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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동덕여대 시위, '왜' 묻지 않은 언론에 '난장판'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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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20 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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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덕여대가 학생들과 소통 없이 남녀공학 전환 추진을 논의했다고 알려지며 학생들의 시위가 촉발됐다. 지난 11일 시작한 시위가 일주일째 이어지며 언론 보도가 쏟아졌는데, 대다수는 시위를 '폭력', '난장판' 등으로 규정하며 묘사하는 데 그쳤다. 학생들을 향한 혐오·조롱성 댓글이나 위협성 게시글이 수많은 기사의 제목으로 꼽혔다. 

시위에 '젠더갈등'을 덧씌운 보도에는 정치인들이 혐오 발언으로 편승했다. 언론을 통해 실시간으로 시위 행태와 학교의 대응, 댓글이 사실상 중계되고 있음에도 학생들이 시위를 하는 이유를 구체적으로 짚은 보도는 찾기 어렵다. 헌법이 보장하는 집회·시위의 자유보다 "시위의 방법에 아쉬움이 남는다"며 "'열 맞춘 바둑돌 같다'는 표현이 나왔던" 타 집회와 비교하며 심판자를 자처한 보도도 있다. 원인을 짚기보다 현상 지적에 그친 언론이 공론장으로서의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가능하다.


동덕여대 시위 '심판' 역할 자처한 언론 

학내 문제에 대한 동덕여대 학생들의 시위는 언론 보도를 타면서 더 심각한 문제가 됐다. 대다수 보도에는 '폭력', '아수라장', '난장판' 수식어가 붙었고, 기사엔 시위 참여 학생들에 대한 조롱성 댓글과 혐오 댓글이 달렸다. 각종 커뮤니티의 댓글과 사진은 언론에 의해 그대로 인용돼 또다시 재생산됐다. 특히 일부 언론은 시위 참여 학생들을 '폭도'로 규정하며 '신상을 털겠다'고 예고한 '신남성연대' 집회, 시위와 무관한 남성들이 학교에 무단 침입한 사례 등 폭력적 상황을 두고 '젠더갈등이 격화됐다'고 왜곡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과 이기인 최고위원이 시위를 "비문명", "망상적 테러 행위"라고 칭하는 등 일부 정치인이 보탠 말이 기사로 재확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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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측이 시위로 학교가 입은 피해 금액이 최대 54억 원에 이른다고 밝히고, 총학생회에 취업박람회 업체가 청구한 3억3000만 원의 보상 청구서를 전달한 뒤에는 숫자를 앞세운 보도가 이어졌다. 총학생회는 "학생들과 가장 먼저, 가장 자주 소통해야 할 학교 본부가 면담에는 응하지 않으면서 누구보다 빨리 돈으로 학생을 겁박하려 한다"고 반박했지만 '손해배상'에 초점을 맞춘 보도의 흐름을 바꿀 수는 없었다. 한국 언론이 시위와 파업을 위축시킨다고 지적 받는 보도 행태와 유사한 문제가 반복됐다. 

학생들의 요구는 '소통', 시위의 본질은 '비민주적 행정' 

이번 일의 당사자인 동덕여대 학생들은 시위의 본질이 '학교의 비민주적 행정'이라고 강조한다. 지난 15일 오후 출입이 통제된 동덕여대 정문 앞에서 8명의 학생들을 만났다. 재학생 A씨는 "이번 사건은 단순히 공학 전환 때문이 아니라 학교의 독단적 행동과 통보 방식에 대한 반대 시위 운동"이라고 강조했다. B씨도 "학생들의 불만을 한 단어로 말하면 '반민주적 학사행동'"이라며 "학교의 주인은 학생인데 왜 우리는 학교의 논의에서 계속 빠져있지라는 의문에서 시작된 시위"라고 했다.


동덕여대에서 학교의 비민주적 의사결정과 학생 배제가 지적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2022년부터 시작된 상경계열 전공 통폐합 논의는 총학생회 차원의 설문조사, 규탄 연대 서명, 비상 집회 등 반대가 이어졌지만 올해 통폐합 개편안 통과로 결론 났다. 전임 교원을 확대하라는 요구도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지난해 동덕여대 학생이 학내 비탈길에서 쓰레기 수거 차량에 치여 사망한 사건이 발생한 장소는, 학생들이 2018년부터 인도와 차도 구분을 요구했던 곳이었다. 학교 측은 사고 진상규명을 위한 긴급 공청회를 개최하라는 요구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소통이 안돼서 답답하다'를 넘어서 '소통이 안 돼서 우리가 위험하다'는 위협을 느끼게 됐다"(B씨)는 반응이 나온 이유이다. 

그리고 올해 불거진 학교의 남녀공학 추진 논의에서 학생들은 또다시 배제됐다. 지난 11일로 예정돼있던 학교 처장단과 총학생회장단 면담 자리에도 학교 측이 불참했다고 학생들은 지적한다. 총학생회 관계자는 "이렇게 중요한 자리를 불참한 것을 보고 학생들과 소통할 의지가 없다고 판단해 강경대응하기로 했다"며 "학교가 학생과 소통하지 않고 밀어붙인다는 불안감이 증폭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학생들에 대한 폭력은 '젠더갈등'으로 왜곡, 정치인들 혐오 발언 편승 

이번 시위에 대한 수많은 보도들을 본 학생들은 "무서웠다"고 했다. B씨는 "기사와 이에 따른 댓글이 위협으로 느껴질 정도로 혐오적 발언이 많아 무서웠다"고 말했다. C씨는 "언론 보도를 보고 속상해서 눈물이 났다"며 "요즘 이렇게 시위하는 학교가 없어서 과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지만, 작년에도 (사망 사고로) 시위를 진행했는데 묵살되다시피 마무리돼 이번에는 제대로 보여주자는 마음으로 크게 진행하게 됐다"고 말했다. 

일부 기사들은 '여학생이 남자를 싫어해서' 시위가 벌어진다는 인상을 준다. 한국기자협회 인권보도준칙 제1장과 2장에 따르면 언론은 민주적 기본권인 집회·시위를 부정적으로 묘사하지 않아야 하며, 인용을 이용해 차별을 조장하지 않아야 한다. A씨는 "'모든 학생들이 남자를 싫어한다'는 일방적 프레임과 편협한 시선으로 일관하기에는 우리가 그동안 목소리 높여 쌓아둔 사례와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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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번 시위로 '젠더갈등이 격화되고 있다'는 보도는 학교 측 불통을 지적하는 시위 목적과 괴리될 뿐 아니라, 학생들에 대한 혐오와 폭력을 정당화하는 측면이 있다. 실제 시위가 알려진 뒤 '동덕여대에서 칼부림을 벌이겠다'는 온라인 게시글이 올라와 경찰이 추적에 나섰다. 학생들에게 가해지는 혐오성 댓글과 협박은 '젠더폭력'으로 다뤄져야 하지만, '젠더갈등'이라는 왜곡된 프레임이 실제 문제와 책임 소재를 가리고 있다. 

한국기자협회 인권보도준칙 제4장(성평등)은 언론은 성차별적 표현을 사용하지 않아야 하고 성별을 불필요하게 강조하지 않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D씨는 "문제의 근원은 소통"이라며 "현 상황에서 '젠더갈등'이란 표현은 제외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위를 "비문명"이라 규정한 정치인 발언을 검증이나 평가 없이 전하는 보도는 정치인들의 책임 방기를 묵인하고 있다. 갈등 상황에서 타협점을 찾는 정치 본연의 역할이 아니라 자신들의 정치적 입지를 위해 특정 집단을 공격하는 행태가 비판 없이 확산된 것이다. 이에 C씨는 "정치인들이 아예 개입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A씨는 "발언의 힘이 쎈 정치권에서 시위를 악용하면 억울하다. 학생의 입장은 학생이 제일 잘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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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 증폭 아닌, 문제 해결 위한 보도 필요하다 

이번 시위는 학생들은 왜 남녀공학 전환을 반대하고, 한국 사회에 왜 여대는 필요한가라는 질문으로 이어진다. B씨는 "아직까지도 성차별이 만연한 한국 사회에서 여대는 여성인 게 안전하고 편안한 공간, 여학생이 '여학생'이 아니라 '대학생'이 될 수 있는 안전지대"라고 말했다. 이번 시위를 둘러싼 조롱과 위협이 여대 필요성을 다시금 보여줬다는 시각이다. 

자극적인 보도들 가운데 필요한 제언을 담았다고 평가 받는 보도들도 있다. 프레시안 <동덕여대 학생들은 왜 '과잠'을 바닥에 던져뒀나>, 한국금융경제신문 <동덕여대, 시위 시발점 '학교'…학생들이 바라는 건 '대화'> 기사는 시위의 배경이 된 학교 측의 소통 부재를 짚었다. 경향신문 '플랫'팀의 <"여성 목소리 지지하는 공간 절실"…'남녀공학' 반대하는 여대 학생들> 기사는 혐오가 만연한 한국 사회에서 여대의 존재 의미를 짚는 동시에 여대가 '여성만의 안전한 공간'을 넘어서 성평등 관련 리더십을 적극적으로 논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 기사들은 자극적인 사진이나 문구를 내세우지 않았다는 공통점도 있다. 

B씨는 "(언론이) 우리가 왜 이 시위를 하고 있는지 더 집중해주면 좋겠다"며 "갈등이라는 자극적인 이야기보다는 왜 학생들이 이 시위를 하고 있는가, 학교가 어떤 대응을 하고 있기에 학생들은 이렇게 행동하는가 더 설명해줬으면 한다"고 전했다. A씨는 "댓글을 보면 '동덕여대 취업 기회 망했다. 믿고 걸러라'라는 말들이 많은데, 학교는 부끄럽지만 이렇게 대응하는 학생들은 전혀 부끄럽지 않다"며 "오히려 학생들은 학교의 가치와 학생들의 권리를 되찾고 있다"고 했다.


https://naver.me/5apLDCC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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