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82년, 코다유는 신쇼마루와 선원들을 이끌고
쌀을 팔러 에도로 향한다
그런데 이 날은 그냥 강한 바람 수준이 아닌
운이 지지리도 없이 폭풍우를 만난 거
그렇게 에도를 향하던 배는
폭풍우로 인해 진로를 잃고
하릴없이 바다에 갇히게 된다
그래서 여기까지 떠내려감
저 오른쪽 상단에 붉은 점이 보이는가?
좀 더 확대해 보자면
알래스카에 딸려있는 알류산 열도다
위 지도를 보면 알겠지만 일본이랑 존나 멀다
그마나 다행이었던 점이 있다면
섬에서 러시아의 모피 상인들을 만나게 된 것이었다
좋은 소식으로 러시아에서 상인들을 데리러 배가 곧 온다는 소식도 듣고
그렇게 어눌하게 러시아어도 배워가며
러시아에서 배가 오기만을 기다렸지만
코 앞에서 배가 난파되어 러시아인들과 사이좋게 섬에 갇히게 된다
오직 살아남기 위해서,
다들 합심하여 수달 가죽으로 돛도 만들고
어찌저찌 배를 제작해서
저기 붉은 원으로 표시된 캄차카 반도로 도착한다
이게 얼마나 미친 짓이었나면
캄차카에 있던 러시아 관리들도 어케했노를 시전했다
근데 진짜 문제는 따로 있었으니
그들이 집에 가려면 이르쿠츠크 총독에게 신청서를 내야 했는데
보다시피 이르쿠츠크는 캄차크랑 또 존나 멀다는 점이었다
(지금 지도의 제일 오른쪽 위에 있는 저 반도에 갇혀있는 상황임)
답장 오려면 최소 1년 이상 걸림
그래서 그들은 거기서 답장만을 기다리며 썩어 문드러질 바엔
그냥 직접 가겠다고 하고
'또' 어찌저찌 혹한의 눈보라를 돌파하며
(바이칼 호수에 있는 이르쿠츠크는 추위로 악명높은 지역이다)
겨우겨우 이르쿠츠크로 도착한 코다유와 선원들은
총독이 지금 임기가 끝나
수도인 상트페테르부르크에 가 있다는 소식을 접한다
솔직히 나 같으면 여기서 자살했을 거다
중간에 포기한 선원 몇 명이 그냥 이르쿠츠크에 평생 잔류하기로 했다
그래도 의지의 코다유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곳에서 키릴 락스만이라는 사람이랑 만나 친해지고
키릴의 도움을 받아 같이 페테르부르크로 가게 된다
수도 페테르부르크에 도착한 그들은 이제 궁전에서 당시 러시아 황제인
예카테리나 여제의 출국허가만 받으면 전부 끝나는 일이었다
코다유는 여제를 알현할 수 있을 때까지
또 몇 날 며칠을 하염없이 궁전에서 지내게 된다
코다유는 자신에 대한 노래까지 만들어
여제의 관심을 어떻게든 끌어보려 하지만
오스만과의 전쟁이 터지면서
코다유는 관심도 못 받고 바로 묻히게 된다
이제 코다유도 지쳐서 일본으로의 귀국을 포기하려던 때
드디어 여제 알현에 대한 승인을 받게 된다
여제에게는 그냥 무수한 알현요청 중 하나였겠지만
코타유에겐 말 그대로 마지막 한 줄기의 빛이었다
코다유의 기나 긴 여정의 페이지가 막을 오르게 된다
드디어 그토록 원했던 예카테리나 여제의
일본 귀국 허가를 받은 것이었다
그렇게 코다유는 일본으로 출항하는 배를 탈 수 있었고
이제서야 그리운 조국 땅을 밟을 수 있겠거니 싶었지만
그때 당시 에도막부 시대
즉, 쇄국 정책이 시행되었던 당시 일본은
서양의 배를 타고 온 코다유의 입국을 금지해버린다
그렇게 코다유는 일본 근해에서 오도가도 못 한 채 갇혀있다가
나가사키만 입항한다는 조건으로
거의 9년만에 자신의 조국에 발을 디딜 수 있었다
코다유가 그렸던 서양사람들과 그들의 의복 그림들
마지막은 여제의 초상화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