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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수능 때마다 등장하는 이 장면이 이번엔 '미담'이 아니라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누리꾼들은 "시험 날 지각이나 준비물 놔두고 가는 건 본인 책임 아니냐. 왜 경찰이 해줘야 하는 게 당연하게 됐지?", "본인 실수면 어쩔 수 없이 다음 기회를 기약해야지, 이걸 운송해주고 지원해주는 게 애초에 말이 안 된다", "수험생이라면 미리 집을 나서야 하는 것이고 늦었다는 건 그만큼 수험생으로 준비가 안되어 있다는 것", "늦었다고 경찰차로 태워주는 것 자체가 이미 불공정하다"며 비판을 쏟아냈습니다.
또 "주변 교통정리 정도는 해줄 수 있지만 지각한 애들 태워주기, 물건 갖다 주기 이런 건 안 해주는 게 맞다. 한도 끝도 없어서 이젠 수험표 배달이냐"며 수능 당일 경찰의 업무가 과도해졌다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내년부턴 (경찰 운송) 금지해라. 수험표 안 챙기고 나가는 건 군인이 총 없는 거랑 똑같다"는 댓글도 눈에 띕니다.
반면, "혼자 이동하기 곤란한 수험생은 좀 도와줘도 되지 않겠냐. 아직 아이들인데", "(수능은) 아이들과 우리의 미래를 위한 중요한 날이다. 우리의 미래를 짊어질 학생들을 위해 잠시 업무 변화가 생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여전히 미담으로 보는 시각도 존재했습니다.
경찰 내부에서도 부글부글 끓고 있는데요, 직장인 익명 앱 '블라인드'에선 현직 경찰관들이 "우리가 콜택시냐", "돈도, 가오(폼)도, 자존심도 없다"는 자조 섞인 반응이 나왔습니다. 다만 "아침 잠깐인데 경찰이 해줄 수 있는 일이라고 본다"는 한 경찰관의 의견도 있었습니다.
이제는 더 이상 '미담'으로만 바라볼 수 없게 된 '경찰의 수험표 배달', 우리는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요?
임준태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이제는 좀 바뀌어야 할 시대가 됐다. 획기적으로 생각의 변화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짚었습니다.
경찰이 수험표 배달까지 해줘서 나쁠 건 없지만, 실제 부여된 임무처럼 당연시되는 분위기는 아닌 것 같다는 게 임준태 교수의 설명입니다.
임준태 교수는 "교육부나 지자체에서 민간 경비 회사를 고용해서 해결해줘야 한다"며 "교육부가 별도 예산을 뽑아서 수능 시험지 호송 관련된 것도 민간 경비 회사에다 의뢰를 하면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자꾸 경찰이 하다 보니까 수업 날 오토바이로 태워다 주고 하는 게 기사거리가 되고 있다"며 "교통사고가 났다든지 이런 경우는 사실 어쩔 수 없지만 수험표 챙기는 걸 잊어버렸다는 건 그 학생의 준비성이라든지 가족들의 관심이라든지 이런 것도 사실 문제가 된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반면,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한국 특유의 수능 고사라는 성격을 비춰보면 위급한 상황에 분명히 있는 것"이라며 "경찰 업무를 합목적적으로 좀 폭넓게 해석한다면 수험생 태워다 주기, 수험표 전달해주기 등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웅혁 교수는 "다만 경찰 조직 내부 환경이 과거와 달리 변했기 때문에 내부적으로 보상을 해주는 체계로 전환되어야 한다. 가산점을 주거나 근무 성적에 반영을 해준다거나 보상책을 마련해주면 불만이 해결될 수 있다"고 제안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