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 나온 비건 오리지널글레이즈드 도넛
비건도넛가게에서 일하면서 들은 흥미로운 질문 BEST 3를 꼽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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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런 질문들을 할까? 따져 묻고 싶은 것은 아니고, 물음의 배경이 순수하게 궁금해진다. 혹시나 무례해 보일까 싶어 의중을 확인하지는 못했지만, 추측하건대 '도넛'에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니라 '비건' 도넛임에 초점을 맞추고 건넨 질문들일 것이다.
비건을 지향하는 음식점은 기본적으로 다양성과 건강 등을 존중하는 면이 있다. ... 글루텐프리 음식을 준비하는 경우도 있고, 동물뿐만 아니라 농업과 생태계 전체를 착취하지 않으려 유전자조작(GMO)식품을 소비하지 않거나, 유기농 재료 사용을 지향하기도 한다. 또한 콩이나 견과류에 알러지가 있는 비건채식인을 위해 성분 표시를 정확하게 하고, 다양한 선택지를 만들어두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맥락을 알고 있으면 밀가루로 만든 도넛이냐는 첫 번째 질문이 황당하지는 않을 것이다. 내가 일하고 있는 비건도넛가게 또한 다양성과 환경보호의 가치를 지향한다. 그렇지만 '속세의 맛'을 포기하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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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도넛은 다이어트에 좋을까? 거짓말을 해가면서까지 비건을 권하고 싶지는 않다. 체중을 줄이고 싶다면 후식을 먹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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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크비건이라는 말이 있다. 비건은 풀만 먹을 것이라는 선입견에 질린 비건 당사자들이 자신이 얼마나 욕망에 충실한 식사를 하고 있는지를 열렬히 표현하고 싶을 때에 자주 쓰는 표현이다. 열량이 높고 영양적으로 균형잡히지 못한 비건 음식을 두고 정크비건이라고 부르지만, 비건이 곧 금욕과 동의어가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은 마음이 담겨 있기도 하다.
비건도 달콤한 맛을 원한다. 비건도 기름진 음식을 먹고 싶다. 앞의 두 문장에서 비건을 사람으로 바꾸어 읽어보길 바란다.
동물착취를 줄이며 순환하는 지구를 되찾기 위한 생태운동으로써의 비거니즘(Veganism) 활동을 하다가, 정크비건을 권하는 일을 하는 것이 때로는 멋쩍을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내가 왜 비거니즘 활동, 기후정의 활동과 더불어 비건디저트가게에서 노동을 하기로 선택했는지를 생각한다. 다양한 채식 선택지를 상상할 수 있는 기반을 함께 만들고 싶었다.
전문
https://m.ohmynews.com/NWS_Web/Mobile/at_pg.aspx?CNTN_CD=A0002750653#c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