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장범 KBS 사장 후보자가 휴대전화에 TV를 직접 수신할 수 있는 기능을 추가해 수신료 수입을 늘리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 ‘경영 능력 부족’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앞서 박장범 후보자는 지난 10월 KBS 이사회의 면접에서 “전 국민이 가지고 있는 핸드폰에 TV를 직접 수신할 수 있는 기능을 추가하려고 한다. 재난방송과도 관련되어 있는 사안”이라며 “그렇게 되면 KBS가 수신료 징수와 범위를 대폭 늘리는 데 상당히 획기적인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고 했다.
KBS 이사회에 제출한 경영계획서를 통해서는 “방송법 시행령 제39조 개정을 통해 등록 면제 수상기 범위 축소 검토 및 추진” 계획을 밝혔다.
방송법 시행령 제39조가 규정하는 ‘등록이 면제되는 수상기’ 가운데 ‘이동 중 수신을 목적으로 하는 개인휴대용 수상기’는 DMB(Digital Multimedia Broadcasting)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DMB는 휴대전화 등에 수신용 안테나를 설치해 TV·라디오 방송 등을 볼 수 있도록 하는 기능이다.
즉 박 후보자 계획이 실현되려면 삼성, 애플 등이 휴대전화 단말기에 DMB 기능을 추가해야 하는 것이다. 이미 스마트폰 보급이 일반화한 제조사들로선 휴대전화에 DMB 기능을 추가할 요인이 없다.
또한 현행 방송법 제64조는 수신료 납부 대상을 ‘TV수상기 소지자’가 공사(KBS)에 수상기를 등록한 경우로 규정한다. 시행령을 개정해 ‘등록 면제 수상기’ 대상을 축소하더라도, 현행법상 TV 외의 수상기 소지자에게 수신료 납부 의무를 강제할 수 없다.
18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도 이 같은 지적이 제기됐다. 최민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KBS가 (휴대전화 TV 수신 기능을) 넣고 싶으면 넣어지나” “제조사하고 한 번이라도 얘기해본 적 있나”라고 물었다. 박 후보자는 “저는 아니지만 과거에 여러 차례 협의했지만 부정적이었다”고 했다.
최 위원장이 “제조사가 해준다고 치자. 그 다음에 뭐 해야 하나. 방송법을 개정해야 하나, 시행령만 정부와 비밀리에 얘기하면 되나”라고 묻자 박 후보자는 “정확하게 모르겠다”고 답했다.
그러자 최 위원장은 “그런데 이런 걸 대안으로 제안하냐”고 질타했다. 최 위원장은 이어 “경영 능력도 없고 예측도 없고 대충 쓴 것”이라며 “전체 지상파 매출액이 4조1552억 원, 지상파 DMB 매출액이 49억 원, 0.02%다. 이미 대안이 될 수 없다는 게 확인된 사안”(2022년 기준)이라고 질타했다.
이를 두고 박 후보자가 “BBC도 태블릿 같은 데에다가 TV수신료를 부과하고 있다”고 하자, 최 위원장은 “그럼 영국에 가서 BBC 사장 하시라”고 말했다.
이훈기 민주당 의원도 관련해 “휴대전화 4개 있으면 수신료를 네 배를 내라는 건가. 정신 나간 이야기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이 자리에서 박 후보자는 “현 상황에선 모바일 기기에 수신료를 부과하는 건 어려운 상황이라는 걸 알고 있다. 장기적으로 모바일 기기로 재난방송을 직접 수신할 수 있는 상황이 된다면 그 상황 근거로 수신료 부과할 수 있는 또다른 근거가 생긴다는 말씀”이라며 “장기적인 방안 하나로 검토”했다고 말했다.
박 후보자는 앞선 KBS 이사회 면접에서 DMB 외에도 “IPTV라든지 케이블 이런 TV 수상기 서비스를 받는, 그 서비스를 하는 업체들 SK텔레콤이라든지 LGU+라든지 KT와의 협업을 통해서 뭔가 상생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역시 유료방송사업자가 협조할 이유가 없고, 수신료 징수를 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어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이다. 박 후보자 측은 앞선 미디어오늘 보도에 “TV수상기 보유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방안 등을 논의하는 원론적인 수준의 아이디어”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