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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김정진 “한석규=좋은 어른, 취조실 신 최대한 미뤄지길 바라”(이친자)[EN:인터뷰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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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16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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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배 한석규 씨와 함께 호흡했다. 취조실에서 맞붙는 신이 인상적이었는데 부담스럽지 않았나.


▲이 대본을 받을 때부터 부담은 있었다. 최대한 그 신이 미뤄지길 바라기도 했다. 하지만 막상 선배님을 마주하고 리허설을 했을 때 편안하고 차분해진다는 느낌을 받았다. 선배님과 함께 리허설을 하고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신기하다. 전날, 전전날, 혹은 일주일, 열흘, 한두 달 전에 느낀 부담감이 기억나지 않는다. 그런 부담을 눌러주는 느낌이 있다. 리허설을 하면서 마음이 편안해지다 보니, 막상 연기를 할 때는 되게 자유로운 방향으로 나오더라. 선배님께서 저를 배려해 부담감, 긴장을 풀어주려고 노력한 거라는 생각이 든다. 매 촬영마다 그렇게 하시는 걸 보고 '좋은 어른' '좋은 사람'이라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됐다.

-한석규 씨가 현장에서 어떤 이야기를 해줬나.

▲'연기를 하는 이유, 왜 이 일을 하는지에 대해 스스로 질문하는 것을 멈추지 말아야 된다'는 말씀을 많이 하셨다. '이 일이 너한테 어떤 의미가 있는지에 대한 고민과 자문을 멈추지 마'라는 말을 듣고 집에 돌아와 스스로에게 질문을 했는데 섣불리 답을 못 내리겠더라. 앞으로도 정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든다.

올해 '정숙한 세일즈'와 '이친자'를 함께 하면서 많이 바빴다. 계속 촬영을 나가다 보니 정신없이 시간이 흘렀지만, 사실 그 모든 것들이 모여 가치 있는 일이 됐다고 생각한다. 일련의 과정들을 돌이켜보고 반추하고 인지할 수 있는 시간이 한 번쯤 필요한데 그게 지금의 시기인 것 같다. 작품을 조금 쉬더라도 단순하게 쉬기보다는 '내가 이 일을 왜 좋아하고, 왜 하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과 고민을 많이 하려고 한다. 그런 점에서 한석규 선배님께 많은 것을 배운 것 같다.

-'정숙한 세일즈'에서는 180도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작품 합류는 어떻게 했나.

▲'이친자'를 하면서 오디션을 봤기 때문에 머리가 반삭 상태였다. 감독님도 가벼운 마음으로 저를 불렀다. 그 머리에서 대근이 캐릭터로 이어지기에는 인상, 이미지가 너무 세지 않나. 잘 안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작가님이 제가 대본을 읽는 영상을 보고 '이분이랑 해보는 것 어떻겠냐' 하셨다고 하더라. 대본 중에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 있었는데, 그 모습에서 대근이로서의 잠재력을 보신 것 같다.


-90년대로 회귀한 듯한 엄대근의 패션이 인상적이었다.

▲사실 의상팀에서 다 준비해주셨다. 제가 고향이 서울 사람인데 '촌스러운 느낌이 있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좋은 말로 표현하면 이질감이 들지 않고, 친근하고, 편안하고, 어눌한 면이 있다는 의미일 것 같다. 그래서 그 시대 사람처럼 보인 게 아닐까 생각한다. 저는 화면 속 제 모습이 낯설기도 하고, 저희 가족의 얼굴이 다 담겨 있는 것 같다는 생각도 했다.

-이세희 씨와 로맨스 호흡은 어땠나.

▲선배님이 로맨스를 해봤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 해야 될지 잘 알았다. 저는 (로맨스가) 생소한 편이라 감독님이 레벨을 맞춰주신 것 같다. 세희 선배님이 능수능란한 캐릭터인 만큼, 감독님은 제가 저로서 있도록 자유롭게 풀어주셨다. 선배님이 먼저 저한테 다가와서 다양한 아이디어를 전해주셨고, 저는 수동적으로 따라가는 역할이다 보니 연기를 할 때도 수동적으로 따라간 것 같다.

-격정적인 키스신도 소화했는데.

▲키스신을 액션신 찍듯이 촬영했다. 오히려 이성적인 상태가 되더라. 감정적 동요는 전혀 없었다.(웃음) 감독님이 오셔서 '세희는 능수능란했으면 좋겠고, 정진이는 당하고만 있어라'고 말했다. '너는 할 줄 모르는 사람이니까 그냥 쑥맥처럼 있으면 된다'고 유도해서 그렇게 촬영을 했다.


-2022년에 데뷔해 3년차 배우다. 비교적 늦게 데뷔한 편인데 연기는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원래 실용음악학과에서 드럼 전공을 했다. 그렇게 1년간 학교를 다니다 군대를 갔는데, 한 친구가 서울예술대학교 연기전공 학생이었다. 휴가 때마다 그 친구랑 맞춰 나왔고, 전역을 한 후 지금까지도 만나고 있다. 그 친구가 휴가 때 '연기를 해보면 어떻겠냐'고 하더라. 그 친구가 예고를 나와서 주변 친구들이 다 배우였다. 소개도 시켜주고 함께 연극도 보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 세계는 뭐지'라는 생각과 함께 스며들게 됐다.

그러다 강기둥 배우님이 출연하는 '유리동물원'이라는 연극을 보고 제가 모르는 하나의 차원이 열린 듯한 느낌을 받았다. 이후 자퇴를 하고 바로 대입을 준비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매년 낙방해 4수를 한 끝에 서울예술대학교에 입학하게 됐다. (연기의 길로 인도해준 친구도 현재 배우인가.) 아니다. 지금 결혼도 하고 다른 일을 하고 있다. 하지만 굉장히 뿌듯해한다. 원래 연기가 힘들다는 것을 알고 있어 남에게 권유하는 친구가 아닌데, 저한테 그렇게 해줬다는 점이 한편으로 너무나 고맙다.

-4수를 하며 배우의 꿈을 키워나간 시간들이 녹록지만은 않았을 텐데.

▲어려움이 많았다. 24살부터 27살까지 대입만 준비하다 보니, 주변 친구들과 고민의 결이 달랐다. 저도 힘든 게 맞지만 다수가 취업을 고민하다 보니, 오히려 취업을 준비하는 친구들의 고민을 들어줘야 하는 입장이었다. 가족들도 걱정이 많았다. 저희 어머니가 요즘 방송을 보고 놀랄 만큼 제가 끼가 많은 사람은 아니다. 내향적이기도 하고. '대학도 가지 못하고 있는데 이 일을 하는 게 맞을까'라는 고민이 있었던 것 같다. 저도 제 자신을 믿지 못할 때가 많았다. 계속 낙방하다 보니, 그 화살이 저한테 돌아오더라. '내가 못해서 떨어졌다'라는 부정적 생각을 많이 했다. 제 기억에는 매년 많이 울었던 것 같다.

정말 다행인 건 대학교에 합격했을 때 엄청 큰 기쁨이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담담했다. '어? 붙었네'라는 그 마음이 너무 좋았다. 저는 이게 제 목표의 끝일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대학은 수단일 뿐, 배우가 되는 게 궁극적 목표 아닌가. 하지만 그게 전복돼서 대학에 간 후 오히려 회의감에 그만두는 친구들도 많이 봤다. 저는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던 일이 결국 과정 중 하나였고, 그걸 이어나갈 수 있는 또 하나의 생명력이 생겼다는 생각이 드니 뿌듯함이 느껴지더라. 지난 4년이 힘들게 생각되지 않고 미화됐다.

-배우로서 내년에는 어떤 목표를 이루고 싶나.

▲가족을 다루는 따뜻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 결핍이 있는 인물이었으면 좋겠다. 제가 32살을 살면서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감정이 가족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가장 어려운 게 가족과의 감정이라고 생각해서 그런 소재를 다루는 작품에 출연하고 싶다. 또 제가 스포츠도 워낙 좋아해서 스포츠를 다루는 영화에 도전해보고 싶다.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변화가 생기면서 좋은 감정들이 나올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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