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렁한 황학동 주방거리…"개점 이래 최악"
잇단 외식업 폐업·자영업자 감소 직격타
"업소 주방용품 구매 이커머스로 넘어가"
"자영업자 지원책도 일부 필요"
중구 황학동 주방거리 일대. /사진=김영리 기자
"이 자리에서만 38년째입니다. 가게 문 연 이래로 최악이에요. 최악. 절망이라고 봐야죠."
12일 점심께 찾은 서울 중구 황학동 주방거리 일대. 60대 김모 씨는 이같이 말하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대로변에서 주방용품 가게를 운영하는 김 씨는 "통상 지금 견적 보러 오는 손님들이 한두 달 뒤에나 계약하는데, 요즘엔 견적조차 보러 오는 손님이 단 1명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장 이달 매출은 차치하더라도 내년까지도 희망이 없는 셈이다"라고 하소연했다.
최근 황학동 주방거리가 몰락 위기에 직면했다. 경기 침체로 외식업 자영업자들이 잇따라 폐업해서다. 불경기 여파에 더해 테무·알리 등 초저가 주방용품을 찾는 자영업자까지 늘면서 30~40여년 간 자리를 지키던 주방거리 상인들도 하나둘씩 떠나는 모습이다.
"창고 일부러 비워둔다"
중구 황학동 주방거리 일대. /사진=김영리 기자
황학동 주방거리는 1980년대부터 최근까지도 서울 외식업 창업자들의 '필수 코스'로 꼽히던 곳이다. 중고 주방용품 매입과 판매가 동시에 이뤄지기 때문에, 소자본으로 창업하려는 영세업자들의 필수코스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 주방거리 상인들은 "중고 주방용품도 이젠 잘 안 받는다"고 입을 모았다. 어차피 갖고 있어봤자 팔리지 않아 창고·폐기 등 비용만 든다는 것.
2층 규모의 주방용품 매장을 운영하는 60대 이모 씨는 "2층에 창고가 있지만, 중고 물건은 일절 받지 않고 있다"며 "집기는 물론이고 대형 냉장고나 베이커리용 쇼케이스도 요즘엔 폐업하는 매장에서 '그냥 가져가라'고 연락이 와도 가지러 안 간다"고 푸념했다.
그러면서 "한 때 직원 8명까지 있던 가게인데 지금 2명이다. 이러다 없어지지 않겠나"라며 "코로나19 때는 폐업도 많았지만 배달 전문점 등 소규모 업장 개업도 많았다. 이제 와서 보니 코로나 때는 양반이었다"라며 씁쓸해했다.
50대 김모 씨도 "썰렁하다 못해 음산한 수준이다. 나만 그렇게 느끼는 게 아니라 주변 상인들도 매한가지다"라고 호소했다.
골목 안쪽으로 들어가니 프랜차이즈 브랜드나 웨딩홀과 계약을 맺어 주방용품 납품하는 도매 업체들도 보였다. 이들 업체 역시 "신규 식당 오픈은 아예 없는 수준"이라고 했다.
매장 내 주방용품이 즐비한데도 '임대' 문구를 걸어둔 업체도 있었다.
한 도매 매장에서 만난 40대 직원 최모 씨는 "외식업 프랜차이즈 브랜드에서 신규 매장 오픈했다며 주방 집기를 주문하는 일은 최근 거의 없다"면서 "웨딩홀 신규 개점이 늘어 그나마 매출을 보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 씨는 "당장 나도 물가가 너무 올라 도시락을 싸 들고 다닌다"며 "식당서 사 먹는 사람이 없는데 이런 분위기에서 누가 창업하겠나"라고 말했다.
"이커머스와 경쟁서 뒤처져 쇠락"
서울시 상권분석 서비스에 따르면 올해 2분기 폐업한 외식업체는 6290곳에 달한다. 폐업률은 4.2%로 코로나19 시기였던 2020년 1분기 폐업률 4.4%와 맞먹는 수치다.
이에 전체 취업자 중 자영업자 비율 역시 역대 최저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8월 기준 자영업자 수는 563만6000명으로 전체 취업자(2854만4000명)의 19.7%를 차지했다. 자영업자 비중 20%선이 깨진 건 1963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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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15/00050568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