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엔 지면, 강한 승부욕으로 소파 때리며 화도 많이 내"
"실패는 작은 성공이자, 성공의 일부…나는 지금이 전성기"
"열정은 진정으로 즐기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것에서 시작"[서울=뉴시스] 정부청사 사진기자단 = 프로게이머 페이커 이상혁이 20일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외교부 주최로 열린 '2024 글로벌 혁신을 위한 미래대화'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이 행사는 공공외교 분야 의제를 발굴하기 위해 외교부 주최로 2020년부터 매년 개최해 온 대중과의 소통 포럼이다. 2024.11.20.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오동현 기자 = '리그 오브 레전드(LOL)' 프로게이머 '페이커' 이상혁(28)이 청년들에게 "실패도 작은 성공이라며, 실패에 두려워하지 말고 도전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상혁은 20일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외교부가 주최한 '2024년 글로벌 혁신을 위한 미래대화'에서 기조연설자로 무대에 올랐다. 그가 청년들에게 전한 메시지는 '열정'과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 정신'에 초점이 맞춰졌다.
그는 "저는 정말 운이 좋은 것 같다. 20년 전만 해도 프로게이머라는 직업이 없었는데, 제가 이런 자리에서 연설을 할 수 있는 것에 놀랍고 감사하다"며 기조연설을 시작했다.
이상혁은 4~5살때 비디오게임을 처음 접했을 당시를 회상하며 "제가 좋아하는 일을 찾은 기분이었다"고 전했다. 게임에 흥미를 느끼기 시작한 그는 8살때부터 컴퓨터 게임을 즐겼고, 10년 뒤 18살이란 나이로 학교를 나와 프로게이머가 됐다.
그가 게임에만 열중했던 것은 아니다. 학교 성적도 상위권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럼에도 이날 그는 "학창 시절엔 사실 공부를 그렇게 잘하는 편은 아니었다. 공부를 잘 하지 않고 집에 가면 게임만 하는 학생이었다"며 겸손했다.
하지만 너무 겸손했던 것일까. 그는 발언 도중 터진 웃음을 애써 감추느라 연설을 잠시 멈춘 뒤 "저는 그런 학생이었는데 이 자리에서 연설을 하게 돼 정말 감사하다"며 연설을 이어갔다.
특히 그는 "처음엔 '1~2년 하다가 잘 안 되면 다른 일 해보자'라는 도전 정신을 갖고 프로게임에 임했다. 지금은 12년 차인데 제가 이렇게 오래할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면서 "처음의 그 도전 정신이 지금의 저를 있게 만들어 준 것 같다"고 강조했다.이상혁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개인 통산 5번째 월드 챔피언십(월즈) 우승컵을 들어 올린 선수다. 올해 대회에선 2016년에 이어 두 번째 MVP를 수상한 최초의 선수로 이름을 올렸다. 그의 행보는 LOL 이스포츠 역사에 새로운 족적을 남기고 있다.
그러나 그 과정이 순탄치만 않았다. 그가 프로 데뷔한 2013년을 시작으로, 2015년, 2016년까지 세 차례의 월즈 우승을 차지했지만 이후 2023년 월즈 전까지 우승과 인연이 없었다. 이스포츠 선수라면 은퇴를 고려했을 법도 하지만, 그는 20대 후반에 접어든 나이에도 전성기 실력을 뽐내며 지난해와 올해 2년 연속 월즈 우승을 이끌었다.
이상혁은 "프로 데뷔한 2013년부터 2015년, 2016년 월즈에서 우승했다. 축구로 치면 월드컵 같은 그런 대회에서 세 번 우승을 하다보니 '나는 프로게이머를 할 운명이었나 보다', '하길 잘했다', '앞으로도 계속 우승만 하겠지', '내가 최고니까 다 잘할 수 있다'라는 자신감과 기대감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이후 우승이 2023년 롤즈였다"며 "이후 7~8년의 시간 동안 저는 많은 실패를 겪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그는 그는 "실패의 과정에서 많은 것들을 배웠다. '항상 성공할 수는 없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고, '실패를 한다는 것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구나'라는 것도 알게 됐다"고 회상했다.
경기 전 명상을 하는 모습이나, 쉬는 날엔 집에서 독서를 즐기는 그의 지금 모습과는 달리, 과거엔 승부욕이 강해서 패배하는 날이면 집에서 소파를 때릴 정도로 화를 많이 냈다고 한다.
이어 "계속해서 패배를 하다 보니까 강한 승부욕이 항상 승리로 이끌어주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때부터 저의 마음에 대해서 많이 공부를 하고 어떻게 하면 부족한 면을 좀 깎아내면서 계속 발전시켜나갈까 고민을 많이 했다"고 전했다.
특히 그는 "프로의 세계는 항상 이겨야만 하고, 1등이 되어야 한다. 그래서 당연히 저 역시 이기는 게 좋은 것이고, 지거나 실패하는 것은 나쁜 것이라고만 생각을 했었다"며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제가 프로게이머를 하면서 가장 크게 배운 것 중 하나가 실패에 관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상혁의 도전은 끝나지 않았다. 내년에도 소환사의 컵을 들어올리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그러면서 청년들에게 '열정'과 '도전', '겸손'을 강조했다. "열정은 자기가 진정으로 즐기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것에서 시작된다"고 했다. 또 "배움과 성장에 있어서 가장 핵심적인 것 중 하나가 겸손이라고 생각한다"며 "저 역시 부족한 점이 많지만, 그런 부족한 점을 타인을 통해 배우고 싶다는 마음을 갖는 것 자체가 겸손"이라고 말했다.
타인에 대한 혐오와 갈등에 대해선 "본인이 갖고 있는 가치관이 시대적으로 봤을 때 항상 옳을 수가 없는 건데, 어떻게 그렇게 단언하는지 저는 조금 안타깝다"며 "본인이 가진 것들이 항상 옳지는 않고 항상 정답은 아니라는 그런 마음을 가지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고 했다.
끝으로 그는 "인생은 짧다. 본인이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 열정을 갖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으며, 남들을 존중하자는 메시지를 청년들에게 전하고 싶었다"고 연설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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