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팁/유용/추천 노동과 놀이가 하나 되는 삶 - 법륜스님이 말하는 진정한 워라밸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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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19 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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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륜 스님 “우리의 일상적인 생활은 일과 놀이거나 일과 휴식입니다. 주로 생산적인 일을 할 때, 즉 돈이 벌리는 일을 할 때 일이라고 하고, 육체적인 고단함을 쉬는 것을 휴식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풀면서 보내는 것을 놀이라고 합니다. 놀이는 대부분 돈을 쓰면서 합니다. 돈을 벌기 위해 열심히 일을 하면 육체적으로 피곤해지고 정신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그래서 육체적으로 쉬어야 하고 정신적으로 놀아야 해요. 그런데 일한다고 휴식을 못 하면 육체적으로 고단해지고, 충분히 놀지 못하면 스트레스가 쌓입니다.


똑같이 춤을 추는데, 왜 노동이 되기도 하고 놀이가 되기도 할까요?


디스코장에 가면 무대 위에는 무희가 나와서 춤을 추고, 무대 밑에는 놀러 온 사람들이 춤을 춥니다. 무대 위에 있는 사람들은 돈을 받고 춤을 추고, 무대 밑에 있는 사람들은 돈을 내고 춤을 춥니다. 음악이 울려 퍼지면 춤추는 건 똑같아요. 그런데 무대 위의 사람들은 일하고 있다고 하고, 무대 밑의 사람들은 놀고 있다고 합니다. 똑같이 춤을 추는데 왜 한 사람은 논다고 하고, 다른 사람은 일한다고 할까요? 차이는 돈을 받느냐 돈을 쓰느냐입니다. 한 사람은 돈을 벌기 때문에 일이라고 명명하고, 한 사람은 돈을 쓰기 때문에 놀이라고 명명합니다. 예를 들어, 무대 위에는 한 시간 춤추고 돈을 받기로 하고, 무대 밑에는 한 시간 춤추고 돈을 내기로 했다고 합시다. 주인이 30분 간 무료로 춤을 더 추라고 하면, 무대 밑에 있는 사람은 환호성을 지르고, 무대 위에 있는 사람은 추가 수당을 안 준다고 불만을 가집니다. 똑같은 행위를 하는데 무엇을 기준으로 일과 놀이로 나뉘는가 하는 문제입니다. 돈을 받고 하면 일이 되고, 돈을 주고 하면 놀이가 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돈을 주고받음이 없는 것이 ‘자원봉사’입니다. 돈을 받아야 하는데 못 받으면 강제노동이라고 합니다. 어떤 문제가 있기에 이렇게 차이가 날까요? 예를 들어, 두 사람이 밭에서 일하고 있다고 합시다. 둘 중에 한 사람은 노동자이고, 한 사람은 밭주인입니다. 누가 노동자이고 주인인지는 일이 끝나면 알 수 있습니다. 일이 끝나고 돈을 주는 사람이 주인이고, 돈을 받는 사람이 노동자입니다. 우리는 뭐든지 얻는 걸 좋아하는데, 그것은 주인의 길이 아니라 종의 길이에요.


역사적으로 살펴보면 어떨까요? 고대 노예제 사회에서는 주인과 노예가 있었고, 노예에게는 아무런 권한이 없었습니다. 일을 해도 대가를 못 받고 마치 가축처럼 먹여주고 재워주기만 했습니다. 사람이 가축을 부릴 때는 가축을 먹여주고 재워만 주지 돈을 주지 않습니다. 실컷 부려먹고 팔아버리거나 잡아먹어버리죠. 지금 시점에서 보면 아무런 노동의 대가를 못 받는 강제 노역을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여기서 더 처우가 개선된 게 중세 시대의 농노예요. 농노는 노예처럼 사고팔 수는 없었습니다. 토지에 묶여서 땅을 경작해 주고 돈을 받았습니다. 땅 주인을 위해 3천 평을 경작해 주는 대신 1천 평은 내가 먹는다든지 했습니다. 그러나 땅 주인이 농노를 사고팔 수는 없었습니다.

 

여기서 더 나아가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돈을 받고 일하는 노동자가 생겨났습니다. 돈에 묶여 있는 사람이 바로 노동자입니다. 노비는 신분에 묶여 있고, 농노는 땅에 묶여 있고, 노동자는 돈에 묶여 있습니다. 돈에 묶여 있기 때문에 신분과 학벌이 어떻든 돈만 주면 다 부릴 수 있습니다. 여러분들도 돈에 묶여 있기 때문에 이 회사에 근무하다가 저 회사에서 돈만 더 준다고 하면 옮겨갑니다. 이게 주인 된 자세 같지만 사실은 돈에 묶여 있는 겁니다.

 

노비는 주인이 먹는 걸 잘 주고, 입는 걸 좋게 해 주고, 잠자리를 좋게 해 주면, 다른 노비에 비해서 행복해합니다. 주인으로부터 최고의 혜택을 받기 때문입니다. 농노는 주인이 땅을 많이 준다고 하면 기뻐합니다. 노동자는 일을 적게 하는데 돈을 많이 주는 것을 최고의 행복으로 생각합니다.

 

그래서 노동자가 행복해지는 방법은 적게 일하고 돈을 많이 받는 것입니다. 가능하면 어려운 일보다 쉬운 일을 하되 돈은 많이 받고, 가능하면 더러운 일을 안 하고 깨끗한 일을 하고, 가능하면 위험한 일을 안 하고 편한 일을 하고, 가능한 돈을 많이 받는 곳이 가장 좋은 직장이 되는 겁니다.


인류 역사를 봤을 때 원래 모든 인간은 자유인이었습니다. 예를 들면 아프리카의 흑인들도 원래는 자유인이었습니다. 그런데 백인들이 아프리카 대륙에 와서 흑인들을 강제로 잡아서 노예로 판 겁니다. 자유인으로 살던 사람들은 저항을 했습니다. 강제로 잡힐 때 절반이 죽고, 배 타고 가다가 절반이 죽고, 도착해서 도망을 가다가 절반이 죽었습니다. 노예는 마치 가축과 똑같았습니다.

 

야생동물을 길들이려면 굉장히 어렵습니다. 야생동물이 저항을 해서 도망을 가든지, 사람이 다치든지 하게 됩니다. 그런데 야생동물이 낳은 새끼를 처음부터 가축으로 키우면 덩치가 큰 코끼리도 유순해집니다. 그것처럼 태어날 때부터 노예로 키워지면 노예적 사고밖에 못합니다. 마치 로봇에 프로그램을 설치하면 시킨 대로만 하는 것과 같아요. 처음에는 자유인이었지만, 노예로 전락했다가, 농노가 되었다가, 지금은 노동자가 된 겁니다.

 

무엇이 정말로 노동의 해방일까요?

 

그러니 노동시간을 줄이고 월급을 많이 받는 게 노동의 해방일까요? 주인이 안 때리고, 좋은 음식 먹여주고, 좋은 옷 입혀주고, 좋은 곳에 재워주고, 일하기 힘들지 않게 해주는 게 노예의 해방일까요? 노예의 해방은 신분으로부터 벗어나야 합니다. 농노의 해방은 토지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노동의 해방은 돈의 굴레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일을 적게 하고 돈을 많이 받는 게 노동의 해방이 아닙니다. 주인은 노동시간에 구애를 받지 않습니다. 주인은 모든 일이 자기 일이니까 가게가 크든 작든 몇 시간 일해야 한다고 정해놓고 일하지 않습니다.


노동시간을 줄이거나 초과 근무를 할 때 수당을 받도록 하는 것은 처우를 개선하는 것이지 노동의 해방은 아니에요. 진정한 노동의 해방은 노동을 놀이화하는 것입니다. 노동이 놀이가 되려면 그 일이 자기 일이 되어야 합니다. 춤을 추고 노는 사람들은 춤을 추는 것이 자기 일이에요. 노는 사람들은 노래를 하기 위해 돈을 냅니다. 그러나 노동하는 사람들은 노래를 하고 나서 돈을 받습니다. 일을 하고 나서 돈을 안 받는다는 측면에서는 강제노역과 자원봉사가 똑같습니다. 그러나 강제노역은 대가를 받고 싶은데 안 주는 것이고, 자원봉사는 자기 스스로 대가를 안 받는 겁니다.

 

그래서 저는 문명의 다음 단계로 바로 자원봉사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노동으로부터의 진정한 해방은 노동이 놀이처럼 느껴지는 것입니다. 놀이처럼 느껴지기 때문에 얼마나 노느냐는 자기가 결정하면 됩니다. 노동하고 나서 휴식을 하듯이 노는 것도 과하게 놀면 피곤해져서 휴식을 취해야 합니다. 휴식은 육체가 고단해서 쉬는 것을 말합니다. 그러나 놀이는 따로 휴식이 필요 없습니다. 노동이 놀이가 되려면 주인의 사고로 돌아가야 합니다.

 

수행은 일을 놀이화하는 것

 

스님이 엄청나게 많은 일을 하는 모습을 보고 여러분은 강철 같다고 하면서 신비하게 여기는데, 저는 놀이 삼아 할 뿐입니다. 일하는 것이 놀이가 되기 때문에 따로 노는 걸 더 할 필요가 없어요. 일을 놀이화하기 위해서는 관점의 정리가 중요합니다. 일을 놀이처럼 받아들일 수 있는 자세를 갖는 것이 바로 ‘수행’입니다. 일을 놀이화하면 그 자체가 수행이 되는 것입니다.


또 수행은 생산활동과 연결해 볼 수도 있습니다. 걷기 명상을 할 때는 자기 동작과 발바닥에 닿는 감각을 알아차려야 합니다. 그것처럼 고추밭에서 고추를 따려면 손끝에 집중해서 고추가 잡히는 감각을 알아차리는 겁니다. 이렇게 수행이 생산활동과 결합하면 생산활동은 일이 아니라 놀이가 되고 휴식이 됩니다. 이것이 바로 미래의 새로운 문명이라고 할 수 있고, 모든 속박으로부터의 해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원봉사는 사랑과 같은 겁니다. 두 남녀가 같이 지내면서 서로 주고받는 거래가 없을 때 사랑이라고 하듯이 필요한 일을 하되 거래가 없으면 자원봉사가 되는 겁니다. 거래가 있는 것은 매매춘이라고 합니다.

 

수행은 일을 놀이화하는 것입니다. 일을 놀이화할 때 우리는 노동으로부터 진정으로 해방이 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돈을 벌기 위해 엄청난 에너지를 쓰고 나서 돈을 버느라 받은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또 많은 돈을 씁니다. 많이 벌어서 많이 쓰면 잘 사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은 천만 원을 벌어서 천만 원을 쓰는 것을 잘 사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십 원도 안 받고, 십 원도 안 쓰는 게 잘 사는 게 아닐까요?

 

여러분들이 삶을 좀 더 진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실컷 노동하고 재산을 모아서 노후를 설계하는 방식은 낡고 위험한 방식이에요. 제일 확실한 방식은 부처님의 방식입니다. 다 버리고 나와서 밥은 얻어먹고, 옷은 주워 입고, 잠은 나무 밑에서 자니까 재산을 잃거나 사기를 당할 일이 없습니다. 게다가 과거에 신분이 왕자였다는 게 역효과가 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좋은 효과가 났습니다. 왕자인데도 모든 걸 버리고 왕궁을 나왔으니 저절로 신뢰가 갈 수밖에 없습니다. 왕자로 살 때는 호위병이 몇 명씩 따라다니고, 잠을 잘 때도 호위병이 지키고 있었는데, 숲 속 나무 밑에서 지켜주는 사람 없이 혼자 잠을 자도 편안했습니다.

 

부처님은 이렇게 자신이 가진 것의 100퍼센트를 버리니까 100퍼센트를 편안하게 살았다면, 우리는 부처님을 흉내 내는 식으로 50퍼센트만 버리니까 50퍼센트만 편안하게 살 수 있는 겁니다.


우리의 삶이 수행이 되도록 하고, 일이 놀이가 되도록 할 때 ‘평상시의 마음이 곧 도(道)이다’ 하고 말할 수 있습니다. 도(道)가 따로 있는 게 아니라 이런 길을 가는 게 도(道)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 아침에 일어나서 기도를 하고, 봉사도 하는 거예요. 그런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방법 중 하나가 수행, 보시, 봉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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