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도장깨기'...조 만들어 임장
10일 카카오톡이나 인스타그램 등 주요 소셜미디어(SNS)에 '임장'을 검색하면 부동산 임장을 함께할 사람을 구하는 오픈채팅방이나 게시글이 셀 수 없이 쏟아져 나온다. 해당 게시글에는 △20세~39세 참여가능 △월 2회 주말 오전 △부동산 초보 △수도권 도장깨기 등의 문구가 적혀있다.
'옥수 임장' '용산 임장' 등 특정 지역을 콕 집어 만든 소규모 모임부터 서울 곳곳을 다니는 1000명 이상의 모임까지 콘셉트도 다양하다. 이들은 주로 주말에 한 동네에서 단지를 살피고 조를 짜서 공인중개소를 방문한다. 이후 놀이터나 인근 카페 혹은 맛집에서 느낀 점을 공유하며 입지와 주거 환경, 투자 가치 등을 분석한다.
6개월 전부터 임장크루에 참여 중인 한 30대 C씨는 "월급만으로는 자산을 모으기가 힘든 세상 아닌가"라며 "주말에 또래끼리 모여 임장을 다니면 생산적인 시간을 보냈다는 생각에 뿌듯하다"고 전했다. 또 다른 20대 D씨는 "부동산 투자가 어렵게 느껴지기도 하고 혼자 임장을 다니기는 두려운데 같이 다니면 용기가 난다"고 전했다.
임장크루의 유행은 청년층의 아파트 매입 증가세와도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다. 한국부동산원의 연령대별 전국 아파트 매입 통계에 따르면 2030세대의 아파트 매입 비중은 2020년 전체 연령대의 29.2%에서 올해 1·4분기 35.2%로 급등했다.
■"시간만 뺏겨"vs"매물 볼 권리"
다만 일부는 크루장의 제안에 따라 신혼부부인 척을 하거나 이직을 해서 이사할 집을 찾는 척 '연기'를 하는데, 공인중개사에게는 크루 문화가 골칫거리로 여겨지기도 한다. 공을 들여 물건을 보여줬는데 매수·거주 의사가 없을 경우 시간과 체력만 소모한 셈이라는 점에서다.
실제로 최근 부동산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임장족'이라고도 불리는 이들에 대한 불만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한 공인중개사는 "20년을 이 업에 종사하니 딱 보면 임장족인지 매수자인지 알 수 있다"며 "요즘 물건이 없다고 그냥 보내기도 한다"고 했다.
소유주와 세입자들 역시 불편함을 겪는 것은 마찬가지다. 매도를 원하는 한 소유주는 "집 보러 온다해서 급히 청소하고 문 열어줬는데 임장족 같았다"면서 "세 주고 있는 경우엔 세입자들한테도 민폐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반면 임장크루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관심 지역의 잠재적 고객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시장에 물건을 내놓는 순간 누구에게나 그 집을 볼 권리가 생기는 것"이라며 "스터디를 위해 적극적으로 부동산을 찾는 것이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https://v.daum.net/v/202411101309215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