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머스크의 SOS…LG엔솔, 스페이스X에 배터리 공급
우주 왕복선 '스타십'에 탑재할 배터리 내년 납품
"수명·안정성 우수"…LG, 머스크 사업 파트너로
LG에너지솔루션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사진)가 이끄는 우주탐사 기업 스페이스X의 우주선에 전력 공급용 배터리를 공급한다. 자체 생산한 배터리를 주로 장착해온 스페이스X가 외부에서 장기 조달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품질 및 성능 기준이 가장 높은 우주선을 뚫었다는 점에서 LG의 배터리 개발·제조 능력이 세계 최상급이라는 게 검증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에선 테슬라 전기차에 배터리를 납품하면서 쌓은 신뢰를 토대로 LG가 우주선, 휴머노이드 등 머스크 CEO가 그리는 미래 사업의 핵심 파트너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10일 배터리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스페이스X로부터 ‘스타십’ 우주선에 들어갈 보조 동력 배터리와 전력 공급 배터리 납품을 의뢰받아 맞춤형 제품 개발에 들어갔다. 원통형 리튬이온 배터리로 개발 중인 이 제품은 이르면 내년 스페이스X가 새로 선보이는 우주왕복선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스페이스X는 지금까지 대부분 자체 생산한 배터리만 우주왕복선에 장착했다. 하지만 우주왕복선 발사 횟수가 급격하게 늘고 있는 데다 안정성이 높고 수명이 긴 배터리가 필요해지자 LG에 ‘SOS’를 친 것으로 전해졌다. LG는 수년 전부터 우주산업을 미래 먹거리로 정하고 우주선 내 전력 공급 장치, 예비 에너지저장장치(ESS), 우주복용 배터리 등을 개발해왔다. 그 덕분에 작은 오류 하나도 치명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이유로 품질과 성능 기준이 가장 높은 우주선 납품에 성공했다. LG는 지난해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 우주복용 배터리를 공급했고, NASA의 달 탐사용 전기차에도 배터리를 납품할 예정이다.
업계에선 LG가 머스크 CEO가 세운 높은 품질 기준을 전기차에 이어 우주선에서도 충족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테슬라의 휴머노이드 ‘옵티머스’에도 LG 배터리가 적용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이유에서다. 전기를 많이 쓰는 휴머노이드 특성상 고성능 배터리는 필수다. LG에너지솔루션은 “고객과의 계약 사항은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전기차 이어 우주선까지 잡아…한배 탄 LG엔솔·테슬라
우주선은 배터리의 품질과 성능 전반을 한 번에 검증할 수 있는 최적의 무대로 꼽힌다. 1500도가 넘는 고온과 대기압의 60배에 이르는 고압, 그리고 시속 2만6000㎞를 넘나드는 고속을 모두 견뎌내면서 제 성능을 내야 하기 때문이다. 작은 오류 하나로 인해 불이라도 나면 지상과 달리 손 써볼 겨를도 없이 천문학적인 피해로 이어진다. 그러면서 무게가 1㎏ 늘어날 때마다 발사비용이 수천만원씩 더해지는 우주선 특성상 가벼우면서도 오래 쓸 수 있어야 한다.
LG에너지솔루션이 스페이스X와 배터리 장기 공급 계약을 맺은 건 이 모든 기준을 통과했다는 걸 의미한다. 업계에선 우주선을 시작으로 전기차에만 집중된 2차전지 사용처가 본격 확대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전기를 많이 쓰기 때문에 배터리 성능이 핵심인 휴머노이드용 배터리 시장도 머지않은 시기에 열릴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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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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