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을 지키려는 승려와 사찰을 밀어버리려는 조폭이 맞선다. 승려들이 “천벌을 받을 것”이라고 하자 조폭은 “천벌은 힘없는 놈들이나 받는 것”이라고 맞받아친다. 이때 홀연히 등장한 사나이는 “하느님과 부처님이 너 때리래”라면서 조폭들을 일망타진한다. 국정원 요원 출신으로 불의 앞에서는 말보다 주먹이 앞서는 신부 김해일(김남길 분)이다. 5년 만에 두 번째 시즌으로 돌아온 SBS ‘열혈사제2’에서 김해일은 ‘다크 히어로’로서 사적 복수와 단죄에 나서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5년 전과 똑같다. 해야 할 일을 하지 않는 사람들 때문이다.”
◇기대감과 기시감 사이
‘열혈사제2’는 형사 구대영(김성균 분)과 개과천선한 비리 검사 박경선(이하늬 분), 김해일을 돕는 타짜 출신 수녀 김인경(백지원 분)을 비롯해 오요한(고규필 분), 쏭삭(안창환 분) 등 범죄로 점철된 구담시를 지키는 일명 ‘구벤져스’(구담+어벤져스)가 빠짐없이 다시 뭉쳤다. 각 등장인물의 숨겨진 과거와 캐릭터 구축 과정을 꼼꼼하게 짚었던 시즌1의 묘미는 생략됐지만, 이미 시즌1을 본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이들이 한자리에 모인 것만으로도 반갑다. 그 결과 ‘열혈사제2’는 방송 초반 11% 안팎의 높은 시청률을 구가하고 있다.
시즌2의 배경은 부산이고, 소재는 마약이다. 시즌1에서 검찰과 경찰, 정치인과 관료가 결탁한 부패 권력을 해체해가는 과정을 보여줬다면, 이번에는 마약 카르텔과의 한판 승부다. 최근 현실에서도 마약 범죄가 일상 깊숙이 침투해 있다는 것을 고려할 때 적절한 소재 선택이라 할 수 있다. 김해일을 따르던 어린 성당 복사 상연(문우진 분)이 마약 거래 현장을 목격한 뒤 협박을 받으며 강제 마약 투약 피해를 입는다는 내용도 이미 사회면 뉴스로 봤음 직한 이야기다.
여기에 ‘열혈사제2’는 날카로운 현실 풍자도 넣는다. 상연에 대한 헛소문이 학급 친구들 사이에서 퍼져나가는 것을 본 김해일은 “친구에 대한 진실보다 그냥 욕할 거리가 생겨서 좋은 거냐? 무턱대고 남 까는 것, 그것도 마약”이라고 일침을 놓는다.
‘열혈사제2’의 최대 강점은 역시 호쾌한 액션이다. 이번에는 김해일의 현란한 쌍절곤 액션이 백미다. 여기에 만화적 상상력을 덧댄 설정과 적절한 CG를 활용해 보는 재미를 더한다.
다만 탄탄한 서사보다는 과장과 말장난, 농담의 농도가 진해져 “시즌1보다 유치하다”는 평가도 있다. 김해일이 갑자기 조커 분장을 하고 나타나는 등의 설정은 볼거리 제공 차원에서는 유효하나 개연성을 저해하는 요소다. 새로운 시청자가 유입되지 않고 시청률이 정체된 요인으로 꼽힌다.
◇왜 사적 복수에 열광하나?
‘열혈사제’ 시리즈를 포함해 악인들을 향한 사적 복수를 그린 작품은 ‘흥행 불패’ 코드로 자리매김했다. ‘열혈사제2’에 앞서 방송됐던 ‘지옥에서 온 판사’를 비롯해 ‘모범택시’, 올해 초 방송된 ‘밤에 피는 꽃’ 등도 법망을 요리조리 피해 가는 ‘법꾸라지’에 대한 강력한 응징으로 대중의 지지를 받았다. 이는 비뚤어진 권력자를 단죄하지 못하는 공권력에 대한 반작용이라 할 수 있다.
‘열혈사제2’는 신부인 김해일이 미사를 통해 이런 메시지를 담는다. “약자가 약자임을 깨닫지 않고 하느님을 찾지 않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려면 우리 모두가 평등해야 한다. 평등의 종류는 매우 많은데 그중에서 제가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평등은 처벌의 평등”이라며 “힘이 있는 사람이든 없는 사람이든, 똑같은 죄를 지었으면 똑같은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김해일의 신념은 정의를 원하는 대중의 바람과 맞닿아 있다.
‘열혈사제2’는 김해일과 형사·검사의 공조, 부패 권력과 단절을 선언한 부산 마약반의 존재를 통해 공권력을 최대한 이야기 안으로 끌어들이려고 시도한다. 하지만 결국 김해일의 완력으로 악당을 제압하는 과정은 액션극으로서 ‘열혈사제2’에 필수불가결한 요소이기 때문에 사적 제재에 정당성을 부여한다는 지적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공권력에 대한 대중의 불신이 사적 복수를 담은 콘텐츠의 인기를 견인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일부 유튜브의 사적 제재가 사회적 문제가 되듯 이런 대응이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는 것은 분명히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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