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동덕여자대학교 대학 본부가 일방적으로 공학 전환을 추진하였고 성신여자대학교 국제학부는 학생들 모르게 남학생 입학을 허용하였다. 광주여자대학교 또한 외국인 유학생 및 성인 대상 학습자 전형을 통해 남성이 재학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에 대해 상명대학교 여학우 일동은 위 학교 측의 독단적 경영을 강력히 비판한다. 여자대학은 공부할 권리, 일할 권리, 인간으로 대접받을 권리에서 배제된 여성들에게 기회를 제공하고자 설립되었다. 여자대학의 궁극적 목표는 완전한 평등을 이루었을 때 명예롭게 소멸하는 것이다. 코로나 이전 5년간 교내 성범죄가 1,200건에 달하고 유리천장 지수에서 12년째 꼴찌를 기록하는 대한민국에서 여자대학이 택할 길은 개방이 아닌 학생 보호와 여성 교육이다.
여성 인권이 존재하지 않는 수많은 공학 내 분위기를 주목하라
대학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서는 남성들의 약자 혐오가 주를 이루고 있다. 이러한 혐오를 마땅히 지적하면 페미니스트라며 척결 대상으로 낙인찍어 사이버 폭력을 행한다. 여학우를 대상으로 한 집단 린치는 온라인 공간을 넘어 캠퍼스 내에서도 이어진다. 공학 대학에서는 여성 대상 범죄에 분개하는 여학우에게 혐오를 하냐는 질문으로 압박하고, 여성학 강의에 약의를 가진 채 참여해 수업을 방해하며 강의를 망치기도 한다. 그뿐만 아니라 고백 거절이라는 변명을 내세우며 명예훼손부터 성범죄 및 살인 같은 심각한 범죄를 일 삼는다. 교제하는 경우는 안전한가? 여자 친구에게 이른바 '사상 검증'을 하거나 불법촬영을 자행하고, 단톡방에서 여학우를 성희롱하거나 딥페이크 성범죄를 저지르는 등 그 피해를 일일이 나열하려면 끝도 없다. 불평등한 사회 속에서 학교생활을 넘어 생존조차 위협 당하는 혐오 범죄가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이상, 여성만을 위한 교육 공간은 반드시 존재해야 한다.
상명대는 공학 전환의 성공 사례가 아니라 여대 존립의 실패 사례다.
상명대학교의 직계 전신 상명여자사범대학은 여성 지도자를 양성하는 여자대학으로서 존재하였다. 이후 상명여자대학교로 발전을 거듭하며 국내 여자대학의 명맥을 이어왔다. 그러나, 상명여대 재학생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개교 30년 만에 남녀공학으로 전환했으며 결국 대한민국 여자대학이 공학 전환되는 선례를 남기게 되었다. 여자대학의 소멸이 아닌 개방의 결과는 어떠한가? 과연 우리 상명대학교는 진정 공학 전환의 성공 사례라고 할 수 있는가? 페미니즘 동아리는 온갖 모욕과 조롱에 시달리다 사라지고 말았으며, 대학이라면 마땅히 가르쳐야 할 여성학 강의마저 단 한 개도 열리지 않는 대학으로 전략하였다. 여성 교사 배출의 선봉장이었던 상명대학교의 모습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보이지 않게 되었다. 학교 밖에서도 연대를 이어나가던 지성인들의 모습은 사라지고 여학우들을 향한 자극적인 혐오가 판치며 와해되었다. 여자대학의 개방이 여성의 성평등 지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지금의 상명대학교가 말해주고 있다.
"개방되었을지언정 좌절하지 않는다."
그러나 상명여자사범대학의 후신인 상명대학교 여학우들은 설립 이념인 여성 해방 정신을 잊지 않는다. 여성 교육의 역사는 여성 인권과 맞물려 있다. 왜 이 땅에서 여성들을 가르치기 시작했는지, 왜 이 땅에서 여성들을 가르치고 있는지 대학은 다시금 그 역사와 의미를 되새겨야 한다. 상명대학교 여학우 일동은 현재 위기에 놓은 동덕여자대학교, 성신여자대학교를 비롯한 모든 여자대학과 끝까지 연대한다.
상명대학교 여학우 일동은 또한 모든 대학교 여성 학우들이 부당한 억압으로부터 해방되는 그날을 위해 연대한다.
상명대학교 여학우 일동은 여성의 권리 침해를 강력히 규탄하며 다음과 같이 각 대학 본부에 요구한다.
하나, 학교는 학생 보호를 최우선 가치로 두며 학문의 자유를 침해하고 학생들의 목소리를 억압하는 모든 행동을 금하라.
하나, 학교는 해당 대학에서 수학하는 학생들의 목소리를 듣고 학생의 권리를 보장하여 민주적 절차에 따라 소통하라.
하나, 학교는 그간 학생들에게 가한 억압과 폭력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하라.
"소멸할지언정 개방하지 않는다"
2024년 11월 16일 상명대학교 서울캠퍼스 여학우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