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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단독] '물생활 커뮤니티' 세기의 판결 결과는 "제조사 책임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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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16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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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2년 6월, 인터넷 커뮤니티에 글이 하나 올라왔습니다.


아파트에 설치한 8자 어항, 다시 말해 가로 2m 40㎝, 세로 1m 20㎝, 높이 90㎝, 무게 3톤의 초대형 어항이 폭발했다는 글이었습니다. 당시 어항 전면부 유리가 터지며 안에 있던 물과 안에 있던 대형 물고기들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해당 집은 물바다가 됐고, 아랫집까지 침수 피해를 보았습니다. 물 밖으로 나온 물고기 백여 마리가 폐사했습니다. 수조 주인은 수천만 원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고 주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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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는 당시 수조 주인과 수조 제조업체를 모두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수조 주인은 '이건 수조가 잘못 만들어진 탓'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설치한 지 2년이 채 안 됐고 별다른 충격을 가하지도 않았는데 갑자기 터졌다는 겁니다. 어항은 2020년 8월 설치됐습니다.


어항을 만들고 설치해준 업체 측 입장은 달랐습니다. 설치하고 나서 8개월쯤 지났을 때 수조 무게 때문에 어항 뒷바닥이 가라앉는 현상이 생겼기 때문에 어항 자체 결함으로 보기 어렵다는 거였습니다. 당시 수조 주인은 제조업체에 연락해, 바닥이 가라앉고 있는데 괜찮은 거냐고 물었고 이에 제조업체 측에선 더 가라앉아 수평이 깨지면 큰 사고가 발생할 수 있으니 잘 살펴보라는 취지로 답변한 바 있었습니다.


https://n.news.naver.com/article/437/0000303067


양측의 주장이 엇갈리는 가운데 JTBC 보도가 나갔고, 천여 개의 댓글이 달리며 높은 관심이 이어졌습니다. 아파트에 저런 무게의 수조를 설치하는 게 말이 되느냐부터 시작해서 수평이 무너지면 터질 수밖에 없다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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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천만 원의 피해 금액을 누가 내야 하느냐, 수조 폭발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느냐를 가리는 소송이 시작됐습니다. 배상금액은 6천7백만 원이었습니다. 원고는 수조 주인, 피고는 수조 제작업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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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소송이 시작되고 2년여가 지난 2024년 10월. 드디어 법원의 최종 판단이 내려졌습니다. 결론은 "제조사 책임이라 볼 수 없다'는 겁니다.


1심 판결문에 언급된 원고 측 주장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초대형 어항 자체에 결함이 있었다는 것 하나와 어항을 제작해 설치하면서 주의사항을 제대로 알려주지 않았다는 겁니다.


어항의 결함에 대한 원고 주장은 무엇이었을까요. 원고는 외국에서 발간된 자료를 근거로 대형 어항의 경우 강화유리를 사용해서는 안 되는데 사용했고, 이런 대형 어항의 경우 유리의 두께를 20mm 이상으로 하는 것이 권장되는데 해당 어항의 경우 두께가 12mm에 불과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수조에 대한 합리적인 설명이나 지시, 경고가 있었다면 수조에 의해 생길 수 있는 피해나 위험을 줄일 수 있었는데, 이를 제조사 측이 하지 않았다고도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재판에서 이런 주장은 모두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현행 제조물 책임법 상으로 원고가 피고에게 책임을 물으려면 수조에 제조상·설계상·표시상 등의 결함이 있다는 점이 인정돼야 합니다. 이를 위해 원고가 ① 수조가 정상적으로 사용되는 상태에서 원고들의 손해가 발생하였다는 사실, ② 이 손해가 제조사의 실질적인 지배영역에 속한 원인으로부터 초래되었다는 사실, ③ 이 손해가 수조의 결함 없이는 통상적으로 발생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증명하면 수조의 결함으로 손해가 발생했다고 볼 수 있지만, 거꾸로 제조사 측이 수조 결함이 아닌 다른 원인으로 손해가 발생했다는 것을 증명하면 그렇지 않다는 겁니다.


재판부는 먼저, 거실 바닥이 강화마루로 시공돼 있었고 수조는 이 강화마루 위에 설치됐는데 장소는 원고가 지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습니다. 또, 수조 설치 전인 2020년 5월 원고가 인터넷 카페에 '대형 수조 설치 시 주의사항?'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달고 다른 회원이 수평이 중요하다고 답하자 "기본적인 걸 잊을 뻔했네요. 감사합니다"라고 답한 바 있는 점으로 미뤄 바닥이 꺼지는 현상이 발생해 수평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충분히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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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수조가 설치된 뒤 받침대 뒤 거실 마룻바닥이 꺼지는 현상이 발생했습니다. 재판부는 폭발 이후 수조를 치우고 재봤을 때 틈새가 약 1cm로 확인됐기 때문에 수조가 있었을 때는 틈새가 훨씬 더 컸을 것으로 봤습니다.당시 원고는 제조사 측에 "마루 뒤쪽에 내려앉아서 수평이 약간 틀어졌는데 별문제 없는 거겠죠? 6자 할 땐 문제 없었는데 사이즈가 커지다 보니 혹시나 해서 여쭤봅니다"라는 내용의 문자를 보냈고 제조사 측은 전화를 걸어 더는 마룻바닥이 꺼지게 되면 위험하다는 점을 고지했습니다. 이후에도 원고는 인터넷 카페에 '생각보다 많이 안 기울었네요'라는 제목으로 "육안으론 무슨 2센티 차이 나는 것 같았는데"라는 내용의 글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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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사고의 정확한 발생 원인이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사고 양상에 비추어봤을 때 수조 뒷부분의 마룻바닥이 꺼짐에 따라 수평이 맞지 않아 뒤틀림이 발생하면서 수조의 전면부 유리가 파손되는 형태로 사고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봤습니다.


또, 외국 자료를 근거로 원고가 주장했던 바에 대해서는 이것만으로 대형수조에 강화유리를 사용하는 게 적합하지 않다고 단정할 수 없고, 국내에서 사용되는 유리 두께에 대한 기준도 없다고 봤습니다. 그리고 설치 1년 9개월 만에 발생하였는데 그사이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으로 미쳐, 제조 · 설계상 결함이 있거나 통상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안정성이 결여됐다고 보기 부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미리 위험성 등을 알리지 않았다는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일단 제조사가 수조 설치 시 수조 사용 설명서를 주지 않았고 설치 이후 안전점검을 하지 않은 것은 맞았습니다. 하지만 재판부는 제조사 측이 수조를 설치할 때 수평 유지가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했고, 설치 8개월이 지난 뒤 마룻바닥 꺼진 것에 대해 제조사 측이 위험하다는 것을 고지한 점을 주요하게 봤습니다.


1심 판결은 수원지방법원 평택지원에서 지난해 12월 21일에 내려졌고, 수원지법에서 지난 10월 10일 2심 판결이 그대로 확정됐습니다.


제조사 측 대리를 맡았던 법무법인 시선의 백재욱 변호사는 "제조물 책임법이 제조물과 관련한 손해가 발생하였다는 사실만으로 무조건 소비자를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적어도 제조물이 정상적인 환경에서 사용되는 도중에 제조물과 관련한 사고가 발생하여야 제조물의 결함으로 손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여 소비자를 보호할 수 있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이 사건으로 대형 수조의 경우 가정집에 설치하는 것이 위험하다고 하는 인식이 커졌지만 국내 대형 수조 제조업체의 실력이 상당해, 실제로 하자로 인해 폭발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며 "오히려 수조 수평이 맞는지, 외부적 충격으로 수조 유리 등에 파손이 발생하지는 않는지 살핀다면 안전한 취미 생활을 영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https://n.news.naver.com/article/437/0000418528?sid=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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