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인으로 인생 3막 연 ‘양신’ 양준혁
야구선수로 활약했던 양준혁 JH수산 대표가 지난 4일 경북 포항에 위치한 자신의 양식장에서 방어를 들어 보이고 있다. 양준혁·롯데마트 제공
“방어를 키우는 건 마치 야구팀을 운영하는 느낌입니다. 방어들은 24시간 쉬지 않고 바닷속을 돌아다니는데 마치 전력으로 뛰던 제 선수 시절을 떠오르게 하거든요. ‘구룡포 대방어즈’ 팀의 감독으로 제3의 인생을 시작하고 있습니다.”
‘양신’ 양준혁(55)이 야구인·방송인에 이어 수산인으로 인생 3막을 열어가고 있다. 그의 이름을 딴 ‘JH수산’ 대표 직함도 가지고 있다. 지난 4일 경북 포항 구룡포읍 방어 양식장에서 양준혁을 만났다. 큰 삽을 들고 대방어 먹이 생선을 뿌리는 모습은 마치 배트를 휘두르던 선수 시절을 떠오르게 했다. 야구장 크기와 비슷한 3000평(약 1만㎡) 규모의 그의 양식장에는 방어 8000~9000마리가 분주히 헤엄치고 있었다.
낚시를 좋아하던 그가 물고기에 반해 양식장을 인수하며 수산업에 뛰어든 것은 올해 18년째로 짧지 않다. 그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광어·돌돔·전복 등을 키워봤지만 전부 폐사하면서 손해도 많이 봤고 힘든 시간을 보냈어요. 5∼6년 전 어종을 방어로 바꾸면서 저와 잘 맞다고 생각했습니다.”
올해는 특히 고수온으로 광어·우럭 등 국내 양식어종 피해가 컸다. 하지만 방어는 난류성 어종인 데다 생명력이 강해 올여름 무더위를 잘 버텼다.
그는 5월 무렵 5∼7㎏급 자연산 방어를 양식장에 넣어 겨울까지 키운 뒤 판매하고 있다. 흔히 대방어라고 부르는 9㎏ 이상의 방어는 기름기가 많아 부드럽고 맛이 좋기로 유명하다. 대방어는 큰 몸집만큼이나 원물 가격도 ㎏당 2만∼3만원에 이르는 고급 횟감이다.
양 대표가 방어 먹이인 고등어를 뿌리는 모습. 양준혁·롯데마트 제공
양준혁의 양식장은 육지에서 수십 분가량 배를 타고 나가야 하는 해상 가두리 양식장과 달리 육지에 붙어있어 방어 관리가 수월하다. 수심이 5∼6m로 얕아 먹이인 고등어·전갱이·청어 새끼를 뿌리면 방어들이 빠르게 받아먹을 수 있다. 먹이 효율이 좋다 보니 방어의 성장도 빨라 출하 시기가 다른 양식장보다 보름가량 이르다고 한다.
판로도 점차 넓혀가고 있다. 지난해부터 롯데마트에 방어를 납품하면서 대박을 쳤다. 판매 기간(2023년 11월 30일∼12월 6일) 당시 방어회 상품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배 이상 증가했다. 당초 3t으로 계획했던 방어 직거래 물량을 12t으로 늘렸는데도 팔려나가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 “이전에는 판로가 없어 소수 업자들에게 방어를 몰아주다 보니 가격이나 공급량 면에서 휘둘렸어요. 대형마트와 협업한 이후 홍보 효과도 커졌고 방어도 더 많이 키울 수 있게 돼 본격적으로 사업을 키워나갈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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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준혁은 내년 1월 1일 세상에 나올 딸을 생각하면 마음가짐이 달라진다고 했다. 아내 박현선(36)씨와 함께 포항에 정착해 양식장 인근에 카페·낚시터 등도 운영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그의 양식장은 대한민국 동쪽 끝에 위치해 있어 많은 방문객이 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야구 감독의 꿈을 이루지 못해 가슴 한편에 아쉬움이 남았는데 방어들을 보면 내 선수들 같아서 위안이 됩니다. 훈련 시키듯이 잘 먹이고 키워서 맛있는 방어회를 드실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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