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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청소년들의 휴대폰만 만만한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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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20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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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들에게 휴대폰(스마트폰) 사용을 규제하는 문제가 논의 중이다. 국민의힘 조정훈 의원이 발의한 '우리 아이 SNS 안전지대 3법'은 학교에서는 학생들의 스마트폰을 금지하고, 16세 미만 청소년들의 SNS 및 중독성 강한 서비스 이용에 대해 친권자 동의를 요구하는 등의 내용이다. 특히 2023년 9월 시행된 '교원의 학생생활지도에 관한 고시'가 학생의 휴대폰을 금지하고 압수('분리')하는 데 많은 비중을 할애하고 있는 등, 휴대폰 소지를 전면 금지시킬 것인지가 최근 주요 쟁점이 되고 있다.

 

그 과정에서 국가인권위원회가 올해 10월 학교가 학생들의 휴대폰을 수거한 학교에 대해 인권 침해 진정을 기각했다는 것도 자주 거론된다. 학교가 학생을 휴대폰을 금지, 수거해도 인권 침해가 아니라는 뜻이라고 말이다. 그러나 해당 건의 구체적 내용을 담은 결정문도 아직 나오지 않았고, 인권위는 학교 규칙이나 구체적 방식에 따라 사례마다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현재 위원장을 비롯해 여러 위원이 반인권적 인사들로 채워진 인권위의 특수한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 지난 10여 년간 인권위가 학생 휴대폰 제한에 대해 인권 침해라고 판단해 온 것이 완전히 뒤집혔다고 하기는 아직 이른데도, 언론들과 정치인들이 섣불리 '기각 결정' 하나만 가져다 쓰는 것은 부적절하다.

 

우스운 지점은 학교들과 정부가 그간 인권위 결정을 얼마나 중시하고 존중했다고 결정례 하나에 그렇게 호들갑이냐는 것이다. 인권위가 그간 학교 휴대폰 규제에 대해 인권 침해라고 무수히 많은 개선 권고를 했지만 불수용률은 매우 높은 편이었다. 또 다른 예로, 2020년 서울시교육청에서 발표한 '제2차 서울 학생인권 실태조사 연구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학생인권조례가 시행된 지 10년이 되어 가던 당시에도 중학생 86.3%, 고등학생 49.2%가 학교 내에서 휴대전화를 일괄 수거하거나 소지가 금지된다고 응답했다. 즉 인권위가 뭐라고 하든, 학교 현장에서는 학생들의 휴대폰을 일괄 수거하거나, 자의적으로 압수하는 등의 일은 이미 비일비재했다.


청소년에 대한 권리 제한은 더 쉽게, 더 강하게

학생의 휴대폰 관련 문제는 곧잘 '규제냐, 방치냐' 하는 이분법적 구도로 오해받곤 한다. 학생인권조례 또는 인권위가 학생들의 휴대폰 사용을 제재하는 것 자체를 못하게 막는다든지, 자유만 강조한다는 식의 볼멘소리도 자주 나온다. 그러나 학교에서의 휴대폰 사용과 제한에 관한 문제는 그렇게 단순하게 이야기될 수 없다. 규칙을 두고 제한하더라도 어떤 목적과 범위, 방식이어야 적절할지, 학생들의 인권을 침해하지 않으면서 교육활동을 원활하게 진행하기 위해 어떤 방법이 있을지, 보다 교육적이고 민주적인 접근은 무엇일지 여러 차원에서 논의되어야 할 문제이다.


실제로 인권위가 일관되게 내놓은 판단도 모든 휴대폰 규제가 인권 침해란 것은 아니었다. 기본권 제한의 일반적·헌법적 원칙인 '과잉금지의 원칙'을 반영한 그 기준을 간단히 정리해보면 이러하다. 학생이 휴대폰을 가지고 있고 사용하는 것은 통신의 자유에 해당하므로 함부로 침해되어선 안 된다. 다만 합리적인 목적과 이유가 있다면 필요한 범위에서 적절한 절차로 만든 규칙에 따라 제한될 수 있다. 예를 들어 교육활동에 방해가 되지 않게 수업 시간에는 휴대폰을 무음으로 설정한다든지, 사용해선 안 된다는 식의 규칙을 만들 수 있다. 그러나 학교에 휴대폰을 갖고 오지 못하게 하거나 소지 자체를 금지하는 것은 과도하며, 휴대폰을 함부로 압수해서도 안 된다.

 

국회에 발의되어 있는 학생인권법안도 비슷하다. 더불어민주당 김문수 의원이 발의한 법안을 보면 제15조 '사생활의 자유에 관한 권리'에서 "② 학교의 장 및 교직원은 본인의 동의 없이 학생의 소지품을 검사하거나 압수하여서는 아니 된다. 다만, 안전을 위하여 긴급한 필요가 있는 경우 학칙에 따라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 ③ 학교의 장 및 교직원은 다른 학생의 학습권 보장 등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 학칙에 따라 학생의 전자기기 사용을 제한할 수 있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정당한 사유가 있다면 학칙에 따라 휴대폰(전자기기)의 '사용'을 제한할 수 있으나, 소지 자체를 못 하게 하거나 동의 없이 압수하는 것은 안 된다는 것이 법안의 취지이다. 사실 이런 조문으로는 학교 현장에서 '긴급한 필요', '적절한 조치', '정당한 사유' 등을 폭넓게 해석하여 각종 불필요하고 과도한 규제가 벌어질 위험성이 있다. 그래도 수업이나 시험 중에 휴대폰을 제한할 필요가 크다는 목소리를 반영하여 이런 법안이 마련되었다. 인권위의 판단 기준도, 학생인권조례나 학생인권법안도 모두 휴대폰을 아예 규제해선 안 된다고 하지 않는다. 그러니 '인권 때문에' 휴대폰을 규제 못 한다는 식의 엄살을 접할 때면, 국가인권위 결정례와 학생인권조례 내용을 읽어보긴 했는지 의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인권위 권고나 학생인권조례에도 불구하고 학교에서 학생들의 휴대폰 사용을 제한해도 된다고 하려는 것이 아니다. 학교의 학생 휴대폰 규제를 비판하는 측이 모든 규칙과 제한을 부정한다는 식의 허수아비 때리기를 멈추라는 말이다. 또한 문제를 이분법적으로 바라보면서 제한의 필요성이 있으니까 곧 전면 금지나 수거를 하겠다는 데까지 나아가는 것도 적절치 못하다. 특히 인권을 제한하는 법제도를 만들 때는 권리 제한의 정도를 최소화하고 합리적인 방법과 균형점을 찾으려고 노력해야 한다. 단순히 '바람직하지 못하다'거나 '해롭다'는 것만으로 규제가 시행될 수는 없다. 만약 모든 노동자의 업무 효율과 정보 유출 방지를 위해 휴대폰을 갖고 출근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을 만든다면 어떻겠는가? 온 국민의 정신건강 개선을 위해 SNS 접속 가능 시간을 하루 2시간으로 제한한다면 다들 고분고분 고개를 끄덕일까? 우리 사회는 유독 청소년들의 권리를 제한할 때만 훨씬 더 쉽게 전면적 차단이나 금지를 도입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마치 청소년의 권리는 그 가치가 더 가볍고 쉽게 침해당해도 된다는 듯이.

 

더 나은 방법을 먼저 찾아보자

 

보다 근본적인 질문과 논의도 필요하다. 인권위의 판단 기준 등은 '강제성이 있는 규칙으로 학생의 휴대폰을 규제할 때' 지켜야 할 가이드라인의 성격을 갖고 있다. 학교에서 학생들의 휴대폰을 법률로 금지하는 것도, 위반하면 처벌(벌점, 징계 등)받게 되는 학교 규칙으로 금지하는 것도 모두 매우 타율적이고 강제적인 조치이다. 그렇기에 정당한 사유와 적절한 수단 등을 요구받는 것이다. 이 역시 청소년의 권리를 제한하고 생활을 통제하는 문제라서 자꾸만 강제적 조치를 한다는 것을 전제로, 규제를 중심으로 논의가 이루어지는 것 아닐까? 학교에서 휴대폰 사용의 문제를 강제적 규칙으로 다루는 것이 맞는지, 더 바람직하고 나은 방법은 없는지를 고민할 수는 없을까?

 

일상생활에서 휴대폰 사용에 관한 많은 부분은 강제적 규칙 말고 문화를 조성하거나 약속을 정하는 등의 방식으로 조절될 수 있다. 가령 학교 차원에서 바람직한 휴대폰 사용에 대해 충분한 대화를 나누고 약속(어긴다고 해서 처벌받는 것이 아닌)을 정하며 약속을 지키기 위해 다 같이 노력할 수도 있다. 타인에게 피해를 끼친 경우에는 조치를 취하되, 그 외의 경우에는 비강제적인 방식으로 서로 맞춰 나가는 것이다. 이미 그렇게 휴대폰 사용 문화를 만들어 가며 운영 중인 학교들도 여럿 있다. 사실 이는 영화관이나 공연장에서든, 일터에서든, 회의 자리에서든, 가족이나 연인·친구 사이에서든 우리가 항상 경험하는 모습이고 방법이기도 하다. 그렇게 더 나은 방법, 가능한 대안이 있다면 강제적 수단은 좀 더 신중하게 고려되어야 한다.

 

학교에서 특히 더 학생들의 휴대폰을 금지하고 싶어 하는 것은, 앞서 말했듯 청소년의 권리를 경시하는 것에 더해, 학생들에게 장시간 수업 집중과 교육활동 참여를 요구하는 학교의 특성 때문으로 보인다. 그러나 딴짓과 해찰의 방법은 무궁무진하다는 현실적 문제를 떠나서라도, 수업에 집중시키기 위해서라며 강제적 수단을 함부로 쓰고 학생의 인권을 침해하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 교육의 내용과 방식이 학생들이 교육의 주체로서 참여할 마음이 들게 하는 것이 되어야 하고, 휴대폰이 방해가 된다면 교육활동 중에는 내려놓을 수 있게 공감대가 만들어져야 한다. 지금의 학교가 그런 여건이 되지 않는다면, 교육 제도와 환경의 탓을 하는 것이 먼저다.

청소년에 대한 휴대폰 규제를 주장하며 조정훈 의원은 SNS를 마약에 비유하기도 했다. 정말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 '마약'을 제작, 판매하는 것을 금지해야 하지 않을까? 그러지 않고 청소년들에 대한 규제만 강화하려고 하니, 마치 글로벌 대기업과는 싸우기가 겁나서 쉽게 사회적 힘이 없는 청소년들을 통제하면서 할 일을 다 했다고 생각하려는 것만 같다. 휴대폰이 얼마나 방해가 되는지, 스마트폰이나 SNS가 얼마나 해로운지를 말하면서, 청소년들의 생활과 인권은 어떤지, 청소년들을 평등한 시민으로 존중하고 있는지도 같이 고민하기를 바란다. 그렇지 않으면 청소년들의 권리만 과도하게 제한하는, 차별적이고 통제적인 정책이 나오기 십상이다.

 

http://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41119170715629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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