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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저기요 하이브씨, 짓밟은 건 ‘팬들의 마음’입니다 [‘아이돌 덕질’ 제 맘이잖아요?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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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15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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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덕 계기’를 구구절절 설명한 건, 모든 팬에게 ‘같은 마음’이 있다는 이야기를 하기 위해섭니다. ‘1000명의 팬이 있다면 1000개의 덕질 방식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모든 팬들이 ‘동일하게 가지고 있는 것’도 있도 생각합니다. 바로 ‘아이돌을 응원하는 마음’입니다.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어떤 대상’을 응원하는 사람들, 그들이 ‘팬’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지난 10월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민형배 의원이 공개한 ‘하이브’의 ‘위클리 음악 산업 리포트’를 보고 정말 씁쓸했습니다. 사실 눈앞이 캄캄해졌어요. 업계 동향 파악을 위해 만들었다는 문서에는 SM엔터테인먼트, YG엔터테인먼트, JYP엔터테인먼트 등 소위 3대 기획사에 대한 힐난과 함께 중소 기획사 소속 아이돌과 관련한 외모 품평, 바이럴 논란, 사생활에 대한 악담, 원색적인 비난 등이 담겼습니다.
 

민형배 의원이 국정감사에서 공개한 하이브의 업계 동향 자료. 유튜브 ‘NATV 국회방송’ 영상 캡처

민형배 의원이 국정감사에서 공개한 하이브의 업계 동향 자료. 유튜브 ‘NATV 국회방송’ 영상 캡처

아이돌 기획사는 ‘아이돌 산업에 기반한 기업으로서의 회사’로서의 역할과 ‘아티스트를 관리하는 소속사’로서의 역할에 모두 충실할 것을 요구받곤 합니다. 사실 소속사에 대한 팬들의 불만은 대개 두 가지 역할에 대한 ‘줄타기’를 제대로 해내지 못했을 때 일어나는 경우가 많죠. ‘좋은 스케줄을 만들어 오라’는 요구와 ‘스케쥴이 너무 많은 것 같은데 아티스트를 쉬게 해달라’는 요구가 함께 하듯이요.

이번 하이브의 ‘내부 보고서’ 공개 사건은 그런 종류의 ‘문제’와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보고서에 담긴 내용은 ‘기업’의 것이라고 보기에 너무나 원색적이었고, ‘소속사’의 것이라고 보기엔 아티스트에 대한 존중이 조금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진한 중소의 냄새’, ‘페미코인 타려다가 팀킬한다’, ‘못생긴 나이에 우루루 데뷔’, ‘어설픈 안무’, ‘한X에게 꾸준히 먹힌다’ 등과 같은 단어와 문장을 도대체 어떻게 봐야하는 걸까요.


저는 K-POP 산업에 종사하는 회사의 문건이 아니라, K-POP이라는 산업을 멸시하는 회사의 문건이라 느꼈습니다. 대부분의 소속사는 ‘사이버 렉카’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다던데, 기업 내부의 문건이 ‘사이버 렉카’들의 발언 수준과 다를 바가 없었으니까요. 문장 하나하나가 다른 소속사와 아티스트, 그리고 다른 아이돌을 응원하는 팬들까지 얕잡아보고, 무시하고, 업신여기는 투였지요. 그들의 노동에 어떤 노력이 담겼는지도 모르고, 팬들이 그 노력을 어떤 마음으로 지지하는지도 모르면서요.
 

어디서 많이 본 ‘여성혐오’


아이돌을 단순히 재화로 보는 시선도 불쾌했지만, 정말로 속상했던 이유는 결국 그 내용이 ‘누군가의 마음’을 짓밟는 내용이었기 때문입니다. 그 누군가는 다른 소속사와, 아티스트가 될 수 있겠지만, 오늘 저는 ‘팬들의 마음’을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K-POP 아이돌 산업은 ‘팬덤’을 기반으로 움직입니다. 하이브는 문건이 공개돼 논란이 일자 “문서에 거론되어 피해와 상처를 입게 된 외부 아티스트 분들께 정중하게 공식적으로 사과드린다. 각 소속사에 별도로 연락드려 직접 사과드리고 있다”고 했습니다. “회사로 인해 비난의 화살을 받고 있는 하이브 뮤직그룹의 모든 아티스트 분들께도 진심을 다해 공식 사과를 전하고 있다”는 말도 함께 전하면서요. 그런데 짓밟힌 것이 K-POP 산업에 종사하고 있는 당사자들의 마음뿐일까요.

그들이 정말로 짓밟은 건 ‘그 문건에 언급된 아이돌을 응원하는 수많은 사람의 마음’ 입니다.

대다수의 사람이 편지로 소통하지 않는 시대에 한 자 한 자 정성껏 쓴 팬레터를 보내는, 온라인 스트리밍으로 음악을 듣는 시대에 굳이 앨범을 사는, ‘시간 안 아까우냐, 생산적인 일을 해라’ 라는 잔소리에도 굳이 어떤 가수를 응원하기 위해 ‘공방(음악 프로그램의 공개방송)’을 뛰는, 아이돌을 응원하며 울고 웃었던 수 많은 팬들의 마음이요. 그 마음들이 모이고 모여 지금의 K-POP을 만든 것일 텐데요. 어쩌면 그 마음들의 가장 큰 수혜자는 엔터사 최초로 대기업 집단이 된 하이브일 겁니다. 그런 하이브가 아이돌 산업은 ‘팬덤 없이 클 수 없다’는 사실을 몰랐을거라 생각하진 않습니다.
 

하이브 내 임원들에게 보고된 ‘음악산업리포트’ 원본 일부. 제보자 제공

하이브 내 임원들에게 보고된 ‘음악산업리포트’ 원본 일부. 제보자 제공

엔터사 최초 ‘대기업’의 ‘위클리 음악산업 리포트’를 보며 몇십년이 지나도록 ‘빠순이’라는 멸칭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에 대해 생각해봅니다. 별다른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하고 자연스럽게 10대 20대 여성 팬들이 대다수인 팬덤은 ‘한X’, ‘옹졸하고 히스테릭한 고인물 팬덤’으로 낮잡아보고, 페미니스트 여성들의 응원을 ‘페미코인’으로 치환하는, 급기야 아티스트까지도 ‘좀 놀랍게 아무도 안 예쁨’이라 얕잡아 볼 수 있는 ‘여성혐오적 시선’ 그 자체가 K-POP 산업의 얼굴이었던 것은 아닐까 하고요. 어딘가에서 많이 본 ‘여성혐오’가 여성 소비자가 대다수인 K-POP산업에서도 굳건하다는 건 어떻게 봐야 할까요.

모쪼록 팬덤을 소비자 정도로만 대우했으면 좋겠습니다.

▼ 이아름 기자 areumlee@khan.kr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32/0003332770?sid=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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