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 게임’ 시리즈를 연출한, 이 시리즈로 글로벌 스타가 된 황동혁 감독이 밝힌 ‘마약 전과자’ 탑(최승현) 캐스팅 이유다.
황동혁 감독이 지난 8월 서울 모처에서 열린 넷플릭스 K시리즈 ‘오징어게임 시즌2’ 기자간담회에서 대마초 전과 후 은퇴를 선언했던 탑(최승현) 캐스팅 논란에 대한 이같이 밝혔다.
해당 행사는 넷플릭스 측의 요청으로 엠바고(취재는 하되 정해진 기간까지는 보도하지 않고 보류하는 것)가 걸려 무려 3개월이 지나서야 보도가 가능해졌다.
황 감독은 이날 배우 최승현 캐스팅 관련 앞서 재기된 ‘인맥 캐스팅 의혹’에 대해 억울함을 토로하며, 오롯이 자신의 판단이었음을 강조했다.
하지만 이는 오히려 더 절망적이었다. 차라리 그들만의 세상에서 단칼에 끊어낼 수 없는 ‘관습’의 여파였다면, (물론 이조차 문제지만) 그나마 추후 업계의 순화작용을 기대할 일말의 여지라도 있었겠지만, 현재 가장 핫한 스타 감독의 판단과 가치관이, 책임감 수준이 이 정도라는 것이 놀라웠다.
‘꽤 시간이 지났던 일’, ‘이미 법적 집행 유예 기간도 끝났고 그쯤 지났으면’, ‘이런 일을 시작할 수 있는 시간이 좀 되지 않았을까 판단’ 등의 워딩에서 마약 범죄에 대한 인식과 포용력이 이 정도라면 앞으로도 어떤 전과를 갖은 아티스트도 충분히 그 재능만 있다면 복귀가 가능할 거란, 업계의 관습의 문제가 아니란 것 깨닫게 했다.
황 감독의 문제 의식은 없어보였다. 다만 주변의 반응을 언급하며 “제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은 분이 우려를 표현해줘 ‘좀 잘못됐을 수도 있겠구나’ ‘좀 짧았다’는 생각도 했다”고 되돌아보는 듯도 했지만, 결국엔 그래서 한 것이 ‘검증’이란다.
그는 “강한 본인의 의지도 보여줬고, 오디션도 봤고, 많은 노력과 재능을 봤다”며 “최승현이 이 역할을 하는 건 많은 용기가 필요했다. 그래서 이 배우가 가장 적합하단 결론을 내렸다”고 합리화했다.
특히 인맥 캐스팅 의혹에 대해 “많이 억울했다”며 “과거에 한번 그래 본 적이 있는데 후회했다. 그 이후론 그런 건 절대 하지 않는다는 게 가장 중요한 원칙이고 철학”이라고 힘줘 말했다.
가장 중요한 원칙이고 철학은 자신의 판단인데, 그 판단의 기준이 참으로 어이가 없으니, 업계의 순화 작용에 대한 기대감은 처참히 무너진다. 애초에 ‘재능’ 없이 이 업계에 어떻게 발을 들일 수 있으며, 자신의 일에 ‘노력’을 안 하는 프로가 어디있겠냐마는, 수장의 뜻이 그렇다면 주변의 우려는 그저 우려일 뿐, 현실은 바뀌지 않을 것 같다. 덕분에 업계의 전과자 러쉬는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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