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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한강이 들려준 여성의 ‘다른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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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10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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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노벨문학상 수상 기념 특별 칼럼 ①]
인간의 연약함에 주목하고
상호 의존·돌봄 가치 중시하는
여성의 삶에 뿌리박은 여성적 글쓰기의 가치


비로소 문학의 무대에 오르다국내에서 한강이 노벨문학상을 수상할 것이라고 내다본 사람이 몇이나 될까? 한강의 소설은 선 굵은 남성적 리얼리즘과 거리가 멀어 이른바 한국문학 정전(canon) 규범에 들어맞지 않는다. 등단 초기부터 인간의 고통과 구원이라는 주제를 다루었지만 한강의 작품은 미학적 실험이나 비극적인 것을 탐하는 젊은 여성의 감상주의로 해석되기도 했다.

그러나 한강은 문학적 탐구와 갱신을 멈추지 않았고 2016년에 『채식주의자』(2007)로 맨부커상을 받아 세계적인 작가가 됐다. 한강 문학의 진면목은 세계문학이라는 외부를 통해서 포착된 것이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이라는 사건을 통해 인간의 본질적 취약성에 주목하며 상호 의존과 돌봄의 가치를 중시해 온 여성들의 삶과 문화, 그것에 뿌리박은 여성적 글쓰기의 가치가 비로소 문학의 무대에 오르는 장면을 목도하고 있다.


'한림원'은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 삶의 연약함을 드러낸 강렬한 시적 산문"이라고 한강의 작품을 선정한 이유를 밝혔다. 한강은 『소년이 온다』(2014), 『작별하지 않는다』(2021)를 통해 각각 5·18 민주화 항쟁, 제주 4·3 사건이라는 한국 현대사의 거대한 폭력들을 다뤘다. 남성성 이상과 자립가능한 인간 주체를 기본값으로 하는 한국문학에서 인간의 취약성은 본격적으로 다루어지지 못했던 주제다.

한강은 특유의 시적 문장으로 인간이 외부의 충격으로 인해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상처 입을 수 있음을 일깨운다. 그리고 "상처가 문드러지는 몸, 굶주린 짐승 같은 몸뚱어리들이 너희들"(『소년이 온다』)임을 증명해 주겠다며 시민군을 고문하는 형사의 잔혹함과 피해자의 고통을 병치시켜 '굴욕당하고 훼손되고 살해되는 것, 그것이 역사 속에서 증명된 인간의 본질입니까?'라고 묻는다. 이러한 질문이 묵살되고 피해자의 고통이 공감되지 않으면 20세기의 전쟁과 대학살의 폭력이 되돌아오리라고 두려워하는 것이다.

그만큼 한강의 소설을 읽는 일은 고통스럽다. 언젠가 시민대학에서 만났던 중년 여성은 수시로 눈물이 흐르고 아파서 『소년이 온다』를 끝까지 읽을 수 없었다고 고백했다. 때로 일 처리를 하듯이 냉담하게 읽는 스스로가 부끄러울 만큼 그녀는 성실한 독자였던 것이다. 그러나 사라 아메드의 말처럼 행복을 멀리하고 상처 입어 나약해지도록 자신을 내버려두는 고통의 수동성은 윤리적 역량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김은하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문학평론가 saltnpepa@womennews.co.kr
https://naver.me/F2ZDsK7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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