 수단으로 움직이지 말자. 더럽혀진 움직임 말고 더 순수한 춤을 추자.
김현호
나의 춤은 도전이다. 춤이 곧 내 인생이고 내 인생이 곧 춤이다. 사는 동안 춤을 추면서 나아가고 싶다. 앞이 보이지 않는 길일지라도 계속 걸어가고 싶다. 해냈을 때 밀려오는 보상 같은 희열감은 내 삶의 원동력. 현대무용은 발레에서 파생된 춤이고 태생부터 기존의 틀을 깨부수고 탄생한 장르다. 나는 그 안에서 나만의 틀을 새로 만드는 걸 즐긴다. 그러므로 무용수의 가장 중요한 자질은 아마도 성실함인지도 모르겠다. 무용수로서의 판타지는 조금 엉뚱한 편. 만약 우리가 사는 지구에 외계인이 온다면 어떻게 소통할까? 예전에 나의 스승님이 만약 외계인을 만나면 지구의 문화를 춤으로 보여주고 싶다고 말한 적 있다.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춤은 또 하나의 언어니까. 그게 누구든 춤으로 소통할 수 있다고 믿으니까.
기무간
나의 춤은 자유다. 나는 애쓰면서 추는 춤을 좋아하지 않는다. 춤을 추는데 불편하고 억지스러운 느낌을 받는다면 그건 뭔가 잘못되었다는 거니까. 음악을 틀어놓고 그저 마음 가는 대로 움직여본다. 잘해야 할 필요도 없다. 우스꽝스러워도 되고 멋이 없어도 되고 이상해도 괜찮다. 그때 비로소 자유롭다. 평생을 지독한 자기 혐오 속에 살았지만 춤을 잘 추고 싶다는 마음만큼은 언제나 진심이었다. 곁에서 응원해주는 친구들이 나의 무한동력. 앞으로 나에게 어떤 기회가 주어지든 내 사람들은 무조건 함께 끌고 갈 거라고 다짐해본다. 사람이 싫다고 말하면서도 이럴 때 보면 사람이 제일 필요한 게 나인 것 같다. 사람 없이 못 사는 사람.(웃음) 어쩌면 방송보다 공연을 선호하는 이유도 비슷할 것이다. 영상에는 시공간을 초월하는 오라가 담기지 않으니까. 그 현장감은 공연장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감각이니까. 돈도 유명세도 다 필요 없다. 언제까지나 무용하는 사람으로 서 있고 싶다. 당신 앞에서.
김유찬
나의 춤은 유연함이다. 비유하자면, 내 춤은 꼭 샐러드 같달까. 각자의 기호에 따라 이리저리 섞어 먹는 샐러드처럼 내 춤도 그렇게 다채로웠으면 좋겠다. 발레를 제일 잘하지만 춤이라는 언어 안에서 최대한 다양하게 세상과 소통하고 싶다. 미국의 조프리 발레단에 합류하기 전, 한국무용에 살짝 발을 담그고 그 매력에 미친 듯이 빠져들었던 시기가 있었다. 발레에 직선의 아름다움이 있다면 한국무용에는 곡선의 아름다움이 있다. 이후 미국에서 생활하는 동안 금발에 파란 눈을 가진 외국인들에게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알리고 싶다고 자주 생각했다. 갓을 쓰거나 살풀이 천을 활용해서 발레를 추면 어떨까? 말하자면 나는 퓨전 예술을 꿈꾼다. 발레리노 김유찬은 교과서적이지만 무용수 김유찬은 장르를 넘나든다.
김혜현
나의 춤은 재미있는 몸짓이다. 춤을 출 때든 춤을 볼 때든 재미가 최우선 원칙. 나는 나를 그저 재미있게 움직이는 사람이라고 정의하고 싶다. <스테이지 파이터>에 출연한 이유도 다르지 않다. 방송을 통해 무대에 오를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날 테니까, 공연할 수 있으니까, 춤출 수 있으니까. 하나의 미션이 끝나면 또 다른 미션이 생기고 그렇게 끊임없이 움직일 수 있다는 사실이 즐겁다. 무대에 오르고 관객들의 박수를 받을 때 희열을 느낀다. 무대에서 내려와 이제 조금 쉴까 싶다가도 금세 다시 무대로 돌아가고 싶어 몸이 근질근질하다. 언젠가 세계적인 무용수가 되고 싶다. 전 세계 곳곳에 투어를 다니며 공연을 펼치고 싶다. 돈을 좇는 게 아니라 영원히 무대의 재미를 좇는 무용수가 되어.
김종철
나의 춤은 표현이다. 한국무용의 힘은 정서에서 온다. 그게 한이든 혼이든 기능적인 움직임이 아니라 정서를 통해 보여주는 것. 그러므로 한국무용 전공자만이 할 수 있는 표현이 분명 존재한다고 믿는다. 한국무용은 고전 예술이고 나의 강점이 전통을 잘 소화하는 것이지만 때로 그 안에서 한계도 느꼈다. 시야를 넓혀봤다. 하고 싶은 일이 많아졌다. 동작을 수행하는 게 아니라 무대 위의 배우로서 주어진 상황에 몰입해 움직여지는 순간 그게 무용이 되는 거라고, 그렇게 생각을 열어두고 나니 연기가 해보고 싶어졌다. 국악고에서 노래 제일 잘하던 애, 무대 예술이 좋아서 뮤지컬과 연극을 꿈꿨던 애. 그때가 떠올랐다. 결론은 유명해지자. 그런 다음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증명하자. 나의 롤모델은 배우 조승우다. 겨우 한 발자국 왔다. 그런데 종철아, 이렇게 한 발자국이라도 내딛은 게 어디야? 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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