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압승한 것은 ‘매노스피어(manosphere·남초 커뮤니티)’의 지지 덕분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트럼프 당선인은 비주류로 치부되던 유튜브 방송에 출연할 정도로 젊은 남성 유권자의 환심을 사는 데 공을 들였고, 조 바이든 정부 들어 민주당에 불만이 커진 청년층이 이에 화답했다는 것이다. 유럽에선 20대 남성이 강경우파 정당의 핵심 지지 세력으로 떠오르는 등 ‘젊은 세대는 좌파를 지지한다’는 공식이 무너지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벨기에 프랑스 포르투갈 독일 핀란드에서 극우 정당을 지지하는 젊은 유권자가 고령자보다 많다”고 진단했다.
이대남들의 보수화에는 기성세대의 여성 우대로 자신들은 역차별받는다는 인식이 작용했다. 퓨리서치센터에 따르면 미국 젊은(25~34세) 여성은 50% 가까이 대학 학사학위를 보유했지만 남성은 대졸 이상 비율이 37%에 불과하다. 미국 보수 싱크탱크 미국기업연구소(AEI)는 “젊은 남성들은 경제적·정치적으로 소외돼 있다”며 “이 때문에 트럼프가 발산하는 거침없는 남성다움에 끌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존 좌파·중도 정당에 대한 불신도 팽배한 상황이다. 고물가 등 경제 문제엔 해답을 내놓지 못하면서 먹고사는 데 무관한 환경운동이나 성적소수자에 대한 과도한 보호 등 PC주의(정치적 올바름)만 강요한다는 불만이다. 로베르토 포아 영국 케임브리지대 미래민주주의센터 이사는 “주택 구입과 창업, 부의 축적과 같은 삶의 기회에 대한 세대 간 격차가 상당하다”며 “젊은이들은 자신의 부모보다 더 가난하고 힘든 삶을 살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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