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MBC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
MBC 드라마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아래 '이친자')가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마지막 회마저도 그동안 꾸준히 유지해 왔던 특유의 템포와 긴장감을 잃지 않았다.
보통 잘 가다가 마지막 회에서 미끄러져 망작이 되어버린 드라마가 얼마나 많았던가. '이친자'는 달랐다. 갑작스러운 화해 모드도 없었고, 뜬금없는 개과천선 따위도 나오지 않았다. 국내 최고의 프로파일러가 수사 중인 살인사건에 얽힌 딸의 비밀과 마주하고, 처절하게 무너져가며 심연 속의 진실을 쫓는 '부녀 스릴러' 드라마는 끝까지 긴장감을 놓지 못하도록 스릴있게 전개됐다.
그런 의미에서 작가와 연출진은 물론 모든 배우들에게 너무 고맙다. 시청자 입장에서도 이토록 긴장감이 끝까지 유지되었는데 그들의 입장에서는 얼마나 고된 작업이었을까 싶다. 특히, 배우들이 보여준 미친 연기에 박수를 보낸다.
마지막 회답게 장면 하나하나가 다 보석 같았다. 특히 장태수(한석규 분)와 장하빈(채원빈) 부녀가 화해하는 장면에서 두 배우는 서로 마주 서서 얼굴 표정과 말투 심지어 숨소리까지 완벽한 신을 만들어냈다.
지금까지 유지해 온 캐릭터의 붕괴 없이 두 사람이 대화를 주고받는 연출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이토록 완벽한 장면을 가능케 한 건 두 배우의 연기가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 듯하다.
압도적인 연기
두 배우가 아니고서는 극 중 인물들의 감정선을 표현할 수 있는 다른 배우가 떠오르지 않는다. 30년 만에 MBC 드라마에 복귀한 한석규 배우는 프로파일러로서의 냉정함과 아버지로서의 혼란스러움이 뒤섞인 감정을 절제하면서도 압도적인 분위기로 잘 표현했다.
신예 채원빈 배우는 시종일관 서늘한 표정과 알 수 없는 눈빛 연기로 밀리지 않는 미스터리 한 분위기를 뽐내며 호흡을 맞춘다. 가장 가까운 부모로부터 의심받는 딸의 심리를 담아내다 못해 광기 어린 분위기로 승화시켜 버리기까지 한다. 두 배우의 조합이 아니었다면 이런 웰메이드 작품은 애초에 가능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한석규와 채원빈 두 배우가 불꽃같은 연기를 펼쳤다면, 그 불꽃이 타오를 수 있도록 받쳐준 모든 조연들의 연기 역시 훌륭했다. 이들의 연기는 주연 배우가 피어 올린 불꽃에 던져진 장작과도 같았다고나 할까. 잘 마른 장작이 되어 불꽃을 더 폭발시키기도 했고, 때로는 젖은 장작이 되어 두 사람의 갈등을 소강시키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하빈의 생일을 맞아 테이블에 앉은 부녀의 모습은 아주 화기애애하지는 않았지만, 전과 달리 둘은 매우 가깝게 앉아 식사를 하고 있다. 드라마 내내 어두웠던 집안의 분위기는 부녀의 화해 이후, 매우 밝게 연출된다. 이 집이 이렇게 환했었나 싶을 정도로 눈이 부셨다. 긴긴 갈등의 밤이 가고 환한 새벽이 왔음을 나타내려는 듯, 변화를 맞이한 미장센 역시 마지막까지 연출에 심혈을 기울이는 듯 보였다.
'이친자'의 시나리오는 한아영 작가가 썼다. 2021년 MBC 드라마 극본 공모전 당선작으로 원작의 제목은 '거북의 목을 쳐라'였다고 한다. 배우들의 연기, 감독과 연출팀의 연출, 탄탄하고 검증된 시나리오가 어우러져 올해 최고의 드라마를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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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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