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대 소설인 젊은느티나무에서 엄청 그사세 최상류층 자제들 연애소설인거 티나는 부분들
나는 노트를 다른 책들 밑에다 잘 감추어 두고 아래층으로 내려가서 냉장고 문을 연다. 뽀오얗게 얼음이 내뿜은 코카콜라와 크래커, 치즈 따위를 쟁반에 집어 얹으면서 내 가슴은 비밀스런 즐거움으로 높다랗게 고동치기 시작한다.
그는 왜 늘 내 방에 와서 먹을 것을 달라고 할까? 언제나 냉장고 앞을 그냥 지나 버리고는 나에게 와서 달라고 조른다. 어떤 게으름뱅이라도 냉장고 문을 못 열 까닭은 없고, 또 누구를 시키는 것이 좋겠다면 부엌 사람들께 한마디하는 편이 나을 것이다.
[아깝게시리 ------ 테니스코오트나 만들면 좋겠는데, 응 그러면 어떨까?]
어느 날 돌담에 가 걸터앉아서 내려다보던 끝에 그런 제의를 했다. 이튿날 우리는 석회를 들고 가 금을 그었다. 또 며칠 후에는 네트를 치고 땅을 깎아 아주 정식으로 테니스 코오트를 만들어 버렸다.
물리학 전공의 그는 상당히 공부에도 몰리고 있는 눈치였으나 운동을 싫어하는 샌님도 아니었다. 테니스를 나는 여기 오지 전에도 하고 있었지만 기술이 부쩍 는 것은 대부분 그의 덕분이다. 스포츠는 삶의 기쁨을 단적으로 맛보여 준다. 공을 따라 이리저리 뛰면서 들이마시는 공기의 감미함이란 아무것에도 비할 수 없다.
서울 와서 일 년 남짓 지내는 새에 나는 여러 모로 조금씩 달라진 것 같다. 멋을 내는 방법도 배웠고 키가 커지고 살결도 희어졌다. 지난 사월에는 미스 E여고에 당선되어서 하룻동안 학교의 퀸 노릇을 하였다. 바스트가 약간 모자랄 거라고 나는 생각하고 있었는데 압도적으로 표가 많이 나와서 내가 오히려 놀랐다. 엄마는 좋아서 어쩔 줄 몰랐고 므슈 리는 기막히게 비싼 팔목시계를 사 주었다.
지수는 K장관의 아들이다. 언덕 아래 만리장성 같은 우스꽝한 담을 둘러친 저택에 살고 있다. 현규랑 함께 정구를 치는 동무이고 어느 의과 대학의 학생인데 큼직큼직하고 단순하게 생겨 있었다. 지프차에다가 유치원으로부터 고등학교까지의 동생들을 그득 싣고 자기가 운전을 하여 가곤 한다. 나도 두어 번 그 차를 얻어 탄 일이 있다.
세계적인 발레리이나가 되어 보석처럼 번쩍이면서 무대 위에서 그를 노려보아 줄까? 한번도 귀담아 들은 적은 없지만 내 발레 선생은 늘 나에게 야심을 가지라고 충동을 한다. 그러면 그는 평범한 못생긴 와이프를 데리고 보러 왔다가 가슴이 아파질 터이지. 아주 짧은 동안 그것은 썩 좋은 생각인 듯 내 맘속에 머물렀다.
편지가 왔는데 어쩌면 엄마가 미국에 가야 할지 모르겠어. 그렇게 되면 일 년이나 아마 그쯤 은 못 돌아올 것 같은데 숙희하고 오빠를 버리고 가기도 어렵고 그래 싫다고 몇 번이나 회답을 냈지만...
숙희는 돌아와서 학교에 가야 해. 무엇이고 다 잊고 공부를 해야 해. 나도 그렇게 할 작정이니까. 어머니가 떠나시려면 비용도 들테니까 집은 남 빌려 주자고 말씀드렸어. 숙희, 우리에겐 길이 없는 것은 아니야. 내 말을 알아 들어줄까? 우리에겐 길이 없지 않어. 외국에 가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