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명문으로 이름난 서울 소재의 한 사립 중학교에서 야구부 지도자들이 특정 부원을 지속적으로 학대했다는 신고가 접수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14일 한국일보 취재에 따르면, 서울 A중학교 야구부 감독 B씨와 코치 C·D씨는 부원인 E군(2학년)을 1년 6개월간 반복적으로 폭행하고 모욕을 준 혐의(아동학대)를 받고 있다. 이 야구부는 전국대회 우승 후보로 꼽히는 강팀으로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MVP) 등 다수의 프로야구 선수와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출전한 국가대표 등을 배출했다. 현재 50명 넘는 부원이 속해 있다.
폭언 안 들으려 무리한 체중 감량…시력 '1.0→0.1' 부작용
당시 피해 학생은 키 171㎝, 몸무게 80㎏ 정도였다. 감독이 다른 부원들이 보는 자리에서 "야 이 돼지XX야", "야구 XX 못하네" 등 수시로 폭언을 했다는 게 E군 측 주장이다.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은 E군은 한 달 만에 10kg을 감량했다. ... 무리한 감량의 부작용은 심각했다. 시력이 한 달 새 1.0에서 0.1로 뚝 떨어졌다. 야구공이 잘 안 보여서 훈련 중 배팅볼에 맞아 다치기도 했다.
코치들도 피해 학생에게 모멸적 폭언을 하며 괴롭혔다. 지난 7월 코로나19에 걸렸던 E군은 "격리 해제 후 야구부 연습에 합류했는데 C코치가 다가와 '안 뒤졌냐'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E군이 감정을 추스르며 "죽을 만큼 아프지는 않았다"고 답하자, C코치가 싸늘한 표정으로 "아... 아깝네"라고 말했다고 한다.
허벅지 차는 '마비킥'…피해 학생 화장실 문 잠그고 눈물
야구부 지도자의 학대는 폭언에서 그치지 않았다. E군은 "코치 2명이 나를 반복적으로 폭행했다"고 주장했다. 2월부터 시작됐다는 C코치의 '헤딩 놀이'가 대표적이다. 딱딱한 야구공을 3~4m 위로 높게 던진 뒤 "헤딩"이라고 외치면, 떨어지는 야구공을 머리로 받으며 "감사합니다"를 큰소리로 외치게 했다는 것이다.
D코치는 더 노골적으로 피해 학생을 때렸다. '차려' 자세를 시키고 주먹으로 복부를 수십 차례 때렸다는 게 피해 학생 측 주장이다. E군은 주먹으로 맞을 때마다 "감사합니다"라고 외쳐야 했다. 4월에는 허벅지 바깥을 강하게 찍어 다리 힘이 풀리게 하는 '마비킥'을 맞았다. E군은 곧바로 비명을 지르며 흙바닥을 굴렀다. 그는 "집에 돌아와 화장실 문을 잠그고 1시간을 울었다"고 했다. D코치는 국내 프로야구팀에서 선수 생활을 한 젊은 지도자다.
피해 학생은 틱장애까지
야구를 포기하고 싶지 않아 폭언과 폭행을 견뎌왔던 E군은 지난 8월 부모에게 피해 사실을 털어놨다. 이미 틱장애까지 생긴 뒤였다. 부모는 연습을 나갈 때마다 먹은 것을 모두 토해내고 설사를 했던 아이의 모습이 그제서야 이해됐다.
E군은 결국 야구부를 그만뒀다. 부모가 항의하자 감독과 코치는 다시 사과하는 모양새를 연출했다. C코치는 지난 8월 30일 면담에서 잘못을 인정했고, D코치는 9월 폭행 사실을 사과했다. 다만 D코치는 "관심 표현이자 친밀감 형성을 위한 장난이었다"고 말했다. 감독은 "폭언이나 폭행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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