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6일 오후 2시. 서울 마포구 서울시50플러스재단 중부캠퍼스에서 한국맥도날드가 주최한 ‘중장년 채용 설명회’가 열렸다. 맥도날드에서 찾는 일자리는 음식 조리, 매장 청소·정리, 서버 등 시급제 단순 업무다. 참석 신청자는 107명. 머리가 희끗희끗한 60대 이상이 57명(53.2%)으로 가장 많았다. 하지만 40~50대도 50명(46.8%)으로 엇비슷했다. 참석자 조모(51)씨는 “50대가 되니까 벌써 기존 경력을 살릴 수 있는 일자리를 찾기 어렵더라”며 “체력적으로 쉽지 않더라도 새 출발 하고 싶어서 왔다”고 말했다.
떠밀려서 40~50대에 일찍 정년을 맞은 ‘신(新) 사오정’ 퇴직자의 초상은 밝지 않다. 눈높이에 맞는 곳으로 재취업하기 어려운 데다, 재취업하더라도 처우가 떨어지는 경우가 많아서다. 11일 한국경제인협회가 지난해 40세 이상 중장년 구직자 949명을 분석한 ‘2023 중장년 구직활동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주된 직장에서 퇴직한 평균 연령은 50.5세로 나타났다. 근로기준법상 정년(60세)과 차이가 10년 가까이 벌어진다.
정년보다 일찍 퇴직하더라도 좋은 일자리를 찾으면 문제가 없다. 하지만 재취업한 뒤 임금은 전 직장에서 받던 임금의 62.7% 수준이었다. 주된 직장에서 정규직 비중은 74.5%지만, 재취업하면 비중이 42.1%로 떨어졌다. 구직자들은 구직 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점으로 ‘나이를 중시하는 사회 분위기(32.1%)’를 꼽았다.
중앙일보가 만난 신사오정 퇴직자도 비슷한 얘기를 들려줬다. 정보기술(IT) 중소기업 개발자 출신 오모(50)씨는 코로나 엔데믹 이후 ‘비대면 특수’가 사라져 어려워진 회사에서 어쩔 수 없이 떠밀려 나오게 됐다고 했다. 오씨는 “40대 땐 이력서를 내면 면접이라도 봤는데 50줄에 접어드니 서류 통과도 ‘제로’”라며 “(개발자가) 몸 쓰는 일을 하면 회사를 쉽게 그만둘 거란 선입견을 줄까 봐 이력서에서 개발자 경력을 아예 지웠다”고 말했다. 이어 “개발자가 인기라고 하는데, 그건 2030 세대에나 해당하는 얘기”라고 덧붙였다.
대기업에서 사무직으로 일하다 퇴직한 손모(47)씨도 “한 중소 IT기업에 지원했는데, ‘30대가 중간 관리자라서 4050과 일하기 불편한 부분이 있다’고 하더라”며 “나이로 위아래를 따지는 문화가 재취업에 걸림돌이 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은행원으로 일하다 지난해 희망퇴직한 나모(45·여)씨는 “쉬다가 일자리를 구하려고 보니 은행원 경력이 가장 애매하더라”며 “식당 일처럼 몸을 쓰거나 보험 설계사같이 영업하기는 부담스럽고, 그렇다고 사무직을 하자니 40대부터 이미 ‘끝물’ 취급하더라”고 털어놨다.
신사오정 퇴직자 상당수가 준비가 안 된 상황에서 덜컥 퇴직을 맞는다. 50대 후반은 정년퇴직을 앞두고 ‘인생 2막’ 재취업을 준비하는 경우가 많은 것과 대비된다. 악조건에 불구하고 이직 눈높이가 60대보다 높은 것도 재취업에 걸림돌이다.
홈플러스 최고인사책임자(CHRO)를 지낸 최영미 이화여대 글로벌미래평생교육원 특임교수는 “신입 채용 비중이 큰 2030 청년층이나 ‘은퇴 후 재취업’ ‘노인 일자리’ 시장인 60대 이상보다, ‘경력을 살린’ 4050 재취업 시장 채용문이 상대적으로 가장 좁다”며 “신 사오정 스스로의 문제(준비 부족, 눈높이)에 이직에 박한 문화까지 더해져 재취업하지 못하면 연금을 받기까지 ‘소득 크레바스’가 10년 이상 길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문제는 신사오정의 퇴직이 받는 충격이 전 연령대에서 가장 크다는 점이다. 60대 은퇴는 정년을 채운 뒤 생계 문제다. 이미 살 집을 마련했거나, 자녀도 이미 장성한 경우가 많다. 하지만 4050은 한창 일해야 할 연령대다. 부양해야 할 가족이 있고, 내 집 마련, 교육비 등으로 나가는 돈도 많다. 한국은행이 올해 상반기 말 기준 연령대별 가계대출 잔액을 분석한 결과 40대가 536조2000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30대 이하(496조3000억원), 50대(457조원), 60대 이상(369조7000억원)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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