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기사/뉴스 저기요 하이브씨, 짓밟은 건 ‘팬들의 마음’입니다 [‘아이돌 덕질’ 제 맘이잖아요?②]
1,251 9
2024.11.15 16:54
1,251 9

‘입덕 계기’를 구구절절 설명한 건, 모든 팬에게 ‘같은 마음’이 있다는 이야기를 하기 위해섭니다. ‘1000명의 팬이 있다면 1000개의 덕질 방식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모든 팬들이 ‘동일하게 가지고 있는 것’도 있도 생각합니다. 바로 ‘아이돌을 응원하는 마음’입니다.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어떤 대상’을 응원하는 사람들, 그들이 ‘팬’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지난 10월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민형배 의원이 공개한 ‘하이브’의 ‘위클리 음악 산업 리포트’를 보고 정말 씁쓸했습니다. 사실 눈앞이 캄캄해졌어요. 업계 동향 파악을 위해 만들었다는 문서에는 SM엔터테인먼트, YG엔터테인먼트, JYP엔터테인먼트 등 소위 3대 기획사에 대한 힐난과 함께 중소 기획사 소속 아이돌과 관련한 외모 품평, 바이럴 논란, 사생활에 대한 악담, 원색적인 비난 등이 담겼습니다.
 

민형배 의원이 국정감사에서 공개한 하이브의 업계 동향 자료. 유튜브 ‘NATV 국회방송’ 영상 캡처

민형배 의원이 국정감사에서 공개한 하이브의 업계 동향 자료. 유튜브 ‘NATV 국회방송’ 영상 캡처

아이돌 기획사는 ‘아이돌 산업에 기반한 기업으로서의 회사’로서의 역할과 ‘아티스트를 관리하는 소속사’로서의 역할에 모두 충실할 것을 요구받곤 합니다. 사실 소속사에 대한 팬들의 불만은 대개 두 가지 역할에 대한 ‘줄타기’를 제대로 해내지 못했을 때 일어나는 경우가 많죠. ‘좋은 스케줄을 만들어 오라’는 요구와 ‘스케쥴이 너무 많은 것 같은데 아티스트를 쉬게 해달라’는 요구가 함께 하듯이요.

이번 하이브의 ‘내부 보고서’ 공개 사건은 그런 종류의 ‘문제’와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보고서에 담긴 내용은 ‘기업’의 것이라고 보기에 너무나 원색적이었고, ‘소속사’의 것이라고 보기엔 아티스트에 대한 존중이 조금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진한 중소의 냄새’, ‘페미코인 타려다가 팀킬한다’, ‘못생긴 나이에 우루루 데뷔’, ‘어설픈 안무’, ‘한X에게 꾸준히 먹힌다’ 등과 같은 단어와 문장을 도대체 어떻게 봐야하는 걸까요.


저는 K-POP 산업에 종사하는 회사의 문건이 아니라, K-POP이라는 산업을 멸시하는 회사의 문건이라 느꼈습니다. 대부분의 소속사는 ‘사이버 렉카’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다던데, 기업 내부의 문건이 ‘사이버 렉카’들의 발언 수준과 다를 바가 없었으니까요. 문장 하나하나가 다른 소속사와 아티스트, 그리고 다른 아이돌을 응원하는 팬들까지 얕잡아보고, 무시하고, 업신여기는 투였지요. 그들의 노동에 어떤 노력이 담겼는지도 모르고, 팬들이 그 노력을 어떤 마음으로 지지하는지도 모르면서요.
 

어디서 많이 본 ‘여성혐오’


아이돌을 단순히 재화로 보는 시선도 불쾌했지만, 정말로 속상했던 이유는 결국 그 내용이 ‘누군가의 마음’을 짓밟는 내용이었기 때문입니다. 그 누군가는 다른 소속사와, 아티스트가 될 수 있겠지만, 오늘 저는 ‘팬들의 마음’을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K-POP 아이돌 산업은 ‘팬덤’을 기반으로 움직입니다. 하이브는 문건이 공개돼 논란이 일자 “문서에 거론되어 피해와 상처를 입게 된 외부 아티스트 분들께 정중하게 공식적으로 사과드린다. 각 소속사에 별도로 연락드려 직접 사과드리고 있다”고 했습니다. “회사로 인해 비난의 화살을 받고 있는 하이브 뮤직그룹의 모든 아티스트 분들께도 진심을 다해 공식 사과를 전하고 있다”는 말도 함께 전하면서요. 그런데 짓밟힌 것이 K-POP 산업에 종사하고 있는 당사자들의 마음뿐일까요.

그들이 정말로 짓밟은 건 ‘그 문건에 언급된 아이돌을 응원하는 수많은 사람의 마음’ 입니다.

대다수의 사람이 편지로 소통하지 않는 시대에 한 자 한 자 정성껏 쓴 팬레터를 보내는, 온라인 스트리밍으로 음악을 듣는 시대에 굳이 앨범을 사는, ‘시간 안 아까우냐, 생산적인 일을 해라’ 라는 잔소리에도 굳이 어떤 가수를 응원하기 위해 ‘공방(음악 프로그램의 공개방송)’을 뛰는, 아이돌을 응원하며 울고 웃었던 수 많은 팬들의 마음이요. 그 마음들이 모이고 모여 지금의 K-POP을 만든 것일 텐데요. 어쩌면 그 마음들의 가장 큰 수혜자는 엔터사 최초로 대기업 집단이 된 하이브일 겁니다. 그런 하이브가 아이돌 산업은 ‘팬덤 없이 클 수 없다’는 사실을 몰랐을거라 생각하진 않습니다.
 

하이브 내 임원들에게 보고된 ‘음악산업리포트’ 원본 일부. 제보자 제공

하이브 내 임원들에게 보고된 ‘음악산업리포트’ 원본 일부. 제보자 제공

엔터사 최초 ‘대기업’의 ‘위클리 음악산업 리포트’를 보며 몇십년이 지나도록 ‘빠순이’라는 멸칭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에 대해 생각해봅니다. 별다른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하고 자연스럽게 10대 20대 여성 팬들이 대다수인 팬덤은 ‘한X’, ‘옹졸하고 히스테릭한 고인물 팬덤’으로 낮잡아보고, 페미니스트 여성들의 응원을 ‘페미코인’으로 치환하는, 급기야 아티스트까지도 ‘좀 놀랍게 아무도 안 예쁨’이라 얕잡아 볼 수 있는 ‘여성혐오적 시선’ 그 자체가 K-POP 산업의 얼굴이었던 것은 아닐까 하고요. 어딘가에서 많이 본 ‘여성혐오’가 여성 소비자가 대다수인 K-POP산업에서도 굳건하다는 건 어떻게 봐야 할까요.

모쪼록 팬덤을 소비자 정도로만 대우했으면 좋겠습니다.

▼ 이아름 기자 areumlee@khan.kr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32/0003332770?sid=102

목록 스크랩 (0)
댓글 9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한율💛] 숨은 잡티부터 흔적, 톤까지 집중 잡티톤업! #5분에센스패드 ‘한율 달빛유자 패드’ 체험 이벤트 596 11.09 77,950
공지 ▀▄▀▄▀【필독】 비밀번호 변경 권장 공지 ▀▄▀▄▀ 04.09 3,605,383
공지 공지가 길다면 한번씩 눌러서 읽어주시면 됩니다. 23.11.01 7,396,201
공지 ◤더쿠 이용 규칙◢ [스퀘어/핫게 중계 공지 주의] 20.04.29 25,589,174
공지 ◤성별 관련 공지◢ [언금단어 사용 시 📢무📢통📢보📢차📢단📢] 16.05.21 26,963,956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54 21.08.23 5,239,429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30 20.09.29 4,222,037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454 20.05.17 4,794,522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3982 20.04.30 5,270,949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9. 스퀘어 저격판 사용 금지(무통보 차단임)] 1236 18.08.31 10,016,108
모든 공지 확인하기()
2553757 이슈 변요한 BBQ 신메뉴 맵단짠 ‘맵소디’ 광고 19:31 33
2553756 이슈 [리무진서비스] 아현&이무진 - 꽃 길(원곡:빅뱅) 1 19:29 71
2553755 이슈 해외 개미가 말하는 한국 주식 사야하는 이유 5 19:29 613
2553754 이슈 방금자 재쓰비 마돈나 쌩라이브 ㄷㄷ.twt 6 19:26 534
2553753 정보 회수 정보 > (회수사유 : 무등록 식품 제조판매) 2 19:23 1,441
2553752 이슈 [콩알탄] EP.4 노력은 우리를 배신하지 않는다 | 끝나지 않는 열정 합주 19:21 118
2553751 기사/뉴스 8억 뜯긴 김준수 “난 잘못 없어, 女 BJ가 네일아티스트라 속여” 팬들에 당당 해명 43 19:18 3,324
2553750 이슈 판) 고2 자녀와의 대화...제가 잘못된건지ㅠ 36 19:17 2,752
2553749 유머 다들 주목💥 인물 중심 세계관 정리🔍 | 디바마을 퀸가비👑 | 에피소드 정리 19:16 221
2553748 이슈 스키즈 아이엔 인스타 업뎃 3 19:15 314
2553747 유머 @: 이준혁은 정말 유명한 서동재 악플러임........ 27 19:15 2,165
2553746 유머 실시간 재쓰비 팬 콘서트 CG 상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twt 17 19:15 2,087
2553745 기사/뉴스 '35세' 이이경, 잇몸 주저앉았다 "작품 위해 치아 치료 미뤄… CG로 편집" ('결혼해YOU') 6 19:13 2,491
2553744 이슈 문별(Moon Byul) 2025 SEASON’S GREETINGS [사계향수(四季鄕愁)] CONCEPT PHOTO #3 1 19:12 201
2553743 이슈 솔라(Solar) 2025 SEASON’S GREETINGS [SOLARZINE’25] CONCEPT PHOTO #3 1 19:12 184
2553742 이슈 오늘 삼전에 13억 몰빵한 사람.jpg 6 19:12 3,328
2553741 이슈 후기만 봐도 내가 다 마상인 김준수 토스카나 팬미팅 후기 56 19:11 4,915
2553740 유머 사람들 몰래 썸을 타고 있었던 윤하와 아이유 ㄷㄷㄷㄷㄷㄷ 15 19:11 1,360
2553739 이슈 팬콘 비하인드를 53분짜리 다큐로 올려주는 온유 소속사 2 19:11 471
2553738 이슈 부산대 되지자긇이 사건 5 19:10 1,6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